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혁명 이후 레스토랑이 퍼지고 실력 있는 요리사들은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디저트를 예술로 승화 시킨 마리 앙투안 카렘, 평범한 요리를 먹어야 했던 클럽에서는 와인을 곁들인 음식을 먹게 한 알렉시스 스와예, 이탈리아 파스타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섞어 만든 스파게티 소스를 개발한 핵토르 보야르디 등 요식업계는 세상을 천천히 바꾸고 있었다. 도서는 과거에서 현대로 당시 영향을 준 사건과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어 역사 하면 '전쟁'이 떠올랐는 데 이렇게 '음식'으로도 세계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세계 대전으로 거의 굶주림에 살아야 했던 시기엔 영국 역시 풍족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일정한 보급을 받아야 했었고 양은 빈약해도 영양가는 풍부했기에 프랑스처럼 음식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영국도 서서히 음식 문화가 일어섰고 여기엔 프랑스에서 태어나 영국에 레스토랑을 연 루 형제의 영향력은 요리의 볼모지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요식업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이제는 정치까지 영향을 주었고 더 나아가 채식주의자가 생기게 되었다. 1960년 대 미국은 베트남 참전으로 정치가 혼란스러웠고 이 시기에 세파니스 식당을 운영하는 앨리스 워터스 라는 여성이 있었다. 정치적 신념이 있는 여성으로 세파니스를 운영하면서 직접 농부와 생산자들을 만나 재배한 작물을 구입하고 이를 손님들에게 전달해 정당하게 이들에게 지불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참으로 대단한 여성으로 현재도 여전히 자신의 활동을 접지 않고 하고 있다고 하니 존경스럽다.
책을 보면서 낯설지만 유명한 요리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대에 이르러 '미슐랭 별'이 무서운 존재로 두각이 되었는데 원래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안내하는 안내문 이었는데 여기에 지역과 장소를 상세하게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에 별을 붙이게 되었다. 요리사들에게 '미슐랭 별'을 세개를 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원하고 현재도 여전히 별 세개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2003년 2월 25일 소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요리사인 베르나르 루아조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 이후 미슐랭 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권력(?) 무시할 수가 없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어떤 이들을 미슐랭 별을 반납하면서 남은 여생을 즐겁게 보내기도 한다.
살기 위해 먹은 음식이 한 단계 변하면서 사회를 움직이고 정치에까지 그리고 사람의 목숨까지 이어진 일들을 보면 한 사람의 선택(역사 누구나 )이 주위에 어떤 영향을 주고 ,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보게 되었다. 화려한 음식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배고픔이 아닌 그저 식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자는 "그래도 소박한 식당을 위한 자리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음식이 소개 되지 않아 아쉬웠다. 앞서 모든 나라의 음식을 적지 않아 양해를 구한다고 적었는데..일본 초밥이 알려진 계기를 보니 국내에도 외국인들이 거주했을 텐데 당시 어떤 음식이 향수(鄕愁)에 남았을지 궁금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