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시! - 그 개의 전기, 버지니아 울프 기록
버지니아 울프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라우닝 부인이 보는 것을 플러시는 냄새로 인지했다. 그녀가 글로 표현하는 것을 플러시는 코로 킁킁거렸다.

-본문 중-

 

반려동물이 인간 삶에 끼어든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럼에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늘 만난 <플러시 !>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로 영국 시인인 배럿 부부와 함께 살았던 반려견인 '플러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서술을 했을까? 궁금했는 데 울프에겐 동물 역시 사람이 가진 감정들을 책에서 표현하고 있었다. 스패니얼 종의 하나로 들판을 자유롭게 뛰던 플러시는 주인인 미트포드 양에 의해 엘리자베스 배럿 양에게 인도 되고 그녀와 함께 죽을 때까지 지내게 된다. 소설은 플러시가 누구의 제약도 없이 미트포드 양과 같이 살다가 그녀가 유일하게 플러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럿에게 플러시를 선물한다. 주인과 헤어지는지도 모르고 새로운 저택에 간 플러시는 주위에 있는 사물과 냄새가 신기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눈 앞에서 집으로 가는 문이 하나씩 닫히는 것을 봤다.

 

두려운 감정이 휩싸일 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곳을 보니 한 여인이 침대에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본 순간 서로의 닮은 모습에 빠져버렸고 플러시는 아픈 배럿을 위해 들판과 자유를 포기하며 늘 그녀의 침대 아래 또는 방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영원할 거 같은 그 시간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데 하녀인 윌슨이 편지를 배럿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그 편지로 인해 배럿의 감정 변화가 생기고 플러시는 그것이 무엇인지 비록 말을 하지 못하지만 가족이 느낄 수 없는 배럿의 변화를 알았다. 소설은 배럿과 미래의 그녀의 남편이 될 브라우닝의 만남을 보여주면서 플러시가 소외시 되는 감정을 보여주는 데 반려 동물의 감정이 이럴 수도 있구나 했다. 그러나, 늘 소중한 존재인 플러시였다는 사실.

 

또한, 당시엔 귀족과 평민의 삶이 극도로 격차가 컸고 시골에서는 목줄 없이 어디든 뛰었지만 런던에서는 목줄을 해야만 공원에 갈 수 있었다. 때론 자유가 그리웠지만 배럿와 함께 하면서 과감히 포기한 플러시. 그랬건 그가 납치가 되었다. 가족 모두가 포기할 때 배럿만이 포기하지 않고 범인들과 흥정을 해서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 이 부분을 실화로 책에서는 한 번인데 실제로는 세 번이나 납치가 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배럿이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봤고 훗날 시에 표현을 했다고 한다. 배럿은 장녀였지만 허약했기에 늘 집안에만 있었는 데 브라우닝을 만난 후 플러시와 같이 이탈리아로 도주를 한다. 그곳은 런던과 전혀 다르게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으며 아이까지 출산하게 되었다. 새로운 행복을 맞이하는 브라우닝 부부와 플러시 하지만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플러시의 시간은 인간보다 빠르게 흘러가기에 헤어짐도 빠를 수밖에 없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플러시 !>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과 역시 플러시를 설명할 때 주위 배경이 아닌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요소가 울프다웠다. 특히, 플러시가 브라우닝에게 느꼈던 질투가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의 묘사는 단순하고 간결했지만 그의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 또한, 하녀인 윌슨은 실존 인물로 배럿이 이탈리아로 갈 때 같이 갔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여성이었다. 그녀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지만 배럿에게 있어서 중요한 존재였다는 점은 확실했다. 배럿은 늘 몸이 약해 집안에만 거주했는 데 이탈리아로 간 뒤 15년이나 더 살았다. 평생을 병상에서 살수도 있었는 데 플러시를 만나고 남편인 브라우닝을 만나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버지니아는 플러시를 보여주면서 인간과 반려견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영국의 빈부 격차를 동물을 통해 꼬집어 보여주어 동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플러시가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겪은 일들은 성장 과정으로 무엇을 버리고, 얻고 또 영유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꿈을 꾸는 개처럼 잤다. 다리가 씰룩거렸다. 스페인에서 토끼를 사냥하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토끼들이 덤불에서 쏜살같이 튀어 나오자, "스팬! 스팬!"이라고 외치는 거무스름한 남자들과 함께 뜨거운 산비탈을 뛰어오르고 있는 걸까? 잠시 후 그는 다시 얌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재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여러 번 연달아 컹컹 짖었다.

-본문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