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과학자와 신비한 안개상자 - 원자의 세계를 발견한 찰스 윌슨 이야기
옌스 죈트겐 지음,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그림, 이덕임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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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과학자와신비한안개상자
옌스죈스킨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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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기상학에서 나올 수 있겠지만 나에겐 과학보다는 문학적 분위기에 휩싸이게 하는 단어다. 기형도의 안개라는 시도 있지만 안개 자체가 주는 몽환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개상자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안개의 흩어짐에서 과학적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일까. 신비한 이야기를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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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자의 세계를 발견한 과학자 찰스 윈슨의 이야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정밀한 실험이 이어져 지적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그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자연현상을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만 접근한 것 아니라 신비로움에 경탄하며 진심을 다해 연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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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등산을 하다가 "구름의 바다"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된다. 그가 발명한 안개상자는 안개와 구름 연구를 위한 도구였지만, 물질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입증하며 과학적 성과를 세웠다.
안개상자는 ‘과학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독창적인 도구’이다.  원자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울 갖고 물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일깨웠기때문이다.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모든 물질과 자연 속에서도 원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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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대한 그의 열정은 형이상학 관점으로까지 나아갔다"(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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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한 그의 헌신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삶을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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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대상에 완벽히 몰입하여 애정을 다한다. 어쩌면 그의 연구자세는 감탄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천전하게 순수한 시선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하며 대상을 알아가고 점차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앎이 삶이 되는, 그것이 일치하는 모습울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소설 혹은 과학교양서지만 찰스윈슨의 진정성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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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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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우리가 환경에 대해서 생각할 때, 환경을 보호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한스 요나스는 현세대가 가진 책임은 일차적으로 미래 세대의 존재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차적으로는 그들의 삶의 질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과 배려의 차원을 넘어 현세대가 당면한 절대적으로 위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발전하는 문명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환경 문제는 급격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문제는 특정 지역의 음모론이나 책임론을 벗어나는 것으로 기후변화나 생태계 파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의 변화를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 가능하리라는 낙관론은 무방비상태를 이끌 것이며 현재 진행중인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는지를 원망하며 국가차원의 방역에 협조하는 것 이상으로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장기적인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 주관식 시험의 답처럼 떠오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개발’은 너무나 멀게 여겨진다. 나의 삶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출발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환경, 나와 지구, 나와 과학기술 등 ‘나’에 방점을 찍고 ‘나’를 주어로 환경에 대한 문장들을 써보는 것이다.

고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책을 통해 환경문제를 자신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데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환경문제와 자신의 유년시절을 연관시키며 책을 시작한다. 할머니의 재봉틀은 에너지 문제와 이어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인 미니애폴리스를 언급하며 교통문제를 설명한다. 본인이 자란 하트랜드의 이야기를 하면서 식량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이런 시도들은 환경문제가 애초부터 우리의 삶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미래의 나에게 막연한 부담을 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진심을 다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지금 여기’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생명, 식량, 에너지의 챕터에서 구체적으로 과거의 문제들을 다루고 앞으로의 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지구라는 챕터는 좀더 시사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역사적, 세계적 맥락에서 환경문제를 다룬다.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변해버린 대기, 따뜻해진 날씨,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해서 다룬다. 폭염이나 혹한 등의 이상 기후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당장 우리의 문제이며 이를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민해야한다. 전처럼 ‘올해는 덥네.’ 수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의 미덕은 ‘지금 여기 우리’라는 문제의식을 공유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통찰과 윤리적 태도다. 저자는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내일 아침부터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시간을 적어보라”는 과제를 낸다. 또한 가방 안의 플라스틱 제품의 개수를 세어보라고 한다. 문제의식의 공유는 해박한 지식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일상의 작은 행위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덜 소비하고 더 나누라”고 제안한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덜 소비하고 더 나누는 것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나의 풍요가 지구를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다시 고민해볼 일이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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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는 애쓰기다 - 당신의 삶은 이미 책 한 권이다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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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는 애쓰기다

 

책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작가의 인구와 독자의 인구가 역전될 수도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책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간혹 쉽게 쓰여진 책들도 보인다. 출판사의 기획이나 대중의 유행에 따라 만들어진 책들이다. 쉽게 읽히기 위해서라도 책은 쉽게 쓰여져서는 안된다. 생각을 정돈하고 문장을 쓰고 삶과 괴리되지 않은 진실한 메시지를 위해 책을 써야한다. 제목 그대로 책쓰기는 애쓰기다. 삶에서의 분투가 공들인 기록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책을 보면 문장의 날카로움에 여러번 놀란다. 사유를 관통하는 섬세함과 예리함을 지금까지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준한다. 그의 글은 그야말로 지적인 팩트폭격인 셈이다. 그가 전하는 당위는 어쩌면 나의 머릿속에서 문장으로 나오기 전의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과 같다. 이전의 책들을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 책은 ‘책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위해 살기, 읽기, 짓기, 쓰기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 제대로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사소한 일상이 상상력의 터전이 되고 삶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나의 삶을 충족시켜 그대로 앎을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읽어야 한다. 독서의 가치와 즐거움을 알고 읽기를 통해 남다른 지식을 창조한다. 읽으면서 쓰고 쓰면서 읽는 저자의 실행력은 누구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책쓰기의 시작이 된다.

이어서 짓기가 필요하다. ‘글은 삶이 남긴 얼룩과 무늬다’라고 주장하며 글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어쩌면 많은 독자들이 가장 구체적으로 글짓기의 방법론에 대해 귀기울이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앞서 제시된 살기와 읽기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면 짓기 또한 제대로 시도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장에서 통념을 뒤집어야 통찰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의 책들에서 꾸준히 지속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통념을 뒤집는 것, 그래야 삶이 반영되는 짓기가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쓰기의 과정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앞서 살기, 읽기, 짓기가 결국 한권의 책으로 압축되는 것이다. 한권의 책을 출판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책을 쓰는 사람의 자세를 점검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나 역시 문장노트를 쓰며 문장을 모으고 글을 쓰거나 인용을 할 때 참조한다. 한권에 1000개의 문장을 적을 수 있다. 두권을 완성했는데 그 중 하나는 채우는데 반년이 걸렸고 또 하나는 8년이 걸렸다. 이제야 다시 읽고 쓰는데 익숙한 삶으로 진입하여 다시금 문장을 적고 있다. 문장노트를 보면 자신의 작은 역사가 보인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었는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문장노트를 활용하는 대목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고 앞으로 계속해서 꾸준하게 써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덱스를 수없이 붙였다. 좋은 문장들과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들 마다 붙였지만 저자 역시 좋은 문장을 수집해온 내공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었다. 책쓰기의 비결을 전하며 책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있는 저자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또한 반드시 책을 쓰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여기며 완성해가는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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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전문가들의 정리법 - 너저분한 ‘자리’부터 시작하기
구도 에미코.미키 요시코.이토 마리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안테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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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전문가들의정리법

버리면 공간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정리를 하다보면 뭔가 해치운다의 느낌으로 그러니까 어느 정도 됐을 때 해결사가 되어 정리를 한다. 애초에 이상적인 정돈된 상황을 생각하기보다는 엉망이 되면 치우는 편이다. 그러면 곧 어질러지고 또 치우는데 어딘가 소득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시지프의 돌처럼 끝나지 않은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을 만나 정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정리법을 제안한 책들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모두 건축설계 전문가였던 주부들이 비법을 공개한다는 특별한 점이 있다. 정리를 해나가기보다는 정리 전에 가장 완벽하고 편안한 상태를 생각하고 정리를 한다. 그러면 어지르고 치우는 데 있어서도 헤매거나 위치에 대해 방황할 일이 없다. 또한 에미코, 요시코, 마리코 세 사람은 건축설계 전문가였지만 주부로서 정리를 어려워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초보자도 공감하며 따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삽화와 그림으로 설명이 자세해서 어렵지 않게 정리법을 배울 수 있다. 공간에 따라서 부엌, 화장실, 거실, 현관 등 정리와 수납에 대해 꼼꼼하게 알려줘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세사람은 '정리는 경제효과를 부른다' '정리는 시간을 만든다' '정리는 건강을 이끈다'라고 말하며 정리의 효과에 대해 말한다. 그들의 정리는 단순히 치우는 것 이상이다. 정리를 통해 삶이 정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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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구하겠습니다! - 1퍼센트의 희망을 찾아가는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조이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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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구하겠습니다
조이상
푸른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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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한번 일어날수도 있는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이 그들에게는 매일 일어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모두의 불안을 안심시키며 용감하게 해결해나간다. 그렇기에 그들은 영웅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에서 간혹 그들을 잊고 산다. 그리고 떠올리더라도 화재현장의 장면이지 그들의 노동의 생생한 현장, 아울러 애환과 노고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그들이 화재현장의 영웅이라는 건 알지만 그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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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구하겠습니다는 화재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소방관의 솔직한 이야기를 마치 그날의 우리처럼 담담하게 쓴 에세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소방관의 현실이 생생하고 그들의 화재진압이나 위급상황에 출동한 이야기들은 소방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 특별하다. 피해자의 시선이나 혹은 방송 등의 제3자에게서 전달되던 사건이 사건을 전담하는 소방관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그들이 출동한 현장은 가정폭력, 음독, 자살 등 사회문제와도 연관되어 진지한 질문을 마음에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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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첫번째 가르침은 목적만 생각하자 이다. (46쪽)

절박한 상황이다보니 피해자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않고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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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맞았다고 식물은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당신은 식물보다 강한 존재다. 당신이 가진 그 강렬한 눈빛처럼 끈질기게 보란 듯이 살았으면 좋겠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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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위급한 순간에서 그는 최선을 다하고 진지하게 성찰한다. 그는 소방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풋내기소방관이었을 때부터 작은 실수담들도 있고 또 거기서 반성하고 배우는 자세 덕분에 그가 전하는 말들이 마음을 울린다. 제목 중 하나가 대한민국, 안전해요. 였는데 그의 진실한 이야기들이 귀를 기울이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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