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요리 -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네코자와 에미 지음, 최서희 옮김 / 언폴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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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네코자와 에미씨는 뮤지션이자 작가이며 칼럼니스트이다.

그리고 영화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재다능한 그녀는 2002년 프랑스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였다.

그녀의 나이가 50을 넘었으나 독신자로 사랑하는 고양이과 함께 살고 있다.

비혼주의자들이 많은 일본에서는 아주 흔한 1인 가정의 모습이다.

후쿠시마에서 자라다 열여덟살에 도쿄로 와서 스물여섯 살에 싱어송 라이터로 데뷰하였지만

생활이 여유로웠던 적은 없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시간을 내어 장을 보고 식자재를 손질하고

혼자 먹을 소량의 음식을 하고 남은 재료들을 정리하고 설겆이 하는게 솔직히 참 귀찮다.

간편하게 인스턴트 음식을 먹거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혼자 식사해야 할 경우, 밥솥에 남은 밤에다 냉장고에서

밑반찬 두어가지 꺼내서 대충 떼우기 일쑤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싫은건 야채칸 구석에서 물러 문들어진 야채 꼬투리들을 볼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무리 적게 산다고 하더라도 1인분의 요리를 하고 나면 식재료들이 남기 마련이고

언제 넣어두었는지 까먹고 있다가 형체를 알 수 없는 야채들의 사체를 발견하곤

절망하곤 한다.





네코자와 에미씨는 요리사가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요리를 한다.

그리고 햇볕 좋은 베란다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혼자만의 행복한 식사를 한다.

혼자는 외톨이가 아니다.

나 자신과 단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혼자 보내는 시간은 바깥 세상과 이어져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요리을 하고, 그녀만의 레시피를 가지게 된 것은

여유롭지 않았던 경제적인 이유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살 수 있는 식재료는 정해져 있고, 남김없이 먹기 위해서 다양한 요리를 생각하고 궁리하여

그녀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소박하지만 일상의 행복한 생활을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요리들은 프랑스에서 그녀가 즐겨먹던 요리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식재료들도 있어서 흉내내기 어렵지만

요리된 사진을 보고, 일상을 전하는 솔직담백한 글을 통해 음식의 맛과 풍미가 느껴진다.






나이 많은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고양이들의 집사를 하며 지내는 삶이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그녀의 삶은

여유롭다, 자유롭다, 외로워보인다, 부럽다. 노후가 불안하겠다 등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결국 타인들의 시선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가 행복하고 , 내가 만족하면 그만일걸..

가끔 생각한다.

나이를 먹고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그러다 혼자만 남게 되었을때

나는 그녀처럼 나 자신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내 자신을 절친대하듯 살갑게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가장 가까워서, 너무 잘 알아서, 홀대를 하고 있진 않을까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아는 그녀가 부럽다.

그리고 더 늦기전에 나도 나와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영양가 듬뿍 든 음식을 나에게 대접해주고 싶다.

현재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고 있다고 한다.

글 곳곳에서 프랑스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고양이들과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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