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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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그림은 많은 글 보다 더 위로를 해 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주의, 인상주의 등 다양한 화풍이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에게 의미를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중세 시대엔 문맹이 많았기에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교훈을 알려주곤 했는 데 이젠 그것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위로 하게 되었다. 오늘 만난 <사적인 그림 읽기>는 바로 그런 책이다. 저자가 소개한 작품들은 유명해서 관심을 갖게 한 게 아니다. 그 작품 속에서 그려진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혼자서 어디를 갈 수 없던 시대에 마차를 직접 끄는 여성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테다. 이를 시작으로 보여주는 작품마다 저자의 지난날 이야기는 공감이 되면서 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팬더믹 이후 타인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고독함을 묘사했다고 하는 데 나 역시 그의 몇 작품만 보더라도 쓸쓸함을 느꼈다. 하지만, 저자는 고독을 이야기하는 대신 그 모습에서 찰나의 평온함이 있음을 말한다. 퇴근 후 카페에 들러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살아생전 호퍼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떤 설명이 없었기에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람들은 작품을 보면서 외로움을 알아가면서 해답을 찾고 있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다르건 간에, 다름 자체는 애초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혹은 그것 덕분에 친구가 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문제는 그 다름을 인내하고 극복하면서까지 상대와 함께하고 싶은지였다.

-본문 중(에드가르 드가)-

 

아무리 코로나 사태를 겪었다 하더라도 타인과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주위 환경이 아닌 오로지 자신으로 인해 멀어지는 것이 인간관계로 책에서 처음 알게 된 화가인 '에드가르 드가'는 디에프에서 여섯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란 가족 외에 또 다른 존재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는 존재다. 직설적이고 거침 없는 말투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맺지는 못했지만 그가 혼자 고독에 빠질 때 그를 돌봐주고 이끌어 준 친구들이 있었다. 드가의 삶을 보면 30년 우정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던 그 시간으로 다시 그 누구도 돌아갈 수 없지만 그 과거로 인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또한 상대를 이겨야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의 의미는 자신 안에 있는 힘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경쟁의 또 다른 의미와 인간의 몸이 선과 악으로 구분 되어 불리던 시절에 남성의 몸은 선이라 하고 여성의 몸은 선과 악을 지녔다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단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역사의 한 부분도 만나게 된다. 그 중엔 태양중심설(지동설)을 발견한 코페르니쿠스가 있다. 유럽은 기독교 중심이었기에 그의 발견은 종교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여기서, 단지 천동설이 옳지 않다라고 주장하기 보단 잘못된 진리인 경우 시정하는 게 신의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 그였다. 이 점을 보면 내 말만 옳다고 밀어붙이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임을 생각한다.

 

전통에 대한 도전 없이 인류사의 수많은 발전은 존재할 수 없었다. 이는 역으로 전통이 있기에 이후의 발전이 가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문 중(코페르니쿠스)-

 

가장 힘든 시기에 런던으로 온 모네가 남긴 런던의 수많은 작품과 사는 동안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했던 반 고흐를 보면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매번 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새롭다. 미술에 문외한 이지만 언제나 그림은 나에게 말없이 위로를 주고,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혼자서 고민해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미술관에 가서 직접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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