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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도 서: 작가의 방 / 글:알렉스 존스 , 그림:제임스 오시스 / 출판사: 부키
달은 이 오두막에서 거의 아무도 들이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는 오두막에 늑대들이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다고 했죠.그러나 사실 오두막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그만의 공간이었습니다.
-본문 중(로알드 달)-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에서 먼저 끌린 도서였다. 작가의 방이라...누구나 좋아하는 저자의 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살아있는 작가부터 고전 작가까지 <작가의 방>은 그들이 글을 썼던 공간을 소개한다. 침대에서 글을 썼던 작가, 서서 글을 쓰는 작가 또는 장소 상관없이 어디든 자신만의 작품을 탄생시킨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저자와 그들만의 비밀 공간을 보면 반드시 작품에 영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다. <1984>로 유명해진 조지 오웰은 산문집을 통해서도 그가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낀 것을 볼 수 있었고, 여기에 건강도 좋지 않아 은둔 생활을 선택하고 여기서 그의 명작이 탄생 되었다. 당구대를 책상으로 활용했던 마크 트웨인은 기분 전환을 위해 당구를 치러갔기에 아예 당구장 겸 집필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미셸 드 몽테뉴>의 서재는 프랑스 도르도뉴에 있는 성이었다. 에세이 장르의 기원이 된 <에세>의 저자다. 그의 서재에는 명언이 되는 글을 메모지에 적은 것과 전도서, 고전 중에서도 좋아하는 문장을 골라 붙여놓았다고 하니 명작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찾고 글을 썼던 작가들은 하루에 단어를 1000~2000까지 쓸 정도로 본업에 충실했다. 작업실이 따로 없었던 캐나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 역시 정해진 단어를 썼고, 헤밍웨이는 하루에 500단어씩 성실하게 썼었다. 현존 하는 작가 중 새벽 4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은 워낙 유명하게 들었다. 오후에 수영과 달리기를 하기 전 책상에 앉아 커피 한자를 마시면서 6시간 정도 글을 쓰는 데 부적처럼 책상엔 수집품으로 넘쳐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게 너무 익숙한 풍경으로 만든 J.K롤링, 육아와 글쓰기를 병행했던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 데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글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작가가 명성이 얻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데 작가와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해야했던 그들을 보면 글은 이들에게 있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청소년 시절 낮에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일도 해야했기에 늦은 밤에 유일한 자신의 시간이었던 제임스 볼드윈(미국작가)은 이 시간이 습관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밤 늦은 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서재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에 의자와 책상 그리고 회색빛이 도는 풍경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고요한 시간에 오로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디킨스는 항상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글을 썼습니다. 그 후에는 아주 긴 산책을 즐겼죠.
-본문 중(찰스 디킨스)_
그리고 이동식 작업실을(?) 사용했던 아서 코난 도일. 아니, 가구가 이동이 가능한가 했는 데 직접 집필용 트렁크를 의뢰해서 가지고 다녔다는 데 펼치면 타자기, 서랍까지 있는 책상을 소장한 인물이다. 역시 추리소설 작가다운 독특한 발상이었을까? 의사겸, 작가 그리고 시인, 모험가였던 아서 코넌 도일이기에 가능한 주문이었다. 또한, 자연과 더불어 글을 썼던 작가도 있는 데 러시아 천재 작가 안톤 체호프는 명성과 다르게 평범한 서재에서 글을 썼지만 , 서재 창문 넘어에는 정원과 사과나무들과 허브 정원이 있었다.결핵으로 몸이 허약했지만 정원과 그 주위 환경에서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안톤 체호프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 있는 데 바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D.H .로런스다. "나는 매일 아침 숲에 들어가 글을 쓴다네"라고 할 정도로 나무을 좋아한 그는 오두막에 살면서 몇 개의 작품을 쓰기도 했다. 저자인 알렉스 존슨은 로런스가 소설에서 나무들이 어떻게 바람을 타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라고 할 정도로 나무에 대하 관심사가 높았음을 알았다.
나는 매일 아침 숲에 들어가서 글을 쓴다네. 숲에서 신비로운 영감을 받지. 나무들이 꼭 살아 있는 동반자 같거든. 나무둘에게서 역동적이고 비밀스러우며 인간과는 다른 힘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해.
-본문 중(D.H.로런스)-
위 두 작가와 반대로 자연이 아닌 세상 밖이 영감이 되었던 잭 런던. <야성의 부름>과 <늑대 개>를 읽고나서 작가를 알게 되었는 데 호버 생활을 할 정도로 삶 자체가 방랑자였다. 생계형 작가라 할 수 있었고, 자유분방한(?) 성향으로 서재 책상에 앉아 있기 보다 야외의 다리에 나무판을 올려놓고 쓰는 것을 즐겼던 작가다. 직접 사회에서 겪은(?)일들이 책의 원천이 되었던 잭은 성공한 작가들의 책을 필사와 하루에 1000단어를 목표로 삼았을 만큼 직업의식이 투철했다. 그리고, 여기 서로 의지하며 글을 쓴 인물도 있는 데 바로 샬롯 브론테다. 네 남매가 작가와 시인으로 활동을 했는 데 이들은 식당, 거실, 응접실 등 트여진 공간에서 각자의 작품을 말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마호가니 식탁에서 탄생되었던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 휴대용 문구함까지 갖춘 남매들이 일찍 요절하지 않고 살았다며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 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웠다. 특히, 그나마 오래 살았던 샬롯 브론테로 이들을 기억하는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혼자 남겨지면서 가족들이 서서히 세상을 떠날 때 그 슬픔은 어떤 단어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가족이며 동료(작가)였기에 샬럿은 느끼는 아픔은 두 배로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선장이 해도실에서 항해용 지도를 보듯이 나는 서재에서 책을 본다. 학생과 사상가는 반드시 서재를 갖춰야 하며, 자신의 서재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본문 중(잭 런던)-
글을 쓰기 위해서 꼭 서재가 필요할까? 책 속에 소개 된 여러 작가의 서재를 보면서 '작가의 방'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멋진 서재가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글을 쓸 때는 마음을 잡아 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니 그것이 서재가, 자연이 그리고 가족이 될 수 있수도 있음을 알려 준 도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