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평점 :

도 서: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 저 자: 정세진 / 출판사: 고즈넉이엔티
시간이 끝없이 거듭되고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내가 보잘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 무한의 시공간 속에 내가 머무는 시간은 고작 찰나일 뿐이라고.
-본문 중-
독특한 장르 단편 소설 7편을 만났다. 고즈넉이엔티 하면 무조건 떠오르는 건 추리소설이라는 것!!! 하지만 오늘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어라? 이게 뭐지? 소개된 단편을 읽으면서 분명 현실적 내용이면서 이럴 수가 있나? 어이가 없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 책은 확실하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일까? 먼저 책 제목의 단편인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는 한 부유한 가정의 딸을 납치한 유괴범이 당당하게(?) 그 집을 찾아가고 1억원을 준다면 딸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말을 던지는 데 그건 이미 얼굴을 노출했기에 자신을 신고하지 못할 그들만의 비밀을 말해달라는 것. 초반 이들은 비밀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딸이 위험하게 어딘가에 갇혀있고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구구절절 과거부터 해서 그들의 비밀스럽고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으흠... 읽고나니 누가 나쁘고 아닌지 구분이 안되면서 이건 뭐지(?) 음..그냥 수긍이(?) 되었다랄까? 뭐에 대해서(?) 모르겠지만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들었던 거 확실하다. 이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연예부 기자에게 인터뷰를 제의한 <인터뷰>. 어느 기자도 약속을 잡을 수 없었는 데 이제 막 기자 1년차인 남자에게 왜 요청을 한 것일까? 남자는 자신은 같은 순간을 계속해서 10년 동안 살아가고 있다고..같은 시간을 무한반복으로 살아가니 후회스러운 순간을 돌이켜 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것마저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한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인터뷰가 있나...하지만, 남자의 이야기가 흘러갈 수록 기자는 흔들리게 되는 데 그건 자신과 무관하지 않는 과거의 한 부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선택으로 순간이 이어지는 데 후회되는 일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그 후회만을 부여잡고 살아간다면 다른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한다.

이렇게 끝내는 건 괴로운 결정이어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녀는 내게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이니까
내 안에 들어온 그녀는 내 삶에 가장 큰 행운이니까.
-본문 중-
계속해서 소개되는 단편 소설은 비슷하지 않고 각각의 색깔이 담겨져 있어 읽는 데 태어날 때 부터 행운이란 행운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불행도 같이 일어나는 남자의 이야기 <어쩌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 남자는 무조건 행운이 따른다고 해서 덥석 잡지 않는다. 분명 불행한 일이 따르는 것을 알기에...그런데 연인이 나타난다면? 그에게 이 또한 행운인데 잡을 것인가? 아님 불행 때문에 흘러 보낼 것인가. 그리고 섬에 납치된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날 버릴지라도>, 두 평행 세계를 두고 살아가는 작가를 담은 <도적>, 폐허가 된 마을에서 아버지를 보살피는 <산 자들의 땅> 마지막으로 유명 책의 제목을 가져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 짧은 단편이지만 읽고나면 뭔가 더 생각할 것을 느끼게 하는 데 마지막 단편은 하이랜더 증후군을(몸이 성장하지 않는다) 다룬 것인 데 주인공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행복이었다. 뭔가 판타지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겉모습은 여섯 살 같지만 이미 열여덟 살인 소년이 입양을 가고 느낀 한 순간의 행복으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려한 슬픔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각 소설을 읽으면 앞서 적었듯이 내용의 결과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다. 뭔가 아쉬울거 같지만 여운이 느껴지는 대신 주인공의 감정에 휩싸여 그 상황이 절로 수긍이 되었다는 점이다.또한, 단편이지만 장편으로 만난다면 흥미로울 작품도 있었는 데 <날 버릴지라도> 와 <인터뷰>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윗 분이 너무 바빠서 세상사를 하청업체에 넘겨 지상의 일을 해결하는 직업을 가진 두 남자, 판타지 요소가 감미되니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 들어버린 <날 버릴지라도>. 두 남자의 활약이 더 보고 싶은 생각에 장편이면 어떨가 라는 생각이 떠오른 단편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