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친구들과 다정한 산티아고
홍다정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도 서: 다정한 친구들과 다정 한, 산티아고 /저 자: 홍다정 /출판사; 이분의 일
그날 알베르게에서 단란 가족의 아빠가 그러했듯이 나도 누구에게든 온 마음을 다해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우리 가족이라고.
-본문 중-
오랜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읽으니 한창 이 길을 걷고 싶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언제부터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안나지만 순례길이 tv에 나온 뒤로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으로 떠났고 책도 다양하게 출간이 되었다. 직장인으로서는 한 달(대략적으로)이라는 시간을 낼 수 없다보니 다짐만 할 뿐 실행에 옮긴다는 건 어렵다(퇴사가 가장 빠른 방법이니...). 그렇게 책으로 만족하고 있다가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기억 한편에 간직할 뿐인데 오늘 다시 한번 산티아고를 향한 감정을 자극하는 책을 만났다. 10년 전 다녀온 이야기였지만 낯선 땅에서 그것도 홀로 걷는 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지라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겪은 경험과 만났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혼자 걷지만 결코 혼자 걷는 게 아니라는 걸 재차 느끼게 되었다.
책은 저자가 순례기를 걸으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처음 만난 안승용 선생님과 어린 동생 상훈 그리고 산티아고와 라우라, 현재 PD인 김민정, 그리고 가족이 같이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크리스티나 가족 등 인연을 피하고 싶어도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길인거 같다. 특히, 다니엘과 세바스티안 두 남성의 모습은 처음 본 사람은 혹시...연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데 알고보니 세바스티안은 10대로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 뻔 했는 데 학교 측에서 순례기를 권장했고 보호자로 다니엘이 같이 걸었던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심각한(?) 것으로 판단한 저자 그러나 여기서 퇴학 대신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면서 배워가게 하는 독일의 교육이 놀라웠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혼작 막막할 때,
늘 함께하던 화살표마저 보이지 않을 때.
그때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들여다보자.
앞서간 이들의 마음이 모여 나를 인내하고 있을 것이다.
-본문 중-
순례길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거 같다. 저자는 분명 혼자 갔지만 알베르게에서 언제나 반겨주는 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생각지 못한 노부부의 환영과 숙소에서 만난 국제 커플 등 무거운 베낭을 삶의 짐처럼 등에 메고 가는 거와 같으니 낯선 이들을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이들과의 만남이 더욱더 소중하고 끈끈해질 수박에 없는 거 같다. 또한, 여기엔 생각지 못한 인연이 등장하기도 하는 데 스틱 중 하나가 고장나서 하나만으로 걷고 있던 중 기적처럼 필요한 스틱이 손에 쥐어졌는 데 이를 선물(?) 한 사람은 까나리아 제도 사람인 페르난도 아저씨다. 우연히 길을 가다 발견한 스틱이 있어 가던 길을 다시 돌아 저자에게 주고 떠났는 데 여기서 인연이 끝이 아니었다. 십자가 철탑에서 저자는 아버지의 사진과 편지를 같이 묶어 돌에 두었는 데 그때 그곳을 지난 사람이 바로 페르난도였다. 그때 그는 인상이 깊어 멀리서 저자의 사진을 찍었다는 데 당시 혼자였기에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쉬웠던 저자에겐 뜻밖의 행운이었다.
물론 모든 만남이 위로가 되고 행복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힘들었던 만남보다 좋은 만남이 더 많았기에 용기가 되었을 테다. 누군가한테 받은 도움을 당사자한테 직접 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에게 돌려 줄 수 있다는 점을 순례길을 통해 알았다. 또한, 이 순간의 만남을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게 놀라웠다. 결혼까지 해서 아이를 둔 연인과 순례길을 걸었던 가족을 만나고, 한국에 와서는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의 여행 길라잡이로 다시 한번 도움을 주는 일들을 보면 여행이란 시각적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마음이 지금보다 많은 것을 담아내게 하는 도구 인거 같다. 언제쯤이면 순례길을 갈 수 있을까? 문득, 현재 삶을 보면 그때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인생의 큰 변화는 없겠지만 지금의 모습을 볼 때면 도전해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해보기도 한다. 언젠가는...언제가는 나 역시 이곳을 갈 날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