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오디세이 - 억새야 길을 묻는다
배성동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 여행을 좋아하기에 또 하나의 여행지를 만날 거라는 기대를 했답니다.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 대신 영남 알프스 오디세이 라는 제목이 먼저 끌렸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한장 한장 넘기면서 느껴지는 것은 여행의 즐거운 감수성 대신 잘 찾아가지도 그리고 드러내지도 않는 '오지'를 보여주고 있었답니다. 오지의 여행 또한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기에 '여행의 즐거움'을 기대했지만, 여행 대신 사람의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과 같은 생각을 주었네요.

 

특히, 한국전쟁 당시 오지는 피난처의 하나로 종종 되었다는 겁니다. 빨치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살기 위해 이름 모를 산을 넘고 도착한 곳 그곳에서 새로운 삶보단 고달픈 인생이 기다리고 있음을 .... 희망 대신 포기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던 그 시절..저자는 오지의 여러곳을 찾아다니면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구구절절 사연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마을에 수몰이 되면서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저보다 몇십년은 살아온 삶에 대해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랬지요. 또한, 산과 오지를 소개해주는데 처음 듣는 곳도 있고 생소한 그곳의 지형의 이름 때문에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곳 역시 국내에 존재하는 곳인데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이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많은 곳을 소개해주었는데 어느 곳을 알려줘야 할지..<영남 알프스의 왕고개, 간월재>는 과거 맹수들의 정글이었다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제재소가 있었던 마을도 있고, '왕방골'는 한국 전쟁 당시 빨치산 지휘부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었답니다. 그외에는 억압받는 민중, 박해를 받던 천주교 신자 등 민족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렇게, 오지마을은 지친 마을을 쉬기 위함 보다는 삶에 대한 의미를 던져주는 곳이었답니다.

 

외국의 오지 여행을 볼 때면 궁금하다 저런 곳이 있구나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할 뿐이었는데 정작 현지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 역시 아픔 역사를 가지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곳을 남겨두자고 하기엔 그곳의 생활이 어렵다는 거죠. 그 흔한, 의식주 역시 직접 재배하고 해야하는 것인데 이것을 남겨두자면 차후 관리에 대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울산의 호리병 계곡 우음골은 이제 터널이 뚫리고 변전소가 생긴다 합니다. 그럼 그곳도 이렇게 사진과 활자로만 남게 되는 거죠. 마지막 그곳의 주민이었던 할아버지를 저자는 만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특히,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저 역시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답니다.

 

점점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본인 역시 그 흐름에 살아가고 있답니다. 먼 발치로 이런곳은 남겨둬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 할 뿐 직접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는 겁니다. 불편함도 있고 도시보다는 생활이 버거운 '오지마을'이지만 그곳에서 터전을 삼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거처인 곳...지금도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는 이곳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꼭 생겨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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