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순례자'에 대한 단어를 최근에 많이 듣게 되었다. 스페인의 '카미노의 길'로 인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여러 책들로 출간이 되고 이렇게 소설로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순례자라고 해서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발길일 닿는 곳이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는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숨어있는 아픔들과 상처 그리고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 숨어져 있다. 이것을 걷는 동안 하나씩 내보이면서 슬픔을 씻어버리고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고 있다. 소설은 '해럴드'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송이 되면서 시작이 되고 있다. 오래전에 같이 근무했던 '퀴니'라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 자신이 무척 아프다는 내용 그리고 답장을 쓰고 우체통을 찾으러 간 짧은 순간 '해럴드'는 즉흥적으로 결정을 하지 않는 모습에서 그는 조금만 더 걸으면 또 다른 우체통이 있으니 거기까지 걸어가자는 마음으로 다시 걷는다.

 

이렇게, 조금만 더 걷자는 마음이 그녀가 있는 병원까지 걷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초반엔, 부인까지 있는데 한 여인을 찾아가는 애기인가 해서 실망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해럴드'와 같이 걷다보니 그의 안에 남겨져 있던 아픔들이 하나씩 돌출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안한 부부생활 그리고 유일한 아들이었던 '데이비드'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하고, 자식을 외면해버린 모습들..걸을 때마다 그는 과거의 모습들을 회상하면서 하나씩 깨닫기 시작한다.

 

사람에게는 생각이라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오로지 생각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해럴드가 만약 걷기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을 불우한 삶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과감히 걷기 시작했으며 장비 역시 준비하지 않은채로 오로지 '퀴니'가 있는 병원을 향해 걸었다.

 

그럼, '퀴니'는 어느 존재일까. 그의 아내인 '모린'은 불안해 하고 있다. 사랑하지만 마음을 닫아버린 자신으로 인해 해럴드가 그녀에게로 갈까봐.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퀴니'로 인해 모든것이 달라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20년전 해럴드와 동료였으며 어느 순간 퇴사하고 떠나버렸던 그녀가 이제는 해럴드의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켜줄 사실이다. 친구로써 자신이 걷고 있으면 다시 건강해질 것이라 믿고 있는 해럴드 황당한 행동일지라도 이것은 그에게 용기를 주는 시발점이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해럴드를 방송을 타게 된다. 그가 잠을 자고 스치는 인연으로 인해 영국 전체에 그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무조건 순례를 걸으려는 자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마치 그들이 우루루 사라질때 '해럴드'는 무서웠다.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무섭다. 그는 순례를 통해 알게 다시 한번 그 감정을 느껴버린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고, '퀴니'에게 가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순간 '모린'은 그에게 용기를 주게 되었다.

 

해럴드가 걷기를 시작하면서 초반 반대하고 의심을 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아니다. 혼자가 된 순간을 맞이하면서 그녀 안에 있던 또 다른 감정들이 올라오면서 해럴드가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해럴드 역시 자신의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있었지만 아들로 인해 닫혀버렸던 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었다. 언제나 무섭고 불편해 하던 아들..불행한 어린시절로 인해 그는 아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결국 이일로 인해 이들에게 커다란 상처가 남겨졌지만 '해럴드와 모린'은 마침내 이겨냈다.

 

걸었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이 걷기를 통해 터진 것 뿐이다. 감정을 숨겨서는 안된다. 지난날 아픔이 있다고 안으로 쌓이기만 하면 영혼이 죽어가기만 할 뿐이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는 삶에 대한 한 부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작은 꼭 한 번이 아닐 수도 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다시 생길 수 있었다. 반대로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에 하던 일을 그냥 계속 하고만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과 직면하여 그것을 극복했다. 따라서 진짜 걷기는 이제야 시작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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