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텔레비전으로그 장면을 봤다.영화인지 뉴스인지 알 수 없었다.뉴스라면, 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었다.한국이라면,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었다.입국과 출국의 일정 때문에사람들의 시선은 짧게 머물렀다.나도 그 중 하나였다.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처참한 이미지는 계속됐다.외국의 알지 못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날 내가 뉴스로 본 불타는 망루는 용산참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예순여섯명의 한기씨>는 임한기라는 인물을 떠올리는 예순 여섯번의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그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도박으로 돈을 날리고 용역알바일을 하다가 보상금으로 국수집을 기억한다. 그리고 곧 재개발로 인해 세입자들의 집회와 투쟁에 나선다. 그는 결국 망루에 올라간다. 평상시 순박하다가도 불같이 화를 내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그는 의협심이 대단하지만 투사라고 하기에는 선뜻 믿음이 가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66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그의 삶을 추적해볼 수 있다...하나의 인물을 설명하는 목소리들은 하나의 사건을 치밀하게 다루고 우리가 사는 시대를 아프게 통찰하게 한다. 인터뷰라는 시도는 언어와 기억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그들은 각자의 목소리와 회상으로 대상을 재현하며 마치 잡음이 섞인 합창처럼 오해와 거짓 그리고 왜곡 또한 이어진다. ..주인공이자 스스로 등장하지 않는 임한기와 인터뷰어 이만기의 이름은 발음이 비슷하다. 이러한 설정은 묘한 느낌을 주는데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의 고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남길 수 없다. 그리고 한기에게는 심장과 그림자가 없다는 설정도 독특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그리는 리얼리즘 소설이지만 소설적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독자의 마음에 자리하는 상징은 각자의 것이 될 것이다. 심장이 뛰지 않았었다는 것과 그림자가 없어져버렸다는 것에 한기에 대해 독자가 가질 수 있는 소설적 상상 혹은 짐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국민이 아니야. 난민이지."137"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되어버려요."147..예순 여섯명의 목소리가 생생하고 그들간의 구성이 치밀하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설정은 상대주의적 접근을 의도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예순 여섯명의 목소리를 듣고 임한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각을 하게 한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 일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잔인하고 처참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무지했고 어떤 의견도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슬픔에 공감하고 진실에 귀기울이는 것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부족하지만 예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