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지구강영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부림지구 벙커X>는재난을 다룬 소설이다. 재난 영화와 마찬가지로 재난은 서사에서 극복의 대상이며 영웅의 등장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는다. 그리고 일상을 회복한다. 결말과 함께 독자는 재난없는 평화로운 일상과 재난의 서사를 대조한다. 아마도 독자의 즐거움은 이와같은 거리두기에서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상황은 평화로운 일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시국은 불편과 불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대처와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로서는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재난을 자연의 준엄한 경고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일차적으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한편으로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헌신에 안도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오고갈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상을 파괴하는 재난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잃게 하는지 그리고 영웅과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 얼마나 인간을 비참으로 몰고 가는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대지진 이후 고립된 재난지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림지구의 벙커X다. 정부는 이를 ‘오염 지역’으로 관리하고 그 안의 사람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그중 주인공 유진도 하나다. 부림지구의 토박이로서 이 도시의 할망을 경험한 그녀는 과거회상과 현실의 가혹함을 말한다. 영웅이 아닌 주인공이기에 현실적으로 이입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작가의 상황묘사가 불편하리만큼 실감났다. 정부는 이재민들에게 생체이식 칩을 넣어 ‘관리 대상’으로 삼고, 사람들은 긴급구호단으로부터 존엄유지키트를 받는다. 가난과 차별로 인한 계급은 재난 앞에서도 확연하게 존재한다. 고통과 절망이 일상이 되어 자리잡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벙커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함께하며 관계한다. 내일을 고민하고 오늘을 반성란다. 살아있다는 것이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희망인 것이다. 유진은 생체이식 칩을 삽입해 떠날자 아니면 이곳에 이재민으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그들을 긍정한다. 지금 이곳은 재난이 아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재난 속이서도 인간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왔기에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나 황사, 바이러스 같은 물질성의 요소에 의해 우리 삶이 교란되고 있다는 걸,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다른 대륙으로 침투하는 이 시점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감각일까.”작가의 말을 통해 재난이라는 것이 일상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앞으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재난과 친숙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것,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물개할망"걱정하지 마라. 네 할망은 꼭 돌아간단다.땅에 지켜야 할 게 있거든."깊은 바다는 물개할망을 부른다.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땅과는 거리가 먼 두려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할망은 지혜는 바다에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단순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한마디다. “바당에서는 욕심내민 안 뒈여. 물숨 먹엉 큰일 나는 조심허라게."용왕님의 딸이라는 할망에게도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녀에 살아올 수 있었던 진리이기도 하다..나는 할망을 따라 바닷속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산호와 해파리 사이에서 화려한 심해로 들어가 용왕님할망을 만난다. 그러나 바다는 생사의 갈림길로 할망을 끌고 가기도 한다. 우리는 바다의 의중을 모른다. 다만 물개할망의 철칙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아일랜드 물개 설화와 제주 해녀를 이어 만든 이야기로 독특하면서도 풍요로운 서사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제주 해녀와 심해 묘사가 탁월한 그림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낯설지만 푸근한 인상을 남기는 제주 방언도 그림책의 묘미를 살린다. 욕심내지 않은 것은 물질하는 해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용왕 할망은 욕심 내지 않고 살아가면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질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있다. 물개할망 이야기와 그림은 물론이고 이 책의 투박하지만 진리인 메시지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넘어져도상처만남진않았다이 책의 제목을 읽어보면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다'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표지에 떨어지고 먹어버림 아이스크림 위를유유히 떠가는 플라맹고 튜브를 보면제목 이후의 문장들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라디오키드인 시절이 있을 것이다. 주파수를 맞추고 디제이는 음악을 전하고 사연을 말한다. 반가움과 공감의 시간들을 추억한다. 프로그램에 사연을 적고 소개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쓴 사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국의 수많은 사연을 읽고 음악을 선정하고 대본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별밤 #두시의데이트 #라디오천국 의 작가다. 그가 수신한 많은 청취자들의 사연 중 나도 하나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주고 부서진 곳을 어루만져주는 문장은 읽는 내내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일상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에서 마침표에는 마음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라디오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딸로, 친구로, 자신의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은 우리 각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한 마음의 치유를 위한 어려운 시도와 달리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즐겁고 소박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동시에 삶의 통찰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있다...왜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까.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더 나은 내일을 원하기 때문에 자책하고 갈등을 겪는다. 97쪽...쉽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글로 쓰지 않았다면 답답했을 것이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태어난 이후 경험해온 모든 것, 고민으로 지새운 밤, 애써 삼켰던 눈물, 웃고 싶지 않던 순간에 웃었던 순간, 화를 내고 싶었지만 농담했던 순간, 이 모든 것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253쪽...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았는가. 라는 질문에대한 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 내 안에 있음을.넘어짐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책의 제목과 달리 나는 저자가조금씩 어긋나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일이 일어난 순간에는 어긋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의 진실한 위로와 삶에 대한 통찰을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인생에 어긋남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작가가 발견하는 생의 따뜻한 발견은 인생에는 어긋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작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안고 삶 속에서 책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 등을 보며 마음의 문장을 모은다. '삶의 다정과 사랑과 희망들이 흔들리는 우리를 오래도록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삶은 기대외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결국은 선물같은 시간으로 우리에게 남는다. 그 때마다 중요한 것은 '사랑과 질문' 아마도 작가는 어긋남이 순간에는 질문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으로 답한다. 그 태도를 닮고 싶다.사별의 순간, 우리는 더욱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사랑을 안고 떠날 수 있도록, 후회가 없도록. 실제로 고인의 귀는 심장이 멈춘 후에도 한동안 열려 있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그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개인이 살아온 세월과 역사가 다르니 저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은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사랑했는가에 대한 답이니까. 거기에 더해,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던 그들을 따뜻하게 인정하고 존경하는 말을 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_‘사랑하는 이들이 떠날 때 우리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시는 어렵다. 나에게 시를 읽는 것은 도전과도 같았다. 상징은 암호처럼 느껴졌다. 생략된 시어들의 그림자는 어둠 그 자체였다. 시의 의미를 일대일대응으로 찾으려는 논리적 시도는 언제나 예정된 실패였다. 시를 읽고 해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시는 난해하다’고 둘러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해설하지만 그 방향을 반대로 한다. 삶에서 의미를 찾고 이를 시로 만나도록 해준다. 누구나 경험하는 인생의 고민 그리고 일상의 단면을 포착하여 가장 선명하고 정확한 언어를 통해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리며 시의 순간으로 인도되는 것이다. ..정재찬 교수는 돌봄, 동행, 배움, 사랑, 관계, 건강, 마음, 교육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 시와 함께 진심어린 강의를 이어간다. 마치 그의 수업은 시가 아닌 인생수업이다. 그가 소개한 시를 마음속으로 읽어보면 그 울림의 여운이 오래간다. 마치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나서의 짧은 침묵이 어떤 통찰이 대한 마침표처럼 느껴진다...결심이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 몸에는 너무 많은 관성이 들어 있습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몸구석구석에 살뜰히도 배어 있습니다. 그것과 싸워 이겨내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호락호락한 사람들입니다. 싸울 게 따로 있지왜 자신과 싸운답니까.p.113..시를 통한 삶에 대한 통찰. 이 책을 만나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 중 하나였다. 또 그것들 중 하나는 빛나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