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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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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 책에 눈길이 갔던건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쑥신거리는 내 일상을 탈피하여 고요하고 평온해지기를 바라고 있던 내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듯했거든요.
일상의 공간을 사진으로 담고 작가의 글을 덧입혀 놓은 에세이는
맵거나 쓰지 않은 순하디 순한 맛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그저 별 탈 없이 무던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글들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매일을 날카로운 위험과 무관심과 차가운 타인들의 시선에 던져지곤 합니다.
하루종일 그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하다는 듯 신경은 팽팽하게 긴장해져 버리고
온 몸은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한 채 뻣뻣하게 위축되어 버리죠.
늦은 저녁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에서야 당길대로 당겨져 있던 온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맥이 빠져 쇼파나 침대에 몸을 파 묻기도 합니다.
일상이 매일 이럴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이런 말을 남기네요.
"내일을 고뇌하고 있다는 건 오늘보다 잘 살아 내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의미일 거라 여기려는 희망이 있기에, 나는 그 작은 믿음의 불씨가
그들에게 닿아 여느날 내내 미미한 온기라도 지속되길 소원한다."
누군가가 나의 보잘것 없는 하루의 끝에 작은 온기라도 나눠준다면 시린 마음 한켠이
얼지 않고 온기를 머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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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당히 익숙한 듯한 골목, 곱디 고운 붉은 빛으로 물드는 도시의 하늘,
비오는 거리, 흰구름 둥실 떠있는 하늘..
늘 보아오지만 눈에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네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일까요?
정겹고 맑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풍경들을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글만 읽었을때와 다르게 그런 사진들은 우리 마음을 이완시켜 줍니다.
내 일상에서 풍경이란 시속 55키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다 보는 바깥 풍경같이
그렇게 휙휙 지나가 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흘러간 계절 속의 무수히 많았을 찬란했던 순간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뒤 늦게 몰려옵니다.
이제는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려 한걸음씩 발을 떼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둘러
보고 싶습니다.
발끝도 한번 내려다보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나란히 걷는 친구의 어깨도
한번 쳐다보며 그렇게 조금은 느리게 걸으며 내 삶에 쉼표를 던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통증을 지닌 채로 서서히 낙화하는 일이다.
매일을 행복으로 살아 낼 수 없고 그렇다고 매일을 아픔으로 살 것도 아니다.
때론 웃고, 때론 울고, 때론 무뎌지고, 무던해지고..
연관성 없는 감정들이 수순과 달리, 어긋나게 밀려오고 쓸려 나간다.
책 구석구석에 남겨진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언어들이 이 추운 겨울,
우리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얼은 손을 잡아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마음이 노곤해졌습니다.
흡사 등 따시고 배부르면 세상에 무서운게 없어지듯 내 마음이 충분히 데워지고나니
그다지 슬픈 일도, 그다지 걱정스러운 일도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조량이 떨어지고 바깥 기온도 내려가 햇볕을 쬘 시간이 부족한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쉬운데 마음의 허하고 우울하다 느껴지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냥 가볍게 처음부터 차근히 읽지 않아도 되니 내키는대로 펼쳐서 읽어보셔도
마음을 다독이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멋진 책임을 아실거예요.
서문에 남겨둔 작가의 질문이 생각납니다.
삶은 "앓음"이라고 대답한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눈물과 아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네요.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조용히 자문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비롯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길 위라고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다리고,
인내하고자 합니다.
"한치의 앞도 모르는 모두의 삶이 너무 야박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너무 멀지 않은 곳에 편안함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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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