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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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넬라의 비밀 약방

저 자:사라페너 / 옮 김: 이미정

출판사: 하빌리스

 

이토록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곳은 이 장부뿐일지도 몰라.

그들이 역사에 기억될 유일한 곳일 거야.

나는 엄마랑 약속을 했단다. 이런 것도 없다면 역사에서

지워져 버릴 여자들의 존재를 보호해 주겠다고 말이야.

이 세상은 우리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아.

여자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길 만한 곳은 몇 되지 않지.

-166p-

 

어느 시대든 여성이기에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저 여서이라는 이유 때문에....뒤늦게 후세에 능력을 인정받아 알려진 인물이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다. 역사의 한 부분에도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여인들. 오늘 읽은 [넬라의 비밀 약방]은 1700년 대 여성 약제사와 어린 소녀와 현대 한 여성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데 이들에겐 신뢰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겪은 공통점이 있다. 약제사와 현대 여성이 어떤 관계로 흘러갈 지..혹 후손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세 여성(소녀도 포함)의 삶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 겪어야 하는 아픔을 천천히 보여준다.

 

책은 1791년 넬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친모의 약방을 이어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간간히 누군가 남겨놓은 메모지를 보고 약을 만드는 데 비밀의 손님은 무조건 여성이다. 넬라는 여성을 위한 약방이며 약제사다. 이 점은 친모의 영향이었으며 여성들 위해 독약을 만들기 시작한 건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으로 인생이 송두리채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모가 죽은 후 혼자서 운영하는 넬라에게 어린 소녀가 찾아온다. 이미 메모를 남겨놓았기에 누군가 올 거란 걸 알았지만 어린 소녀였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 소녀는 모를까? 아니 알고 있었다. 주인 마님과 함께 주인님을 죽이기로 했으니깐.




현대, 캐롤라인은 결혼 10주년 으로 런던 여행을 하기로 했지만 불륜을 저지른 남편으로 혼자 런던으로 떠났다. 아이만 있으면 완벽한 삶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배신감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남편을 향한 배신은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번 돌아볼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홀로 런던 거리를 걷던 중 템즈강에서 진흙 뒤지기 행사에서 의문의 병을 주웠다. 안내인은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운명이라 했다. 평소 역사학을 좋아하고 전공했던 그녀지만 결혼과 함께 안정된 직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작은 병에 대한 호기심을 누룰 수가 없었다. 안내의 도움으로 도서관으로 가 병에 붙은 그림을 시작으로 그 병에 대한 모든 것을 찾기 시작한다.

 

병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그 병이 1700년 대 한 약제사가 사용한 것임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런던에서 과거에 있었던 그 가게의 흔적까지 찾아가게 된다. 왜 그토록 캐롤라인은 이 병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실, 단순한 약병으로 생각을 했지만 옛 신문을 찾으면서 약제사를 비롯한 살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심지어 지하에서 발견한 의문의 장부까지 알게 되니 이 약제사에 대한 존재와 약제사의 삶에 끌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 여성을 위한 약방임을 알게 되었기..캐롤라인은 멈출 수가 없었다.

 


가장 괴로운 진실은 절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저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어 빛 속으로 들어 올리고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403p-

 

넬라와 약방을 방문한 엘리자와 현대의 캐롤라인의 이야기가 교차 되면서 캐롤라인이 찾아가는 약병의 진실은 과거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다른 귀족 부인의 요청으로 독약을 만들지만 이로 인해 넬라와 엘리자는 목숨이 위험해지고 그럴 수록 넬라는 엘리자를, 엘리자는 나이 많은 친구인 넬라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수동적인 캐롤라인이 1700년 대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 것...인생의 주인은 타인이 아닌 자신임을 자각하면서 더 이상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기로 하는 모습은 넬라와 엘리자와 같았다. 뭔가 장르소설 처럼 긴박감은 없었지만 서로를 향한 우정,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이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뭉클함을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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