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나 사계절 아동문고 96
송미경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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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미유가 데려온 버려진 햄스터의 이름이다.

미유의 자리는 누군가 지켜보고 스스로 바라보는 자리다. 그리고 데려오다 라는 말의 주체이며 대상이다. 그렇기에 미유를 통해서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가족은 사랑 그 자체이며 머뭇거림은 없다. 서로 안아주고 체온을 공유하는 것에서 우리는 확인한다.

아이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야기는 동화의 흔한 소재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귀엽고 다정한 장면만 포착하지 않는다. 미유의 사연, 인물들의 깊은 마음, 그리고 햄릿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가족으로서 혹은 친구로서의 태도를 다하는 지점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삽화 속에 미유와 햄릿의 짧은 대화는 동화적 상상의 작은 행복을 준다.

송미경 작가의 세계에 큰 인상을 받아왔는데 이 또한 그 영역을 넓혀지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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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똥
유은실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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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누구나 고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에 대한
기억 혹은 추억이 있다.
와와는 이 책을 그리고 민들레꽃을
똥안아꽃이라고 불렀다.
세상이 되기전부터 좋아하는 책이었다.
어디에도 귀한 쓰임이 있다는 지혜는
어른이 되고나서도 큰 힘이 되었다.
마음을 따뜻하고 단단하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동화작가인 #유은실 에 의해
송아지똥으로 이어졌다.
똥도로동 그리고 리듬감과 같은
유쾌한 이름과 시멘트 바닥처럼
시대에 익숙한 설정들이
이야기의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전설의 강아지똥 이야기를 듣는
송아지똥을 보며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림도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자연의 풍경 속에서
송아지똥을 고민과 깨달음에 대해
다시 한번 감동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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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준비 사전 사춘기 사전
박성우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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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답할 때 사전을 찾는다.
친구, 사랑, 가정, 꿈...
아마도 그런 단어들 앞에서 막막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국어사전의 정의 앞에서
우리는 머뭇거린다.
내 마음을 선명하고 명쾌하게 밝혀주기에는
어딘가 거리가 있다.
사전 속에서 단어를 찾고 밑줄을 그으면
그 단어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단어의 뜻을 새롭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들이 시작된 때는 사람들이 사춘기라고 부르던 그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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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의 사춘기 준비 사전은
말그대로 사춘기를 앞둔 십대들을 위한
마음사전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을 읽기 시작하며
사춘기의 십대들을 이해하고
앞으로 다가올 나의 아이가 맞을 사춘기를 위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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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춘기를 거쳐온 어른들도
익숙하지 않은 혹은 서툰 단어들에 대한 정의가 있다.
해결되지 않은 단어 앞에서
불투명한 고민의 시간을 보낸 나와 같은 어른에게도 유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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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단숨에 읽힌다.
마음이 언젠가 머무를 단어들의
정의를 유쾌하게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그 정의를 알려준다는 느낌보다
아이들이 이렇게 쓴다고 어른들에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은 사춘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왔지만 그때의 서투름을 떠올리는 어른들에게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 박성우의 첫시집은 아마도 내가 읽은 첫번째 시집을 것이다. 그의 데뷔시집인 거미는 강렬하게남아있다. 그렇기에 그가 세상을 응시하는 눈을 신뢰해왔다.
그런데 청소년 시집이나 그림책 그리고 마음사전이다 시리즈 등에서 만나는 그는 새로우면서도 그의 진정성이 그대로 전달되어 기쁘다.
다른 장르라는 전략적 기획이 아니라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진실하게 들려오면서 그의 영역이 넓혀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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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러스트레이터 애슝의 그림은 이 책의 재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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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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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시원하게 내리는 여름 소나기는 반갑다.
단 우산이 있거나 비를 피할 곳이 있다면.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을 떠올리게 한다.
또 목청껏 부르는 노래소리처럼 크고 신난다.

우리는 분명 소나기를 피하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소나기의 낙하는
놀이처럼 유쾌하게 느껴진다.

데뷔시집 "거미"부터 청소년 시집까지
늘 선명한 인상을 남겼던 박상우 시인의 글은
아름다운 동시로 마음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최근 "아홉살 마음사전"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맑고 예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참 고맙다.

매달리고 미끄러지며 개구장이처럼
천진난만한 빗방울들을 그림은
너무 사랑스럽다.

이 그림책을 읽고나면 소나기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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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연한 고양이 문지 에크리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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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을 상상한다. ‘기형의 심장을 가진 늙은 고양이’인 보리와 ‘죽을 운명을 간신히 피한 어린 고양이’일다는 작가에게 ‘너’라는 관찰과 사유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길고양이였으며 그들의 삶은 도시의 덧없는 리듬을 닮아있다고 한다. 작가의 동거인이 된 ‘보리’와 ‘일다’. 그에 따르면 ‘고양이에게 진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동거의 첫 번째 조건이 이름인 것처럼 ‘보리’ 그리고 ‘일다’라고 붙여진다.

‘너의 이름은 보리이다. 그 이름을 붙여준 것은 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리라는 소리가 가진 친근함과 사소한 따뜻함.’ (p.16)

‘간호사가 수속을 위해 “고양이 이름이 뭐죠?”라고 물었을 때, 이 고양이가 생년월일도 이름도 없다는 사실이 오래전 비극처럼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일다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일다, 일다, 일다, 일다…… 이름은 주술이다.’ (p.55)

고양이와의 관계는 구축이지 종속이 아니다. 애완과 반려의 다른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양의 눈동자, 시선, 걸음걸이, 실루엣, 잠 등 고양이에 대한 섬세한 관찰은 대상에 대한 사유의 깊이 뿐만 아니라 삶의 낯선 감각들을 조명한다. 고양이라는 프리즘으로 사유에 접근하고 빛의 영역들이 선명하게 확장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 보리와 일다는 ‘너’라는 이인칭으로 불린다. 이인칭은 고양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순간 읽고 있는 나, 즉 독자를 부르는 것처럼 낯선 경험이다. ‘너’에 이입하여 필자가 시도한 고양이 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나에서 ‘너’가 되는 역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너’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고양이들과 필자 그리고 읽고 있는 독자에게까지 해당된다.

그렇다면 왜 이인칭이어야 했을까. ‘나(고양이)’라는 설정은 명백한 허구로서 진정성의 순도가 떨어진다. 의인화된 고양이는 동거와 관찰의 대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라는 삼인칭은 대상화되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주체와 객체의 시선은 동등하지 못하다.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수직적 시선은 적절한 관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너’로 불리는 대상은 관계로 구축되지만 자유로움을 짐작하게 한다. 종속이나 포섭이 아닌 언제든지 멀어지거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날렵한 운동성은 고양이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고양이 하기’ ‘고양이 되기’로서의 글쓰기가 가능한가에 대한 결과라고 한다.

‘고양이의 삶은 불가능하지만, 고양이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시간은 아무 데서나 찾아온다.(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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