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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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읽는시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동아시아


시공간을 넘어서 원소의 질서와 규칙을 찾아내려는 아름다운 협력. 화학시간에 기계적으로 암기하던 주기율표에는 화학이라는 학문의 기초를 위해 연구하고 희생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무관심했다. 그리고 영영 화학을 인생에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책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배워가면서 화학에서 거리를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소로 되어있고 원소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은 단위, 그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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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인『주기율표를 읽는 시간』에서 ‘주기율표’를
설명한다. 화학공부를 위해 외워야했던 주기율표의 역사와 구성, 특징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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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원소는 우주에 흩어져 어딘가에 다시 모여서 별이 되기도 하고, 지구와 같은 행성과 생명체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모르면서도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 너머의 세상을 동경해왔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별에서 왔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던 것만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도 별빛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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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별에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는 화학을 넘어 밤하늘에 호기심을 가졌던 모두를 소환한다. 다만 그 반짝임에서 물질의 비밀과 원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번 읽은 코스모스에서, 칸트가 존경하는 대상에서,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에서 여러차례 별을 떠올린다. 별,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밤하늘은 우리에게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놀라운 영감을 주고 있다는 생각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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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는 고대 자연과학자들은 화학의 역사 첫장에 자리할만하다. 데모크리토스가 아토모스라고 부른 원자. 그 차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어서 라부아지에, 돌턴, 보어, 러더퍼드, 모즐리 등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주기율표"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맨델레예프를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그의 연구는 빈칸을 남기고 화학의 역사가 그 위에서 계속 되는 모습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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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율표에 배치된 원소들의 위치가 결국 원소의 특별한 특징과 성질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질을 원자 번호별로 전부 외울 수는 없습니다. 주기율표에는 이런 성질이 잘 정돈되어 원소들이 배치되어 있지요. 그래서 원소가 주기율표에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입니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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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궁전을 닮았다고 생각할만한 주기율표의 모양, 즉 주기율표의 건축미학을 다루는 부분은 배치의 원리를 알 수 있어서 직접적인 이해를 도왔다. 또한 주기율표 저택의 주민들이라는 이름으로 원소들을 구분, 분류하야 설명하는데 위치와 이웃한 배치가 원소를 설명하여 놀라웠다. 이해가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체계를 이루는 원소들을 위치를 관심있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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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신비한 원소 사전 』118개 원소를 소개한다. 생활 속에서 역사 속에서 발생과 발견의 단서들을 찾아가며 사전의 기능을 충실히 한다. 이미지와 세련된 편집이 원소에 대한 설명들이 관심이 기도록 이끌었다. 특히 자판기에 동전이 인식되는 이유(망간)이나 미용실에서 펌의 원리(황)같은 부분은 원소이야기가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지 그대로 느껴져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지적 호기심과 유익함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또한 너무나...아름다운 책의 자태는 충분히 소장할만하다. 화학에 관심많은 학생을 비롯해 과학적 교양의 기초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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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김종원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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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ㅡ 하이데거

하나의 언어를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하나의 삶의 형식을 떠올리는 것이다 ㅡ비트겐슈타인

삶을 설명하기도 하고
삶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8개의 화두는
저자의 인문학적으로 성숙한 시각과
창조적 발상의 지혜가 담긴 언어로
만나게 된다.

열정, 언어, 일, 성장, 생각, 기품, 조화로운 삶, 관계. 이 여덟가지 단어가 바로 그것이다. 위의 단어들은 마음을 무겁게하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 누구든 위의 단어들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고민의 카테고리라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작부터 다르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 자체의 의미에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해방감을 준다. 사실 그의 사유의 방향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 살아가며 긍정했덤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시도다. 이 책은 그런점에서 고맙다.읽으며 마음에 새긴 문장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났으므로, 사는 내내 자신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물론 인문학은 모두가 아는 지식이다. 그러나 아무도 가지지 못한 가치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대를 만나야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열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실수하는 사람이 많다. 열정은 뜨겁게 달군 무기를 앞세우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라만 봐도 뜨거운 그것을 내 안에 넣어두고 평화롭게 다스리는 것이다. 자신을 고요하게 유지하라. 그것이 가장 뜨거운 열정이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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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엿보다 - 정재곤의 정신분석학 에세이,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정재곤 지음 / 궁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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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엿보다

자기자신과 자기의 감정을 분명히 알수록
지금 있는 현실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ㅡ스피노자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봐야한다.
이 책의 제목은 "나를 엿보다"이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라
들춰보고 두고보며 나의 숨은 욕망까지도
살피는 섬세한 시도다.

이 책은 "정신분석 에세이"다.
차에서 출발해, 가족, 사회 전반의 이야기들을
정신분석학의 차원에서 풀어낸다.
누구나 고민할 법한 주제이기에 공감을 얻으면서도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삶의 문제들을 진단하는 저자의 시각은 온기가 느껴지면서도 따뜻하다.
특히 일상사들이 정신분석의 주요개념으로 설명되며 에세이로 시작해 정신분석으로 끝나는 구성은 지적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정서적 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신분석의 대해 관심을 갖고 프로이트와 라캉을 읽은 적이 있지만 학문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부족함이 이 책을 통해 해소되었다. 또한 저자가 심도있게 연구한 마르셀 프루스트가 간혹 인용되는데 그의 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문장이 저자가 제시한 개념과 맥락 안에서는 더욱 선명해기지도 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행복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나는 짧은 순간이나마 매일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주변을 살필 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을 보다 잘 살필 수 있게 해주는 돋보기가 필요하고 졸보기도 필요하다. 바로 심리학이 유행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에 나의 작지만 큰 소망을 펼쳐놓고자 한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개인과 타자, 사회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독자들의 가슴속 연못에 조그만 조약돌을 던져본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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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핵심을 1page로 정리해 적용과 실천이 가능하도록 설명한 영상입니다.
  • 비폭력 대화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한국NVC출판사 2017-11-25장바구니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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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단식 광대 -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창비세계문학 7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외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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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충과 관종의 시대, 카프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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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갑자기 벌레가 된 남자의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변신이라고 하면 슈퍼히어로나 신데렐라처럼 근사하고 화려한 변신을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변신의 여정에서 제자리로 돌아와 안도하며 교훈을 남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가장 끔찍한 벌레로 변해 아무 이유도 모른채 서서히 존재의 종말로 향할 뿐이다. 가족들은 그의 비극 앞에서 불안과 불편을 느끼고 그를 멸시한다. 누구도 그의 부조리한 변신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위한 자기보존의 욕구에 충실할 뿐이다. 문학적 완충장치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누구나 벌레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사실적이라는 표현은 유효하다. 시선은 냉정한 선을 긋고 대상을 추락하게 한다. 우리 시대의 잔인한 호명, 즉 벌레는 부르는 방식은 익숙하다. 맘충, 급식충, 이백충.....ㅇㅇ충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든 벌레가 될 수 있고 어쩌면 벌레가 되고도 모르는 그들 그리고 나. 변신의 첫문장에 '그레고르잠자'대신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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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표제작인 <단식 광대>는 단식을 보여주며 존재를 확인하려는 광대의 욕망과 타인의 기이한불행을 지켜보는 욕망의 접점, 그리고 그 이후의 엇갈림의 비극을 보여준다. 광대의 단식은 존재의 이유면서 결국에는 제거의 이유가 된다. 단식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이 그의 단식 행위에 가치를 결정한다. 그는 관심이 사라지고도 단식을 이어간다. 단식은 결국 생명을 위협하고 죽음이라는 결말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식 광대는 단식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 어쩌면 그를 관심종자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결곡한 태도는 타인의 관심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그렇다고 그를 예정된 실패 앞에서 용감하게 고군분투하는 투사로 이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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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단식광대>를 비롯한 프란츠 카프카의 중, 단편들은 부조리한 실존을 대면하게 한다. 분명히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 앞에서 주인공은 가혹하다거나 혹은 비참하다는 감정적 호소조차 하지 않는다. 실존에 대한 의지적 선언도 아니다. 기이한 상황에서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 존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질문할 수 있으나 결국 카프카의 시선은 현실을 관통한다. 벌레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고 비극의 관음증을 관종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익숙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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