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후 바다는 고요하게 보였다. 사르담호와 비슷하게 출항하던 배들 역시 저 멀리서 항해를 하고 있는 데 어느 날 저녁, 한 척의 배가 빛을 비추었고 선원은 그 불빛을 보고 여덟번째 불이라 했다. 왜냐? 항해를 하는 배는 7척 이기 때문이다. 이 일로 한동안 소동이 일어났지만 그 불빛은 곧 사라졌지만 이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디로 도망갈 수 없는 망망한 바다에서는 인간은 정말 무한한(?) 상상을 펼칠 수 있으니 두려움은 순식간에 스며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사르담호에 탑승했던 샌더 목사가 실종이 되고 돼지들이 무참히 찢겨져 죽으면서 배 안의 공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다시 바티비아로 회항을 하자는 요구에도 얀 총독은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 현재 이 배 안에는 자신을 동인도 회사 비밀 조직인 17인회 합류를 할 수 있는 '물건(?)'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암스테르담으로 가야만 했다. 그렇다면 공포는 어디서 시작이 되었을까? '올드 톰' 이 이름에서 시작 되었다. 올드 톰(?)과 거래를 하면 부와 명예를 주고 대신 그에 대응한 댓가를 지불 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사람은 너무 달콤해서 유혹을 뿌리 치기가 쉽지 않다.
소설은 많은 인물을 등장시킨다. 배의 선장과 난쟁이, 경비병, 총독의 개인 경호원과 시종 등 서로 배신하고 죽이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끌리는 인물은 사라와 그녀의 딸인 리아다. 총명하고 영특한 모녀로 리아는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보고 기구 제작을 할 수 있지만 이런 행위는 자칫 잘못하면 마녀로 오인을 받을 수가 있다. 물론, 아들이었다면 상황을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출항 하기 전부터 불운을 던진 저주는 끊임없이 선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여덟 번째 불빛이 나타날 때마다 누군가 죽어나가게 되면서 인간의 두려움은 잔인함으로 변질해 버린다.
꼼꼼하고 탄탄한 내용으로 당시 동인도 회사를 비롯해 선박까지 세세한 묘사가 흥미롭게 했다. 또한, 등장 인물들의 개성있는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니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황들이 머리속에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배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흥미를 끌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을 실감나게 표현했던 부분이 나를 더 책에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