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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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러브 /조우리





라스트러브는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읽을 만큼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팬픽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유치해지거나 감정이 과잉일 수 있는 부분에서 중심을 잘 잡은 부분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아이돌 산업을 중심으로 한 쇼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서사도 아니다. 분명 이 책은 사랑을 말한다. 현실의 사랑이 아니고,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무지갯빛으로 펼쳐지는 상상의 사랑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냈다. 특히 이 소설은 아이돌 제로캐럿과 그들의 팬인 파인캐럿의 팬픽 7편이 교차되어 구성되고 있다. 7편의 팬픽에는 등장인물인 제로캐럿의 멤버들이 파인캐럿의 상상에 의해 여러 역할로 등장한다.



종이심장. 준희를 좋아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다인.

FANCY. 과외 선생님 수빈에게 친구 지은에 대해 털어놓는 준희.

수채화. 송준희 작가의 개인전에서 연인이었던 다인을 떠올리는 마린.

다섯 번째 계절. 다인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육상선수 준희.

팔레트. 다인과 동거 생활을 하는 재영.

너 그리고 나. 사진동아리 선배 수진의 아이디어에 따라 과학실에 홀로 남은 준희.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재영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우리’ 모두.



하나의 대상이 다수의 상상에 따라 확대되어 재생산(?)되는 팬픽에 대해서 제대로 포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픽을 팬들에 의해 생산, 소비되는 그들만의 문화라며 거리를 두었지만 그들의 설정들은 하나의 대상에서 발산하고 그 상상의 시작은 애정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작품에 통용되는 설정이 있고 그들이 열광하는 서사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작의 시도들은 단순한 애정에서 출발하여 상상의 진폭을 통해 하나의 소설이 된다.



작가는 여자 아이돌에 국한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한 이유로 레즈비언 서사가 당연히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편해지는 지점은 없다. 너무나 정확하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팬픽의 제목 또한 여자 아이돌들의 노래 제목인데 그 중 마지막 팬픽이 러블리즈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이름이 ‘조우리’다. 마지막 팬픽을 읽으며 눈가가 잔잔히 적셔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에 작가의 마음은 얼마나 담겨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의 마음에 파동은 남기는 질문이다. 그리고 같은 무게의 질문을 느끼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대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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