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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기적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2년 7월
평점 :

<도 서: 당신이라는 기적 /저 자: 정한경 / 출판사: 북로망스>
산문을 오랜만에 읽었다. 소설보다 잘 읽지를 않는데 주관적인 글이 많다보니 때론 나와 맞지 않는 책을 만났을 때 책장을 넘기는게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당신이라는 기적]은 공감되는 상황과 문장 그리고 위로가 되는 문체가 많았다. 읽다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물론, 고통이 나한테만 머무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저 앉는 일로 고립된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리고 최근 [낭만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을 읽은 뒤 이 도서를 만나니 연장선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시와 에세이는 더욱 공감을 갖게 했다. 단순히 잔잔한 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날카롭게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을 두드리면서 생각하고 이겨낼 수 있게 응원을 해 주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
-본문 중-
책은 총 4부로 나뉘었고 그 안에서 다시 한번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1장은 당신이라는 기적, 2장은 당신의 아픔을 나눠 가진 사람, 3장은 당신의 삶이 행복으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4장은 당신의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타인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는 지금 특별함을 갖기 위해 누군가를 좇는 대신 자신의 다름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자신을 더 사랑하고 바라보는 마음이기도 하다. 흔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냐 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스러운 마음은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 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사랑의 형태가 언제나 원하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는 데 사랑은 아니지만 자신 곁에 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감정 역시 알려준다.

미국 영화 중 <초원의 빛>은 사랑하는 두 주인공이 어른에 의해 헤어져 결국 각자 결혼을 함으로써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현재 자신 옆에 있는 사람들 곁에 남는 다는 것..저자가 말한 가장 사랑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괜찮다는 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사랑을 잃은 이들,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연인들을 볼 때면 그 순간만큼은 독자라도 슬프다. 서서히 멀어지는 준비를 한다는 건 .... 왜 그럴까? 당연한 행복과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는 감정을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마주할 수 없는 사랑이지만 추억을 남긴 그 시간은 또 다른 사랑을 하기 위한 영양분이 될테니 말이다.
아픔을 나눈 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성장하면서 인생에 남겨지는 친구들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이들은 결코 앞 순번이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 우선시 되지만 슬픔이 찾아올 때 곁을 지켜주는 이는 바로 '친구'다. 앞자리에 있지 않으나 묵묵히 지켜주고, 뒷자리로 밀려나고 눈에 띄지 않더라도 서로를 지탱해주는 존재. 많은 말보다 ' 힘들었지?' 한마디로 고단한 시간을 흘러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너는, 우리는 아픔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들 보다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거 같아 주눅들 필요가 없다. 저자는 누군와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느냐에 따라 우리가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타인의 모습에서 숨겨진 대견함을 발견하듯 자신에게도 숨은 대견함을 꼭 발견하라는 말은 나에게 위로와 용기가 된다.
아픔을 지나온 사람에게는
아픔을 버텨낸 순간 또한 함께 남겨진다는 것.
아픔의 순간이 마음에 남겨졌다는 것은
아픔을 이겨낸 순간 또한 함께 새겨졌다는 뜻이라는 것.
-본문 중-
누구나 사는 동안 불안을 느끼게 된다. 낭만주의 시인인 키츠는 불안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감성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심미안으로 바라보라고 했다. 그 역시 일생 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었음에도 그의 시는 그렇지 않았다. 저자 역시 불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것이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고, 미래를 향한 불안 속엔 열정과 애정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막연한 불안으로 싫은 이 감정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는 점. 또한, 아가페 사랑을 주는 부모님의 사랑, 살아가는 데 용기를 주는 꿈이 어느 새 무거운 짐으로 변해버린 현실, 불행과 행복에 대한 시선 등을 표현한 담백한 문체들이 책을 읽고 또 읽게 만들었다.

<바다는 파도 없이 빛나지 않는다>
엄마가 아들의 손을 붙잡고 바다를 찾았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기에
자신이 밟을 수 있는 세상의 끄트머리에 온 것이다.
(중략)
"엄마 , 바다가 파란 이유가 뭔지 알아?"
"응 , 뭔데?"
"바다가 파도에 부딪혀서 파랗게 멍이 든 거야."
천진난만하게 내뱉은 아들의 한마디에
엄마는 마음이 멈춘다.
(중략)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