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단식 광대 -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창비세계문학 7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외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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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충과 관종의 시대, 카프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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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갑자기 벌레가 된 남자의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변신이라고 하면 슈퍼히어로나 신데렐라처럼 근사하고 화려한 변신을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변신의 여정에서 제자리로 돌아와 안도하며 교훈을 남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가장 끔찍한 벌레로 변해 아무 이유도 모른채 서서히 존재의 종말로 향할 뿐이다. 가족들은 그의 비극 앞에서 불안과 불편을 느끼고 그를 멸시한다. 누구도 그의 부조리한 변신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위한 자기보존의 욕구에 충실할 뿐이다. 문학적 완충장치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누구나 벌레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사실적이라는 표현은 유효하다. 시선은 냉정한 선을 긋고 대상을 추락하게 한다. 우리 시대의 잔인한 호명, 즉 벌레는 부르는 방식은 익숙하다. 맘충, 급식충, 이백충.....ㅇㅇ충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든 벌레가 될 수 있고 어쩌면 벌레가 되고도 모르는 그들 그리고 나. 변신의 첫문장에 '그레고르잠자'대신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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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표제작인 <단식 광대>는 단식을 보여주며 존재를 확인하려는 광대의 욕망과 타인의 기이한불행을 지켜보는 욕망의 접점, 그리고 그 이후의 엇갈림의 비극을 보여준다. 광대의 단식은 존재의 이유면서 결국에는 제거의 이유가 된다. 단식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이 그의 단식 행위에 가치를 결정한다. 그는 관심이 사라지고도 단식을 이어간다. 단식은 결국 생명을 위협하고 죽음이라는 결말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식 광대는 단식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 어쩌면 그를 관심종자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결곡한 태도는 타인의 관심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그렇다고 그를 예정된 실패 앞에서 용감하게 고군분투하는 투사로 이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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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단식광대>를 비롯한 프란츠 카프카의 중, 단편들은 부조리한 실존을 대면하게 한다. 분명히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 앞에서 주인공은 가혹하다거나 혹은 비참하다는 감정적 호소조차 하지 않는다. 실존에 대한 의지적 선언도 아니다. 기이한 상황에서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 존재에 대해 거리를 두고 질문할 수 있으나 결국 카프카의 시선은 현실을 관통한다. 벌레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고 비극의 관음증을 관종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익숙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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