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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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절박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는 법."
첫 문장에 시선이 이끌린채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다.

셰어하우스.
공간을 공유한다지만
시간과 기억과 결국 마음을 나누게 된다.
셰어하우스는 집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그 제안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면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것은 공간만이 아니었다.
시간을 그리고 사건을 결국에는 마음을 공유한다.

런던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집을 구하고
야간 간호사 리언은 근무 시간 동안
자신의 아파트에 머물 사람을 구한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지만
연인이 아닌 남녀의 동거는 특별한 상황을 만든다.

이 책은 설정이 주는 즐거움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유쾌한 매력이 있다.
마치 시나리오처럼 웹소설처럼
빠른 전개와 가독성은 이 책의 미덕이다.
작가 베스올리리의 감각적인 구성력과 필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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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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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텔레비전으로그 장면을 봤다.
영화인지 뉴스인지 알 수 없었다.
뉴스라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이라면,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었다.
입국과 출국의 일정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짧게 머물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처참한 이미지는 계속됐다.
외국의 알지 못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날 내가 뉴스로 본 불타는 망루는 용산참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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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섯명의 한기씨>는 임한기라는 인물을 떠올리는 예순 여섯번의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그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 용역알바일을 하다가 보상금으로 국수집을 기억한다. 그리고 곧 재개발로 인해 세입자들의 집회와 투쟁에 나선다. 그는 결국 망루에 올라간다. 평상시 순박하다가도 불같이 화를 내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는 의협심이 대단하지만 투사라고 하기에는 선뜻 믿음이 가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66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그의 삶을 추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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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물을 설명하는 목소리들은 하나의 사건을 치밀하게 다루고 우리가 사는 시대를 아프게 통찰하게 한다. 인터뷰라는 시도는 언어와 기억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그들은 각자의 목소리와 회상으로 대상을 재현하며 마치 잡음이 섞인 합창처럼 오해와 거짓 그리고 왜곡 또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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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자 스스로 등장하지 않는 임한기와 인터뷰어 이만기의 이름은 발음이 비슷하다. 이러한 설정은 묘한 느낌을 주는데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의 고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남길 수 없다. 그리고 한기에게는 심장과 그림자가 없다는 설정도 독특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그리는 리얼리즘 소설이지만 소설적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독자의 마음에 자리하는 상징은 각자의 것이 될 것이다. 심장이 뛰지 않았었다는 것과 그림자가 없어져버렸다는 것에 한기에 대해 독자가 가질 수 있는 소설적 상상 혹은 짐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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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민이 아니야. 난민이지."137
"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되어버려요."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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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여섯명의 목소리가 생생하고 그들간의 구성이 치밀하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설정은 상대주의적 접근을 의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예순 여섯명의 목소리를 듣고 임한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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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 일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잔인하고 처참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무지했고 어떤 의견도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슬픔에 공감하고 진실에 귀기울이는 것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부족하지만 예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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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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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러브 /조우리





라스트러브는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읽을 만큼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팬픽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유치해지거나 감정이 과잉일 수 있는 부분에서 중심을 잘 잡은 부분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아이돌 산업을 중심으로 한 쇼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서사도 아니다. 분명 이 책은 사랑을 말한다. 현실의 사랑이 아니고,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무지갯빛으로 펼쳐지는 상상의 사랑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냈다. 특히 이 소설은 아이돌 제로캐럿과 그들의 팬인 파인캐럿의 팬픽 7편이 교차되어 구성되고 있다. 7편의 팬픽에는 등장인물인 제로캐럿의 멤버들이 파인캐럿의 상상에 의해 여러 역할로 등장한다.



종이심장. 준희를 좋아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다인.

FANCY. 과외 선생님 수빈에게 친구 지은에 대해 털어놓는 준희.

수채화. 송준희 작가의 개인전에서 연인이었던 다인을 떠올리는 마린.

다섯 번째 계절. 다인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육상선수 준희.

팔레트. 다인과 동거 생활을 하는 재영.

너 그리고 나. 사진동아리 선배 수진의 아이디어에 따라 과학실에 홀로 남은 준희.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재영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우리’ 모두.



하나의 대상이 다수의 상상에 따라 확대되어 재생산(?)되는 팬픽에 대해서 제대로 포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픽을 팬들에 의해 생산, 소비되는 그들만의 문화라며 거리를 두었지만 그들의 설정들은 하나의 대상에서 발산하고 그 상상의 시작은 애정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작품에 통용되는 설정이 있고 그들이 열광하는 서사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작의 시도들은 단순한 애정에서 출발하여 상상의 진폭을 통해 하나의 소설이 된다.



작가는 여자 아이돌에 국한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한 이유로 레즈비언 서사가 당연히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편해지는 지점은 없다. 너무나 정확하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팬픽의 제목 또한 여자 아이돌들의 노래 제목인데 그 중 마지막 팬픽이 러블리즈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이름이 ‘조우리’다. 마지막 팬픽을 읽으며 눈가가 잔잔히 적셔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에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담겨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의 마음에 파동은 남기는 질문이다. 그리고 같은 무게의 질문을 느끼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대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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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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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일의기쁨과슬픔

그럼에도 오늘을 긍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성장인가 순응인가 고민하는 동안
일도 사람도 시간도 기다려주지 않는
지금의 이야기다.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차이를 통해 읽었고
이번 서평단으로 <잘 살겠습니다>를 읽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노을 지는 테크노벨리의 퇴근길을 <잘 살겠습니다>는 출근 후 책상 위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두편만 읽었는데도 하루의 삶의 단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현재를 응시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고
그 안에서 재치와 여운을 발휘하는 문장이 빛난다.
다만 이야기가 가볍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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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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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오마르의 현실조언

답답한 고정관념으로 가득찬 세상에 시원하고 유쾌하게 날리는 한방이 이 책에 있다. 막연한 긍정의 말이 아닌 진짜 우리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불편한 상황들을 생각의 뒤집기 한판으로 간단하게 뒤집어 버린다. 누군가 이 난감하고 편치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한마디 해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인기유투버 오마르의 현실조언은 정말 용기를 준다.

마치 친한 동네형(?)이 어깨에 묵직하게 손을 올리고 충고해주는 기분이다.

"왜 썸을 탈 때는 그 사람의 인성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울까? 그건 그 사람과 나, 둘의 관계에만 너무 집중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그것은 집중한다고 볼 수 있는 동시에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돌려 말하질 못해. 솔직해서 그런 거니 이해해줘.”
뭐 이런 식. 말 쉽게 던지고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분위기 엉망으로 만들면서 그런 자신을 담백하고 쿨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변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기 말은 똑바로 하자.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하고 무식한 거다. 

정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동안 이런 사소한 일들로 마음을 썼는지 허탈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는 안도가 든다. 불편한 상황을 피해가는 법보다는 유쾌하고 단순한 사고의 전환으로 정면돌파한다. 이런 오마르의 마인드라면 긍정하게 된다. 책의 분량으로만 아쉽다면 그의 유투브 채널을 구독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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