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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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별 인사는 최대한 엄숙하고 거창하고 화려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건 떠나가는 자와 남겨지는 자, 그 모든 존재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테니까.

-본문 중-

 

에세이를 언제부터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나에게 전환점이 생기면서 '삶'을 알고 싶어졌고 선택한 게 바로 '에세이' 분야다. 여행 에세이는 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읽었지만 그 안에는 늘 여행지에 대한 모습이 컸기에 부럽기만 해서 읽고나면 별 감흥이 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심리에 관한 책들이 출간이 되면서 사람이 살면서 겪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보면서 한편으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즉, 자신만 아프다는 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고 그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냈는지...때론 교훈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중 핀-에세이로 첫번째 도서를 만났다. 책 제목인 <밤의 약국>를 보고 있으니 약국은 특정인이 아닌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간인데 앞에 '밤의'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렇다보니 문득 읽기도 전에 생각이 많아졌다.

 

저자의 작품은 핀 소설인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로 알게 되었다. 노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로 읽는 내내 섬뜩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강렬함 때문에 <밤의 약국>이 비록 에세이나 어떤 내용일까....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책은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 약사로 약국과 관련된 내용도 있고 때로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을 이야기한 부분도 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지만 사실, <밤의 약국>의 작은 소주제로 있던 내용들은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했는 데 그건, 어쩌면 정말 약국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존재였다는 생각에 더욱 그랬다.

 

늦은 시간 말없이 들어온 한 소녀, 학교를 그만두어 배달 일을 한 소년, 할머니들이 우루루 몰려와 필요한 약을 사가는 장면 등 읽다보면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인 데 여전히 외면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련하고 씁쓸하다. 한편으론 이런 내용을 무덤덤하게 써내려간 문장을 보면서 끝이 희망적인(지극히 주관적인..) 글에도 난 그저 고객을 끄덕이는 것만이 최선의 답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또한, 소설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를 읽어서 그런지 약국에 찾아오는 노인과 등나무 밑에 앵무새 인형을 갖고 있었던 노인의 모습이 쉬이 잊혀지지 않는데 문득 '노년의 삶'이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군가는 평안한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에서 보여주는 건 암울한 모습이라..나도 모르게 떠오르게 되었다.

 

헤어짐도 이별도 누구도 원하지는 않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공평하게 겪어야 하는 일이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을까? 문득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공감이 되는 글이나 비슷한 일을 겪은 일화를 읽을 때면 ...에세이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왜냐면 세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니깐 말이다.

 

낡고 오래된 주머니 속 돈이 안전해졌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할머니는 국수 국물을 마시며 들뜬 목소리로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통장에 돈을 모으는 이유는, 다시 한번 하꼬방을 짓고 젊었을 때처럼 장사를 해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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