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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 ㅣ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아르테에서 출간되는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 두 번째 도서<평온한 삶>을 만났다. 저자가 낯설지가 않았는 데 <연인>, <히로시마 내 사랑>를 쓴 작가였고, <연인>은 소설 보단 먼저 영화로 그것도 평판으로 알게 된 작가였다. 문득, <연인>를 읽고나서 사람들이 말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심리가 무엇인지...당시 책을 읽으면서 알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 흘러가듯이 잔잔하게 보여주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 오늘 만난 도서 역시 그랬다. 보통 제목을 보면 본문을 읽기도 전에 어떤 내용인지 가늠을 하게 되는 데 '평온'이라는 단어가 왠지 반어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역시나 첫 장을 넘기면서 싸움에서 패한 한 남성과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시선이 소설 전체적인 분위기를 먼저 느끼게 했다.
책은 화자인 '프랑신' 여성으로 흘러간다. 20년 전 아버지가 시장으로 부유층에 속했으나 외삼촌인 제롬으로 인해 시장에서 물러나야 했고 프랑스 시골로 도망치듯이 왔다. 그렇게 프랑신의 가족은 20년동안 그곳에서 농사를 하면서 근근히 살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동생 니콜라가 여인 클레망스를 임신을 시키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 데 이것이 불행이었을까? 두 사람의 결혼을 강행한 것은 제롬이었지만 동시에 클레망스와 불륜 관계였던 제롬. 이 사실을 먼저 알게 된 건 화자였고 어떤 결과를 바랐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두 사람이 싸워 제롬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그 뒤 클레망스가 니콜라를 떠나고 이 시기에 맞춰 2년 전 클레망스와 니콜라가 결혼 한 뒤로 간간히 나타나던 뤼스가 니콜라에게 다가온다.
동시에 화자와 그녀가 마음에 둔 티엔 이라는 남자와 관계가 발전이 되는 듯 하는 데 티엔의 존재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문제가 되었던 '제롬'이 사라졌으니 평온한 삶이 시작되겠다 했지만 그 뒤 동생 니콜라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가족들. 이 일로 잠시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지만 그곳에서도 화자는 또 다른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문득, 화자의 입장보단 독자로 삶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의도치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게 인생이라고 해야할까? 뤼스 역시 니콜라를 마음에 둔 줄 알았지만 다른 사람을 두고 있었다. 화자의 시선으로 따라간 인물들을 볼 때면 혼란스럽다. 책이란 본디 작가의 생각을 투영하는 것이라 하는 데 <평온한 삶>은 제목부터가 이질적이었는 데 저자가 쓰는 소설 대부분은 가족의 불안, 절망을 묘사하고 있는 데 <연인>에서도 주인공과 가족의 관계 역시 그러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화자가 다시 한번 살던 곳으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을 보면서 삶에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권태'에 대한 프랑신의 생각이 등장하는 데 '평온한 삶'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스스로 그 길을 찾는 게 답이라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문체가 뭐랄까..부드럽다고 할까? 그저 묘한 느낌을 들게 하는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