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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이진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평점 :

도 서: 언노운
저 자: 이진
출판사: 해냄
나는 울었다. 담임 선생님이 왜 우느냐고 캐물었지만 외톨이
펭귄이 꼭 나 같아서 울었다고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할 수
없었다. 비정상적인 개체, 다른 동물들은 모두 갖고 태어나는
걸 빼먹은 외톨이.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 끝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갈 운명만이 외톨이를 기다린다.
-본문 중-
세상은 알아갈 수록 모르는 투성이 같다. 안다고 했지만 결국 이해조차 못하는 세상에 타인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오늘 읽은 소설은 왠지 생각이 많고 그동안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하지도 않다.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뭔가 다른 모습이면 어긋나게 보는 시선들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여기에 속하지 않았나(어느 쪽이든) 라고 생각을 해 본다. 책은 세 명의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 이들이 겪는 고민을 보여주는 데 읽다보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저 현실에 적응 하는 게 최선인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고등학생인 우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언노운]. 이우현은 평범한 대한민국 고등학생 남자로 부모님 역시 평범하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몇 년 전 엄마인 영주한테 '커밍아웃'을 했지만 딱히 자신의 존재를 지금도 모르겠다는 게 우현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저 한 사람으로 바라봐 주면 안될까? 남자, 여자 이분법적인 것이 아닌 그저 존재만으로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지내는 우현에게 sns에서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인 지예를 알게 된다. 지예 역시 우현과 같은 고민을 하는 소녀로 전시회에 관심이 많은 소녀다. 전시회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이 모습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지예의 마음을 그나마 잡아는 도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톨이라 생각을 했지만 친구가 생겼고, 같은 고민으로 우정이 싹트는 우현과 지예의 모습은 다행이면서도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나마 우현은 엄마와 대화라도 하는데 지예는 대화가 아닌 싸움으로 시작하고 끝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영주(우현의 친모)는 어느 마트에 아르바이트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나름 사회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여성이었지만 출산을 하면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되었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니 취업을 하긴 했는 데 비정규직이고 손님들의 무례한 말과 본사의 암묵적인 조건으로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주는 서비스업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딧칠 수밖에 없는 데, 특히 클레임 고객은 그저 참고 견디면서 무뎌지는 게 방법이라는 말에 속상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영주는 그곳에서 꿋꿋이 일을 하고 조금씩 우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씩 해답(최선의 선택)을 찾아가고 있는 데 책은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지만, 변화하려는 그 자체만으로 삶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보면 비록 상처받고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가 있다면 살아갈 이유와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한 도서였다.

존재 이유니 가치니 쓸모니 하는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허함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채워지는 인정 욕구인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늘
아등바등,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니까.
-본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