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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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라고 하면 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민감한 감수성을 지녔고 섬세한 시인의 기질을 가졌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유연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또한 그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인상주의파 화가들의 한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풍파 방앗간 편지는 1866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단편 소설들을 모아 [풍차 방앗간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이 작품은 머리말을 포함하여 총 25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단편을 읽다보면 이야기 잘하는 이야기꾼의 얘기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는 청중이 된듯한 느낌이 들곤했다.
그의 작품에는 풍자와 해학이 있고, 인간미가 있고, 사랑스러움이 있다.




도데의 작품을 이야기하다보면 빠지지 않는 단편 소설이 있다.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의 이야기를 담은 [별]이라는 작품이다.

양치기가 짝사랑하는 주인집의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우연히 
깊은 산속에서 하루밤을 같이 지내게 되는 이야기이다.

병이 난 머슴을 대신하여 보름치의 식량을 전달해주고 돌아가던 아가씨는 
소나기로 불어난 계곡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을뻔하고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면서
저녁무렵 양치기의 산장으로 울면서 돌아온다.
그날 밤 잠못 이루는 아가씨에게 모닥불 앞에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양치기의 어깨에 졸음을 이기지 못한 아가씨는 살며서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든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긴 하였지만 오직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게 해 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잠자는 아가씨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끔 나는 이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이 든 것이라고 상상했다'

소설을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 글은 내 기억으로 고등학교 교과서 실렸던 글이다.
양치기의 순수한 사랑과 수 많은 별이 반짝이는 동화같은 아름다운 밤.
사춘기 소녀에겐 더 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알퐁스 도데의 다른 작품을 
읽지는 못했지만 내 머리속에 도데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이미지로 굳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후 대학교에 진학하여 선후배들과 [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야..아가씨를 그냥 보내냐. 등신이네'하며 히죽거리던 남자 선배는 
나의 아름다운 소설을 더럽혔다는 죄목으로 그이후로 오랫동안 상종을 하지 않았던 웃픈 기억이 있다.





여러 작품중에서 유달리 가슴에 남는 작품은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라는 소설이다.
증기 제분 공장이 세워지게 되자 풍차 방앗간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얼마동안은 버텨보았지만 증기 제분 공장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
결국 하나 둘 풍차 방앗간은 문을 닫게 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 풍차는 꿋꿋하게 버티며 힘차게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아무도 일감을 맡기지 않는데 어떻게 풍차방앗간이 돌아가는거지?
마을 사람들은 의문에 쌓인다. 
그리고 결국 꽁꽁 걸어잠군 영감의 풍차방앗간에 들어가 본 모습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코르니유 영감이 누구도 몰래
석고를 밀처럼 빻아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코르니유 영감의 사정을 알게된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일감을 들고 영감의 방차방앗간으로
몰려든다.

'가엾은 영감이 포대를 열고 방아를 살피느라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눈물을 글썽였지.'

괜히 나도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참으로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도데에 대한 나의 믿음과 신뢰는 한층 더 두터워진듯하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청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인
[아를의 여인]은 이후 비제에 의해 작곡됨으로써 더욱 애절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세미양트호의 최후],[세관원]에서는 인간의 죽음과 고단하고 버거운 삶이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서민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비극적 슬픔과 삶에 대한 
애환을 엿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나는 이 작품들이 쓰여지기 시작한 1866년도 한국은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주교박해로 인해 프랑스군이 함대를 몰고와 강화를 침략하는
병인양요가 터진 해이다.
고종이 즉위해있던 조선말기 이미 일본의 입김이 쎄지고, 낯선 서양의 문물을 만나기
시작하는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순진했던 민초들을 떠올렸다.
한참후의 소설들이긴 하지만 감자, 운수좋은 날, 메밀꽃필 무렵등의 소설을 
생각하면 비슷할려나 싶기도 하다.

아마 도데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방앗간 주인, 세관원, 군인들, 양치기등도 그 시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프로방스에서 소박하게 살아갔던 서민들이겠지.
그들을 소재로 아름답고,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도데의 감수성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프로방스의 푸른 숲과 향기로운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들녘,
먼지를 날리며 언덕을 오르는 노새가 이끄는 마차, 황홀한 붉은 노을..
아름다운 모습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위해요소도 없어서 아이들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해주고 
싶은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수작들만 담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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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365 - 꽃과 같은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의 선물
조서윤 지음, 정은희 그림 / 리스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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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들꽃이나 야생화, 화원에서 파는 꽃을 보고 

기가 막히게 꽃 이름을 맞추는 친구들이 있다.

사람 이름도 잘 기억 못하는 나에게는 꽃집에서 파는 흔하게 보는 꽃들 몇개 정도만

이름을 알지 눈 앞에다 꽃을 들고 흔들어대도 몇일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나는 항상 꽃이름을 척척 알아맞추는 그런 친구들이 부럽다.


이렇다보니 꽃말은 들어도 돌아서면 까먹기 마련이다.

화사하고 이쁜 꽃이름과 그 꽃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꽃 말들을 몇개라도 외우고 싶다는

다소 소박한 생각으로 '꽃말 365'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365개의 꽃과 꽃말을 실어놓았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이쁜 꽃과 그 꽃말이 방긋 웃고 있는듯하다.

더 기분 좋은 것은 꽃은 실사가 아닌 이쁜 일러스트로 대신했다는 점이다.

향기나는 어여쁜 그림책을 얻은 기분이다.





2월 7일.. 이 날은 나의 생일이다.

사심 가득한 채 그 페이지를 펼쳐든다.

파란색의 이쁜 수선화가 그려져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어쩜 꽃말까지 맘에 쏙든다.


그리고 짧지만 읽어두면 마음 한켠이 아련해지는 글도 실려있다.

뭉클하는 감동적인 글도 있고, 꼭 새겨들어야 할만한 삶의 나침판 같은 글도 있다.

매일 하루 한페이지씩 읽는다면 매일을 꽃과 함께 하는듯 할것이다. 

지치고, 짜증나고, 지리멸렬한 일상이 화사하게 꽃잎 색깔로 물들것 같다.  





짧은 글 아래에는 오늘의 한마디..가 적혀있다.

한마디지만 백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힘이 있다.

오늘의 한마디는 격려와 희망의 글들이 적혀 있어서 참 좋았다.

별볼일 없는 하루가 되지 않도록, 선물받은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게끔

짧지만 힘있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에 오늘 가장 감사한 세가지를 적어보자.

1. 오늘도 코로나에 안걸리고 건강하게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오늘 첫출근한 딸 아이가 씩씩하게 귀가해서 감사합니다.

3. 생일이라고 날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루를 꽃처럼 부드럽고 향기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을때쯤 몇개의 꽃말을 외울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춥고 매마른 계절에 꽃 향기를 품은 봄바람이 살랑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감사할 따름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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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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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쥬느비에브 브리삭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작가이다.

소설가이며 아동문학 작가인 저자가 이 작품으로 1996년 페미나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솔직히 프랑스 작가의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못했고, 저자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었던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읽다보니 상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섬세하게 잘 묘사를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1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동안의 이야기다.

단둘이 살고 있는 젊은 엄마인 누크와 아들 으제니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다. 


오우~~ 크리스마스라니~~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어떨까..

눈내리는 몽마르뜨 언덕엔 오렌지색 가로등이 켜지고, 사람들의 손에는

화려하게 포장된 크리스마스 선물들이 들려있다.

거리 곳곳엔 크리스마스 케롤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으로 가득하다.

어디선가 봤음직한 그림엽서 같은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통금이 있던 그 옛날, 유일하게 통금이 없던 크리스마스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겐 정말 축제와도 같은 날이었다.

밤새 친구들과 연인과 술을 마시고 거리를 쏘다녀도 되는 딱 하루.

청춘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날.. 

아마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리스마스는 '아주아주 특별한 최고의 날'이라는 정의가 내려진것이..


엄마인 누크는 이혼을 하였다.

가족이라고는 아들과 단둘뿐이다.

그녀는 화가였지만 그림을 그리고 파는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붓을 던지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 

친구와 친척들과 가족들로 북적이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어린 아들과 보내는 둘만의 크리스마스는 왠지 매우 희끄므리하고 따뜻한 온기가 없다.





게다가 어린 아들 으제니오는 어찌나 영악한지 엄마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는듯하다.

엄마가 으제니오의 에너지를 다 받아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꽤나 지쳐보인다.

좋아하던 그림을 때려치우고 화가로써의 경력은 단절되었고,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도 그녀를 생기있게 만들진 못한다.

이혼을 하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는 누크에게는 현재도 미래도 

어째 불안해보인다.


크리스마스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어린이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는다. 거리마다 집앞마다 반짝이는 트리로 장식이 되고, 

도시는 한껏 휘황찬란해진다. 

크리스마스는 그런 날이다. 찬란하고 따뜻하고 행복해야 하는 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볼려고 누크와 으제니로는 백화점을 찾지만 마치 명절끝의 시장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맥도널드 햄버거나 씹어먹는 둘의 크리스마스는 너무 쓸쓸해서

안쓰럽기만 하다.

궁여지책으로 친구네 별장을 찾아가보지만, 그곳도 그다지 누크에겐 편치 않다.


“처량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크리스마스를 좀 그럴듯하게 보냈으면 하는 것 정도.”


누크는 그녀에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려고 노력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녀의 삶은 그다지녹녹치 않은것 같다.

아들의 양육방법에 대해서 주변사람들에게 말을 들을때는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했을까.


아이들은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희생을 영양제마냥 먹고 자라서 어른이 된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면 엄마는 시들해질 수 밖에 없다.

어여쁜 아가씨가 억척스럽고 촌스러운 아줌마가 되는 믿을 수 없는 변신을 원하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내몰리게 된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내 식구,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아름다움을 던져버릴 수 있는게 엄마라는 존재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내내, 누크의 빡빡한 삶이 안스러웠다.

마음 같아선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워내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완벽하게 제대로 잘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깨지고 좌절하기도 할텐지만

지금 당신은 꿋꿋하게 아주 잘 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주고 싶다.


돌싱맘이며 워킹맘인 누크는 자신의 방법과 표현으로 아들 으제니오에게 사랑을 준다.

다른 이들이 볼때는 부족해 보이고, 어설퍼 보일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엄마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주눅들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행복한 삶을 그리고 꿈꾸며 나아가길.. 


누크에게 건넨 나의 위로에 내가 격려를 받게 되는 책이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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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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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가 한국 문학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연극으로 그 작품과 다시 조우하면서 이문열이란 작가는 천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리투아니아 여인은 작가 이문열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여 완성할때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이가 한때 티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음악 감독 박칼린이라는 사실로 인해 더욱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소설속의 김혜련란 캐릭터는

박칼린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의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인물이며 

실제 100%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매순간 상기해야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삶은 닮아있다.



언제적 사진인지 기억조차 희미한 수백개의 십자가가 언덕을 덮고 있는 십자가의 언덕인 샤울레이 

사진 한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1970년대의 중반 전망없는 재수생으로 지내던 부산 부민동의 어느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번째 골목 끝, 공터가에 있는 집 한채에 살고 있던 가족들이 조금 다른 외양을 하고 있는것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갈색 눈에 금발 머리를 땋아 내린 열짜리 이국소녀 김혜련과의 만남.

외양은 영락없는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투박한 부산사투리를 쏟아내는 그녀가 동네 아이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한국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후 작은 극단에서 총무겸 소품담당으로 일하던 나는 음악 스탭으로 오게된 그녀와 조우한다. 

이렇게 그녀와 나는 극단 관계자와 음악 감독이라는 업무상의 인연으로 우연한 만남과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게 된다.


극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없지만 소설의 배경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발트 3국중의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소련의 식민지로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혜련에게서 듣는 리투아니아의 전쟁과 아픈 역사,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혜련의 외할머니와 두 이모와 엄마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서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된다.


김혜련의 조국은 리투아니인가, 미국인가, 아님 어릴때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인가..

코카서스 인종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어릴적 골목길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눈물 지었던 것처럼 그녀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크게 음악적으로 성공을 하자 비난 어린 시기와 질투로 그녀의 음악적 성취까지 문제 삼고 그녀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준다.







이문열 작가가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그의 필력이 주는 압도적인 몰입감은 근래에 여타의 책에서는 경험하기 드문 현상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작품을 읽을때 문학적인 시각으로써만 대하고자 노력했다.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따지게 된다면 솔직히 나는 이문열 작가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는데, 리투아니아 여인에서도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홍위병들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파와 지도자를 따라 주지 않는 작가를 문화 권력이란 이름으로 몰아댔다.

처음에는 인터넷 대자보로 그 작가를 난도질하더니 급기야는 그 집 앞에 몰려가 서점에서 아직 팔리고 있는 그의 책을 장례 지내기까지 했다.

(중략)

한국의 홍위병들도 어느 분야건 권위나 인기를 누린 이면 모두 문화 권력의 팻말을 달아 매도하고 표독스러운

언어로 사형을 가했다.'


시민단체의 행동을 홍위병에 비유하는 그의 논법은 이후 진중권과 벌인 논쟁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번졌고 이문열 작가의 책들이 그의 집앞에서 화형식을 당한 일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작품으로써의 리투아니아 여인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과 재미 또한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자유성이 보장되어야 하듯 문학의 자유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나는 그와 정치적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그의 문학적 성취와 작품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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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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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학사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차지하는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작가들 중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하여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그의 사후 여러 작품들속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는 등 70여년이 지난 그의 사후에도 

꾸준히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작가다.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 아오모리현 지주의 집에서 태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동경해 소설가를 지망하고, 도쿄제국대학 재학 중 '열차'로 데뷔했다. 

여러 작품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약하다 자살 시도를 일으키는 등 구설수에 오른 

사생활로도 화재가 되었다. 

1948년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인간 실격]을 쓴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간 실격은 일본 교과서에다 실렸을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내가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간실격'을 읽어보고자 한 것은 이 작품이 다자이 오사무의 본인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거의 90%정도는 그의 삶과 작품 속 요조의 삶은 동일하다고 봐야할것이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 


첫문장이 주는 강력할 울림 때문일까..가슴속에서 쿵소리가 나는듯 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일텐데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인간 실력이라고 말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있어 좀 난해한 작품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이 보통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요조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릴때부터 몸이 약하였다.

집에는 많은 하인들을 두었는데, 부모님이 바빠 집을 비울일이 많아 하인들이

요조를 돌봤는데, 그들로부터 못된 짓(?)을 당하고 익힌것 같다.


병약한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두려워하는 나약함을 익살로 포장하며 살아간다.

알콜과 여자에 중독되어 가며 병약했던 그는 결국 폐결핵까지 앓게 되고 

몰핀에 의존하며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들어간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를 모다못한 지인들이 폐결핵 치료를 하러 병원에 입원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정신병원에 가둬두기조차 한다.

그는 이 일에 극노하였지만 따져보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우울한 현실과 더 암울한 미래.. 소설의 어느 구석에서도 밝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극도로 섬세한 성격때문인지 소심한 성격때문인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의 곁에는 여자들이 따른다.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갈아타며 그녀들이 벌어오는 돈이나, 여자들의 옷가지들을

팔아가며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는 생애 5번의 자살을 시도했고, 마지막에 그녀의 애인과 함께 

끈으로 서로 몸을 묶은 후 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한다.

자신의 나약함과 정신적인 문제를 이 책에 전부 털어놓았다. 

어쩌면 그의 유서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를 일본의 문단에서는 천재적인 작가라는 평을 하고있고, 일본의 수 많은 젊은이들이

다자이 오사무를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부분이 좀 마음에 걸린다. 

그의 작품속의 우울함이 일본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대변하고 있는건 아닌지.. 

언제가 읽었던 일본의 현대 소설속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하여 어떻게든 

애인과 자살하고 싶다고 떠들고 다니는 소설속 인물 이야기를 읽고

아연실색 하였던 경험도 있었던터라 이 작품을 대하는 나는 여느때와 달리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전쟁 직후, 불안한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나약한 인간들의 결핍된 삶을

잘 그려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에는 인간실격 외에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아침],[메리크리스마스]와 같이 짧지만 또 다른 느낌의 그의 작품도 접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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