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대학교 김동식현대문학도서협찬.. 이책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우화다. 후회하고 낙담하는 인간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악마대학교의 좌충우돌 학부생들의 프레젠테이션과 그들의 피드백 또한 현실의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마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보급형 메피스토'라고 할만하다. 인간에게 악마와 계약하여 그 저주를 받게 하지만 그들은 아직 대학생 신분으로 악행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법은 단순하지만 인간을 공격하기에 가장 치명적이다. 바로 욕망의 역공하는 것이다.거짓말로 유혹할 필요도 없고 무시무시한 악마력으로 굴복시킬 필요도 없다.그저 스스로가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손 안대거 코 풀기 같은 방법이다. 악마들이 설계한 판에 올라탄 인간은 욕망을 충족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가장 처절하게 욕망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위협한다. ..악마들은 인간을 잘 알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은 막강하다. 어쩌면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이 인간 아닌가.기회가 주어져도 똑같은 후회와 절망을 반복하는 인간. 악마의 일이란 얼마나 쉬운가. 인간은 악마로부터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악마들도 인간의 어리석음에 놀란다. (물론 독자도 놀란다)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헛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 ..기분전환으로 재미만을 기대했는데 삶의 중심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짧고 강렬한 소설적 재미와 기발한 설정에 김동식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