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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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녀의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으로 비평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프랑스 문단에 등장하였다.

심심풀이로 6주만에 완성했다는 첫 작품의 성공이후로 그녀가 내놓은 작품들은 세간의 이목을 끌며

영화화 되기도 하는등 천재적인 글재주를 가진 작가라는 호평을 받게 된다.

[길 모퉁이 카페]는 사강의 단편집으로 1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편의 단편들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별과 죽음, 인간 내면에 드리워진 고독과 번뇌를 그리고 있으며

두어편은 끊어질듯 다시 이어가는 인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거운 이야기에 비해서 꽤나 담담하고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강의 작품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다.

1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상식적인

삶에서 조금 빗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늙고 돈 많은 여자의 애인 노릇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

사랑하는아내와의 관계에 의심스러운 친구를 죽도록 경멸하는 남자.

두번째 남편과의 이별 후 남편의 비서와 바람이 난 백작부인의 자살 등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지만 헤어짐에 대한 무게가 어찌 가볍기만 하겠는가..

누구에게든 이별이란 어떤 모양새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점에서는 그런 이별도 초월함으로 다루려고 하였지만 차근히 읽다보면

절제된 감정들이 글속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난치지 마. 난 장난할 여유가 없어. 난 그렇게 못해. 어서 가버려!"

계단을 오르던 여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늙어버렸다.

나이는 오십을 넘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여자는 서둘러 짐을 싸고 큰 침대에서 홀로 잠을 청했다.

이것 참 짜증난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

의연한 척 애인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남겨졌을 때의 고독과 허망함을

아무도 모르게 침대속에서 흐느껴 우는 여자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쎄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심장을 가지지 않은 이상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롬의 사냥감은 산양이 아니었다.

그의 사냥감은 금발 머리에 옅은 황갈색 스웨이드 정장을 입고 있다.

그의 사냥감은 참으로 죽이기 어려운 사냥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불륜을 의심캐하는 친구의 행동을 본 후,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에게서는 배신감과 질투로 사로잡힌 한 남자의 광기를 엿볼 수 있다.

어쩌면 수 많은 이별의 이유에는 배신감과 질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배신감과 질투는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황폐하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산양을 끝까지 쫓아가지만 결국 산양에게 총을 쏘지 못한

남자의 감정에 저릿함을 느꼈다.

물론 샤를에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좀스런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정말 고약했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약 샤를이 있었다면 기차안의 모든 화장실 문은 이미 오래전에

다 열렸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사냥개 눈을 하고서 그녀를 쳐다보며 길고 넙적하고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을 것이다.

'무섭지 않았소? 이 말도 안되는 사고가 불쾌하지는 않았소?'

항상 자유를 추구하는 그녀는 미스트랄(기차)를 타고 애인에게로 가서

별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 남자와 이별 후 실컷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기차안 화장실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좁고 소독약 냄새 가득한 카키색의 기차안 화장실에 갇혀버리게 된다.

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서 그녀는 이별하려고 했던 남자 샤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할 사람은 샤를뿐이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가까스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샤를이 기다리는 역에서 하차한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우리 언제 결혼해? "

많은 사람들은 만남도, 이별도 이미 결정된 운명이라고 말한곤 한다.

하지만 그건 운명이 아니고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이 정해놓은 운명도 인간의 의지 앞에는 변수가 발생하는 법이니까..

나와 그대의 선택으로 만남도 헤어짐도 결정되는 것이니 이별 또한 운명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만나고 헤어지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짙은 회색같은 고독의 색깔도 느낄 수 있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내는 탁월한 글솜씨를 가진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이 프랑스에서 천재 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등 유럽각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조금 독특하고, 평범하고,

야릇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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