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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도 서: 우선 이것부터 먹고 / 저 자: 하라다 히카 / 출판사: 하빌리스
사장이 되고, 성공한 뒤로 제일 기뻤던 일이 뭔가요?
...동료이려나.
-본문 중-
요리 관련 책을 읽을 때면 음식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타인에게 말 대신 따뜻한 음식을 해 주는 것만으로 마음을 전한다 마치, 그림을 통해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즐겨 하는 것이 아니기에 요리가 섞인 책을 읽다보면 생소하면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또 요리구나 한다. 오늘 만난 <우선 이것부터 먹고>는 다섯 명의 인물을 각각 보여주고 이들에게 있어 공통되는 인물 '가케에다'의 흔적을 서서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 처럼 추적하는 게 아니라 음식이 중심이 되어 막혔던 마음을 녹이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을 수 있게 힘을 주고 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다나카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고, 직원이라고 해봤자 영업겸 경리를 담당하는 고유키, IT담당자인 모모타, 영업담당인 이타미, 그랜마에서 아르바이트르 하는 마이카 그리고 가사 도우미인 가케이 미노리다.
책은 먼저 고유키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친언니와 달리 자신이 너무 평범해 자존감 낮은 그녀는 다른 친구들과 비해 여전히 능력이 없는 것에 의기소침하다. 만약, 가키에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늘 그를 그리워 하는 데 회사에선 금지 되었듯이 이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한 달전, 가사 도우미를 채용하자는 다나카의 의견으로 가케이가 들어왔고 음식 뿐만 아니라 사무실 곳곳을 아주 깔끔하게 청소를 하니 누구도 불만이 없었지만 퇴근 하기 전 고유키에게 음식을 설명하다 고유키로부터 불만을 듣게 된다. 자신이 여성이니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럴의도는 아니었어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가케이는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준다. 가케이는 가사 도우미로 일을 하는 건 이 일이 좋고, 잘하서라고 했다. 이 말이 고유키에겐 분명 힘이 되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다른 동료들 역시 그녀의 노력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어, 그랜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마이카의 이야기로 그녀는 필리핀 혼혈인으로 어릴 적 부터 일을 했고 현재는 모델과 같이 병행하고 있다. 폭력을 잦은 아버지와 이혼 후 엄마와 둘이 사는 마이카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성숙해버렸다. 툭하면 혼혈이라 생각이 다르다는 말을 이복동생에겐 듣곤 하는 데 마이카는 동생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어떤 조취도 하지 않는다. 너무 익히 들었던 말이기 때문일까? 그래도 결국 일본에서 태어났고 일본인으로 살았는 데 말이다. 그랬던 그녀에게 도우미 가케이는 그만 어린애로 있어도 괜찮다는 말을 한다. 가사 도우미이지만 회사의 상황과 직원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기에 마이카에게 이런 조언을 하게 되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렸기에 잠시 숨을 돌리라는 조언에 긴장감을 풀리고 다 같이 간식을 먹고 있는 그때에 한 여인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는 데 자신을 가케에다 하야오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그 순간 가케이는 가키에다의 사진을 보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째서?

가키에다가 누구길래 여동생의 등장만으로 사무실 분위기는 사막처럼 삭막해졌을까? 그리고 이어 소설은 이타미, 모모타, 도우미 가케이 그리고 다나카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가키에다가 어떤 인물이며 현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랜마의 창업기획을 한 것도 가키에다다. 그가 있었기에 '그랜마'가 존재할 수 있었는 데 왜 그들은 그 존재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있는 것일까? 여동생은 2년 전 오빠의 모습이 발견 된 장소를 말하지만 누구하나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대학에서 만났던 이들이었고 특히, 고유키는 가키에다와 육체적 관계까지 가졌기에 연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를 찾고 싶어했다. 약혼녀가 있는 이타미는 어느 순간 부터 이직을 생각을 하고 있었고, 모모타는 어느 날 다나카가 회사를 매각하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독자인 나는 이들의 불안한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왜?다나카는 회사를 매각하려는 것일까? 그러면서 별도로 이 친구들과 종종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
그렇다면 도우미인 가케이의 행동은 무엇일까? 모모타에 이어 소개되는 가케이의 이야기는 큰 비밀을 숨기는 사연이 아니다. 십대에 임신중절을 하면서 부모의 차가운 시선에 집을 나왔는 데 잠깐 할머니로부터 배운 음식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되었고 야무진 성격으로 러브 호텔의 매니저가 되었다.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가사 도우미를 하게 된 것인데 그녀가 '그랜마'에 일을 하고 뜻밖의 한 남자로 인해 협박 아닌 협박으로 스파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협박이란 건...매니저로 있는 호텔에 구인광고를 하면서 30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는 데 알고보니 호적이 없는 남자였다. 이 남자 역시 아버지의 폭력에 모자가 도망쳤고 혹여 찾아올까봐 친모는 호적에도 올리지 않았고 이리저리 떠돌다 가케이가 있는 호텔까지 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애정도 사랑도 아니었다. 가케이는 이 남성에게 느낀 건 자신이 십대에 지우 하나의 생명이었다. 그래서 섣불리 내치지 못하고 어릴 적 그의 기억을 찾아 어떻게서든 호적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쌀과 육수는 왜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마음과 몸에 서서히 온기가 돌았다.
-본문 중-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는 <우선 이것부터 먹고>. 마지막 다나카의 이야기는 왜 그가 회사를 매각하려고 하는 지 더 나아가 창업자인 가키에다와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지를 보여준다. 진정으로 동료들을 대하는 다나카와 달리 그들을 이용하는 가키에다의 본심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모두가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 위에 있는 것처럼 불안한 모습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사람은 타인과 엮어 살아간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도 동료가 있으면 두 배의 효과를 내기도 하는 데 '그랜마'가 그랬다. 각자 몫을 함으로써 회사를 키웠지 이용가치를 계산하면서 한 게 아니었다. 그 안에는 가케이 역시 포함되어 있었으며 마지막 다나카의 시점에서 풀리는 이야기는 통쾌하면서도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 데, 그건 사람의 인연을 끊어내는 건 이젠 아픈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자신만의 능력으로 타인과 섞어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게 무엇인지...한 번쯤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자, 우선 이것부터 먹어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