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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언제부터 인지 자연스럽고도 자주 듣게 되었다. 오늘 만난 <여전히 미쳐 있는>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 이후 40년 만에 두 저자의 책이다. 40년 전이나 지금 여성 운동은 어떻게 변해 있었나? 1950년 대 페미니즘 운동은 미비했지만 그 씨앗이 되기에 충분히 들끓기 시작했다. 여성의 기준은 남성과 다르게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모습만을 강조하던 시기에서 이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과정이 시작이 되었지만 그 앞길은 넘어야 할 장애가 많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힐러리 로댐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의 운동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시인과 소설가 등 여성 문학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은 단순히 여성 인권만이 아니라 인종차별과 성차별까지 넘어선다. 이를 보면 혐오의 시작 그 뿌리는 하나였고 그것이 위로 올라오면서 여성과 인종, 성에 대한 차별로 나누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분노는 오래전부터 시작이 되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시인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실비아 플라스는 남편보다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시에 대한 해설은 미국 내에서도 살아생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고 중요한 것은 시를 통해 억압된 여성의 목소리를 풀어냈다는 점이다. 여성 문학인들은 이렇게 소신껏 작품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고, 음악으로 목소리를 낸 예술가들도 있었다. '블랙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있는 데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을 생각할 때 전체적은 여성 운동이라 생각을 했지만 이민족으로 이뤄진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를 생각하면 그 안에는 백인과 흑인, 라틴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흑인 인권에 대해 소리가 높아질 때 그 안에서는 여성 흑인의 입장은 흑인 남성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학교에 갈 수도 없고, 개인적인 공간이 없음을 써 내려갈 때 흑인 여성은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흑인 남성의 성차별이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그 안에는 흑인과 여성차별 속에서 혼란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 속엔 음악가인 니나 시몬이 있었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는 텍스트와 다른 도구로서 시몬의 음악은 흑인으로서 여성으로 가지게 된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 인물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베트남전 반전운동으로 여성운동이 더 움직이게 되었고 나아가 성 혁명으로까지 이어진다. 인권 운동은 여성뿐만 아니라 젠더 운동도 포함을 하고 있다. 여성 강간 사건에 대한 내용은 사건을 다룬 다른 책에서도 종종 읽기도 하는 데 왜 피해자인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가해자인 남성은 반대일까? 그 깊은 내면에 자리 잡은 성에 대한 인식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것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최초 프로파일러를 창시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앤 울버트 버지스는 피해자인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가야 하는 인식을 바꾼 여성이다. 사람들은 변화가 큰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작은 것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 1970년 대 와서야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지만 그전까지는 아직 걸어가는 과정이었다. 여성 참정권 획득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놀라움이란... 선진국이니 당연히 여성 인권 역시 빨랐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리고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성 혁명이 일어나고 가정생활에만 살아야 했던 여성의 삶은 차차 그 틀을 벗어나려는 파동을 일으켰다.
펠로시(하원 최초의 여성 대변인)가 일어선다.
거짓 텍스트, 자아도취의 텍스트, 나라를 분열시키고 나라의 안전망들을
와해시키려는 불한당의 텍스트를 찢어발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그저 트럼프의 장광설에 등장하는 "미친 낸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저 미친 여자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타당한 이유로 여전히 미쳐 있는 것이다.
가부장제의 특징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구분 된다는 점인데 케이트 밀릿의 [성 정치학]에서 이런 구분의 뿌리는 '신화적 요소'가 여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부양한 남성에게 의존한다는 것, 인간 삶의 해악이 여성 때문에 생겨났으니 반드시 남성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영어 문법에서도 성차별이 존재하는 데 모든 인간을 지칭하는 man, 사람들을 의미하는 men, 성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땐 he라고 한다. 애써 뭐 문법까지 차별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적었듯이 작은 이런 행위가 점점 스며들 때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여성 문학인들은 sf를 통해 더 여성 운동과 인권에 대해 발설하기 시작한다. 토니 모리슨, 마거릿 애트우드, 수전 손택, 앨리스 워커, N.K 제미신 , 버니지아 울프 등 그들의 문장으로 비극이 되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었다. 그중 앤 카슨은 '소리'로 성차별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인류가 발전한 이후 여성의 존재는 영웅이 아닌 다른 존재로도 그려내지는 것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때론 이런 모습이 점점 여성의 삶을 조여들게 한다는 자체가 무섭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커 갈수록 문제는 오히려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같은 여성임에도 다른 여성을 비하는 것이 늘어나는 데 이를 보면 안타깝다.
그리고 이런 여성 해방 운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트럼프와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힐러리 로댐)은 패했고, 그 후 트럼프는 오바마에게 패했다. 최초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백인 남성들은 백인, 남성, 기독교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단체에 가입했고 트럼프는 난동을 선동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 운동을 더 크게 퍼져갔고 앨리슨 벡델로 인해 어미니 세대 역시 어머니들조차 딸들의 가치를 깎아내렸음을 알게 된다. 동시에, 여성의 심리가 아닌 신체적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를 다룬 이브 엔슬러는 V-데이를 창설했다. 이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고문은 여성의 일생을 짓밟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는 동안 고통을 준 것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의 운동의 시작은 인권이었고, 엔슬러의 V-데이와 '10억 명 궐기'는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을 요약한 것임을 저자는 말한다. 이란의 강제적인 베일 착용 반대 운동, 투병 중임에도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와 맞서 싸운 오드리 로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누스바우의 활동 등 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여성들의 행진에 나의 시야가 좁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기가 바뀌면서 페미니즘을 이끌었던 여성들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인종과 여성 인권이 아닌 환경 보호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