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더불어사는이야기집을짓다 이야기 창작의 과정황선미 문학과지성사..소설과 동화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서로 합평 수업도 받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대상 독자의 비중이었다. 소설을 쓸 때는 작가의 자의식이 들어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작품의 정체성이 된다. 소설 합평의 첫번째 질문은 "왜 소설을 썼나?" 그 의도에 맞춰져있다. 물론 동화에서도 왜 썼는지,그 의도가 궁금하겠지만 그것보다 선행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하는 동화일까요?" 동화는 대상독자인 어린이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어린이와더불어사는이야기집을짓다"인 것이 바로 공감이 갔다. 동화작가에게는 어린이 독자 그 이상은 없는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등 어린이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동화를 써온 황선미 작가의 창작론으로 독자인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실질적으로 동화창작에 대해 풀어나간다. 어떤 소재로 쓰고, 어떤 인물로 주인공으로 설정하며, 시점과 구성, 복선 등 이야기의 구조적인 부분이 매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습작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할만한 이름 짓기, 첫 도입부 쓰기, 문장 쓰기, 퇴고 등도 명확하게 전달되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선 내가 쓰려는 문학 방식이 즐거워야 한다. 즐기지 못하면 깊이 오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화가 어린이 교육 지침서가 아닌 문학임을 기억해야 한다. 철저히 어린이의 입장을 고려해야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점이다."(28쪽)..작가의 당부는 동화 창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는 듯하다. 내가 동화쓰기를 즐거워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 독자의 공감을 얻는 것. 그것이 동화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 자신도 어린이라는 시기를 지나왔음을 잊지 밀아야할 것이다. ..동화를 창작하려면 내면에 은닉된 나의 어린 시절에 기댈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이런 일을 그때 겪었다면 어땠을지 고민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나’가 때로는 답을 주기도 한다. (18쪽)..동시에 책을 읽어나가며 제목의 의도가 담긴 구절을 만나 반가웠다."동화를 창작하는 일은 집을 지어 나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어른과 아이가 각각의 존재감으로 어울리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안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이야기집이 동화이다." (174쪽)..집을 지어가는 것과 이야기를 지어가는 것은 닮아 있다. 성실하게 배우고 기록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지어질 집 혹은 이야기를 상상하는 과정이 그렇다. 특히 동화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좋은 동화 쓰기를 위한 든든한 지침이 될 책이다.
청춘의독서유시민웅진지식하우스..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다 펼치는 지도는 다를 것이다. 만약 길에서의 구원이라도 한다면, 기억일수도 있고 사람일수도 있으며 믿음일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 유시민은 책을 펼친다. 자신의 청춘에서 빛나는 사유를 만날 수 있었던 독서 경험으로부터 삶의 길을 찾아가는 시도가 바로 이 책이다. 청춘을 맞이한 딸에게 전하는 선물이었던 이 책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기에 행운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청춘의 독서를 읽어갔다...이 책의 차례를 보면 반가운 혹은 미안한 책들이 총 15권있다.읽으려고 마음 먹었으나 결국 실패했던 책도 있고 앞에만 보다가 덮어둔 책도 있다. 다 읽었다고 해도 기억에서 멀어진 책도 있고 아예 읽어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책도 있다. 사실 이렇게 서평을 모아둔 책이나 비평서를 만나면 내가 관심가는 책 혹은 읽었던 책의 챕터부터 읽는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귀하게 아끼며 읽었다. 어찌보면 각각의 책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감격스럽게 재회한 기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운 점들이 너무 많다. 일단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다. 내 삶과 사유에 깊이 들어와 책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광장의 이명준을 당시 살아온 사람들과 지나간 시간 그리고 현재로 이어와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짙어진다. 또한 맹자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좌절속에서도 그를 '아름다운 보수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진심이 느껴졌다. 책과의 거리를 한층 좁힌 것 이상으로 내 삶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 애정과 용기가 그의 글에서 느껴졌다...또한 앞으로 어떻게 읽고 써야하는지에 대해 기대감때문인지 책태기를 넘어서는 생동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저자와 함께 책을 읽고 독서토론에서 경청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저자의 필력과 해박함 그리고 책에 대한 특별한 사랑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아직 읽지 않은 몇편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또한 나의 청춘에는 어떤 책들이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자문하게 한다...이 책은 지난 12.3 내란사태 이후에 밀의 자유론으로 하나의 챕터를 추가하여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것이다. 암담한 시국에 유시민은 여러 방송에서 패널로 등장해 나름의 혜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신경안정제로 불리기도 했다. 이 책도 그중 하나가 되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용한 밀의 문장은 너무나 깊은 감동을 준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https://blog.naver.com/wj_booking
악마대학교 김동식현대문학도서협찬.. 이책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우화다. 후회하고 낙담하는 인간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악마대학교의 좌충우돌 학부생들의 프레젠테이션과 그들의 피드백 또한 현실의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마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보급형 메피스토'라고 할만하다. 인간에게 악마와 계약하여 그 저주를 받게 하지만 그들은 아직 대학생 신분으로 악행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법은 단순하지만 인간을 공격하기에 가장 치명적이다. 바로 욕망의 역공하는 것이다.거짓말로 유혹할 필요도 없고 무시무시한 악마력으로 굴복시킬 필요도 없다.그저 스스로가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손 안대거 코 풀기 같은 방법이다. 악마들이 설계한 판에 올라탄 인간은 욕망을 충족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가장 처절하게 욕망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위협한다. ..악마들은 인간을 잘 알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막강하다. 어쩌면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이 인간 아닌가.기회가 주어져도 똑같은 후회와 절망을 반복하는 인간. 악마의 일이란 얼마나 쉬운가. 인간은 악마로부터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악마들도 인간의 어리석음에 놀란다. (물론 독자도 놀란다)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헛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 ..기분전환으로 재미만을 기대했는데 삶의 중심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짧고 강렬한 소설적 재미와 기발한 설정에 김동식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질문으로답을찾는인공지능윤리수업인공지능윤리수업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에피소드 X 탐구 질문박형빈한언출판사..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요즘은 어딘가 위협적인 느낌을 서로 말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견해들이 우리의 일상까지 근접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은 미래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인정해야한다면 이제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아야할 것이다.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도 다룰 수 있어야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일단 이 문제를 위해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고민해야한다. 그 경계가 불분명해질 정도로 인공지능의 능력이 뛰어나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존재의 미래에 대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율주행차, 딥페이크나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공지능과 인간 공존에 대해 생각해야할까. ..이 책은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이야기와 수업과 질문으로 이어간다. 또한 피노키오나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같은 익숙한 내용을 더하여 풀어나기 때문에 이해가 쉽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이 이야기로 풀어가기 때문에 변주의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고 이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있다.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이어지는 질문은 마치 선생님의 수업처럼 느껴진다. 이야기 속에서 반드시 짚어가야할 부분을 질문으로 제시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책으로 청소년들과 윤리적 고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도서협찬
아인슈타인의꿈 앨런 라이트먼다산책방..베르그송은 물리적 시간과 대비되는 체험적 시간에 대해서 말한다. 각자에게 의미있는 참다운 시간이자 경험에 근거하는 주관적 시간이다. 이 책은 체험적 시간을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과도 같은 소설이다. 어쩌면 체험젇 시간을 넘어서는 문학적 상상과 철학적 사유에 근거해 시간의 개념을 확장한다. 시간의 경계에서 낯선 기분에 사로잡히지만 시간 위를 살아가는 우리를 묘하게 설득하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포착한다...1905년. 베른의 특허청 건물. 한 청년이 책상 앞에서 엎드려 잠들어 있다. 서류로 어수선한 사이 잠들어 있던 그는 꿈을 꾼다. 그는 바로 아인슈타인. 꿈 속의 시간은 현실과 비현실을 가로지르며 우리의 상상 속에서 솟구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반복되거나 뒤로가는 상황들도 있고 짧지만 이어지는 사건들도 있다...아인슈타인은 마찬가지로 키가 작은 베소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말한다. "시간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건 신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야"(68쪽)..포착한 장면에 시간은 저마다 다른 형태로 흐른다. 찰나이면서 영원같고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다가도 순식간에 넘어선다. 일상의 시간들이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초현실로 들어서고 어느 순간 빠져나간다. 소설적 서사를 뛰어 넘어서면서도 안착의 느낌보다 부유의 느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에 대한 시적 문장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시간에 대한 시로 느껴지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사색에 빠지게하는 문장들도 많았다. 과학자의 시적 소설이라는 여러 경계의 틈에서 장르의 혼용으로 번져나가는 특별한 세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절대적인 세계는 위안거리가 있는 세계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시간의 움직임은 내다볼 수 있으니까. (44쪽)..특별한 경험을 선사함과 동시에 시간에 대한 의문들을 파생시키는 소설이었다. 도서 및 원고료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