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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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멕시칸 고딕

저 자: 실비아 모레노 - 가르시아

출판사: 황금가지

 

묘지뿐 아니라 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적막에 노에미는

불안감을 느꼈다. 노에미는 전차와 자동차, 신나게 물을

뿜는 분수 옆 안마당에서 지저귀는 카나리아의 노랫소리,

개 짓는소리, 요리가사 가스레인지 앞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 같은

소음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66p-

 

고딕(Gothic)은 '고트족'라는 뜻으로 고트족에게 영향을 받은 문화를 말하는 데, 로마를 함락했던 고트족은 한마디로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야만적이고 이질적인 존재로, 모습이들이 오히려 호감도를 높이게 되었다. 문학 작품으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오늘 읽은 소설 역시 기괴한 느낌으로 제목에 '고딕'를 넣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읽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며, 흐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해 궁금하기도 했었다. 또한, 공포 관련 쪽으로는 좋아하지 않다보니 살짝 거부감이 들었지만 역시 호기심을 누르지 못했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 멕시코시티로 부유층 자녀인 노에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시대면 여성의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시기인데 노에미는 그렇지 않았다. 선택된 결혼이 아닌 당당하게 연애를 즐기면서 주체적으로 자신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어느 날, 사촌인 카탈리나의 이상한 편지를 받고 그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결혼 후 떠난 카탈리나..언젠가 멕시코시티로 한번쯤은 오겠지 했지만 결혼 후 발길이 끊겼고 현재에 이르러 그 누구도 현재 집에서 자신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남편이 독약을 먹이고 있다는 기괴한 편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거절은 할 수 있었지만 친부는 노에미가 그렇게 가고 싶은 국립대학(그녀가 원하는 공부가 이 대학에 있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쉽게 갈 수 없었다.)에 다니게 한다는 조건하에 노에미를 보냈는 데 이는 그녀는 무엇인가 어긋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강했기에 아버지는 오히려 이런 점을 믿고 여성인 노에미를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노에미와 카탈리나에게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이때에는 미처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조건으로 그렇게 노에미는 카탈리나를 만나러 가고 도착한 곳은 너무나도 한적한 곳으로 자연 경관은 감탄 대신 숨막힘을 선사할 정도로 너무나 고립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마중 나온 프랜시스 라는 남자. 형부인 버질과 사촌 관계로 노에미가 저택에서 머물 때 유일하게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다. 도착 후 언니인 카탈리나를 만나러 가지만 저택 사람들은 노에미와 그녀를 만나게 해주는 것조차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또한, 그 저택의 큰 어른인 하워드 도일은 노령으로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 같으나 묘한 느낌을 노에미는 쉽사리 설명할 수 없었다. 집 역시 빛 대신 어둠이 가라앉아 있어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곳에선 쇠약해질 것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임무(상태가 괜찮은지...)를 해내는 노에미. 하지만, 밤마다 이상한 악몽을 꾸질 않나, 자신의 눈 앞에서 벽이 움직이는 착시 현상을 보지 않나, 특히 형부인 버질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기도 하는데 꿈인가 싶으면 현실에서 눈이 뜨고, 현실이라고 믿기에 또 무엇인가 미심쩍기만 하다.

주체적인 삶이라.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중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버지는 내가 여기서 살기

바라셔. 아내는 병이 들었고, 늘 똑같은 이야기지. 우린 여기서

살아야 해.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모르겠어?

-251p-

 

 

쉽게 하워드 저택으로 들어왔지만 이제는 쉽게 떠날 수도 없는 상황. 여기에, 노에미가 관심 있는 인류학에 관한 책들을 저택 안에서 발견하는 데 이건 단순히 한 사람의 성향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소설이 어떤 흐름인지..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였다. 노령인 하워드 도일을 시작으로, 프랜시스와 그의 친모 플로렌스, 형부인 버질 등 무엇인가 노에미를 막고 있지만 선뜻 반격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감은 증폭 될 수밖에 없었다. 초반 소개된 노에미의 성정으로는 과감하게 돌진 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을 했는 데 오히려 이런 상황 때문에 더 긴장감을 갖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이 저택을 둘러싼 과거로부터 얽힌 저주를 노에미는 어떻게 풀 것이며 또, 도망칠 수 있는 것인지...진실이 드러난 순간 믿을 수없는 상황에 경악하면서 노에미와 카탈리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숨 막히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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