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드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너무나 정확하다.

우리는 어떤 공간에 가면 쉽게
분위기좋다 혹은 인테리어 좋다
라고 이야기한다.
무심코 던지는 말의
심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공간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디테일의 의미들을 분석한다.
우리에게 지배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각 뿐만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 마케팅을 지적한다.
소비자의 동선, 매장의 이름까지
공간의 개념으로 이끌어
공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풍부하게 한다.

상업적인 공간들에 고객의 취향을 불어넣어
성공적인 매장 운영을 시도하려는 창업자들을 위한 책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공간에 대한 나의 취향과 그 이유에 대해 섬세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풍부한 사진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책의 끝에 실린 체크리스트는 단순한 점검을 넘어서 훌륭한 서머리이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공간을 꾸미거나 방문할 때마다
공간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해석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2018 제1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1
조우리 지음 / 비룡소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영화가 있을 만큼 스무 살이 자신에게 미래든, 과거든 청춘의 정점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무 살을 앞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스무 살. 되기 전에는 간절했고 이후에는 그리워한다. 십대들은 스무 살의 자유와 낭만을 꿈꿨고 어른들은 스무 살을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스무 살은 미화되어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스무 살을 들여다보면 빛나는 모습 아래로 길게 늘어지던 그림자가 있다. 바쁘지만 외로웠고 미소지으며 실망했다. 스무 살의 나는 사실 그랬다. 그럼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성인이 되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땐 그랬지, 라는 과거 생각을 하며 등장인물들을 아이 보듯 바라보는 것은 존재에 대한 기만이다. 나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의 양적 개념일 뿐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삶과 그 생각의 깊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재경, 김하연, 이수영, 천현준, 연보라, 최민기. 소설의 소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그들에게 책장을 열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그들의 이름이 내 마음에 내려앉는 무게는 예상과는 달랐다.

여섯 명의 비밀은 나의 십 대를 추억할 만한 그저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부끄러운 비밀이 일파만파 감당할 수 없이 사건의 연쇄를 만들어나가는 재경이의 이야기. 재치 넘치는 요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집과 학교에서 지쳐가는 하연의 이야기. 삶의 고단함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간절한 하연의 목소리가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엄마와의 하루가 담담한 감동을 주는 수영이의 이야기. 모녀의 연대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비밀로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야하는 현준이의 이야기. 가장 강렬하고 소설적 재미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현준의 단단한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실연의 아픔과 가족의 해체 앞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보라의 이야기. 가장 십 대 같은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과 나름의 해결방식에 지지를 보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악플러가 된 비밀을 아빠와 공유하는 민기의 이야기. 유쾌함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부자의 이야기가 즐거움을 준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장은 한줄 한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아이를 위해 써온 것이기도 하다는 담담한 고백을 한다. 아이를 위해, 라면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것으로 아이를 이끌기 보다는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고 아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지금의 청소년을 보는 시선은 믿음직스럽고 또한 그러한 시도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여선 작가님의 소설에는 시간이 경과된 사건울 인물의 목소리로 개성적이고 선명하게 그려내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사건 이후이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몰입감을 준다, 일부를 읽어봤지만 강렬한 인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신은 나에게 너무나 멀리에 있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다른 세계에 존재했다. 여신은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존재도, 숨 쉬고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수천년 전의 신화 속에 눈을 마주할 수 없는 대리석 조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파랑새를 찾는 여정처럼 내 안에 여신이 있음을 전해준다. 저자의 진실한 순례기를 따라가 보면 여신의 생명과 포용 속에서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여성으로서 상처받은 부분들이 여신이 주는 치유의 힘으로 되살아남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의 삶이 여신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새로운 힘을 받는다. 나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여신은 이 책의 제목대로 찾아야하고 찾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내면의 힘이 된다.

이 책은 여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의 간절한 여신만나기의 진실성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여행 자체의 즐거움을 따르게 된다. 1부에서는 크레타 여신 순례기를 다루고 2부에서는 한국에서 찾아보는 여신 순례를 그리고 있다.

2부는 저자가 여신 순례에서 돌아와서 한국에서 여신 운동의 단서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특히 제주의 뱀이 여신, 바리공주, 마고할미, 첨성대 등에 대한 해석은 발상의 전환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여신들에 대한 계보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처럼 이미 내 안에 '여신'이라는 무게중심이 실려 기존의 관념들을 명쾌하게 재해석한다. 그래서 여신은 어디에나 있으며 나에게도 여신의 숨결이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페미니즘은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지만 여신운동이 주는 ....남녀 대치의 위태로움에서 그 본연의 의도는 퇴색될 수 있다. 하지만 여신을 구심점으로 하는 근원적 성평등은 우리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소녀가 질문 앞에 서 있다. 생명이 중요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한가.

 

 나도 같은 질문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대학시절 생명윤리 수업시간. 낙태에 대한 찬반논쟁을 이어갔던 적이 있었다. 각자의 의견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떤 결론이 나진 않았다. 마치 태아의 편과 임신여성의 편이 갈린 것처럼 의견이 나눴다. 사실 문제의 결론이 나올 수 없었고 나와서도 안됐다. 수업은 끝났고 공허한 주장들은 쉽게 흩어졌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를 했던 대학생이었던 나를 떠올린다. 아마 그때 수연의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그렇게 경솔하게 내 생각을 말하진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다.

 

이제 수연의 진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한다.

 

수연은 미혼모를 위한 쉼터 앞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떠맡겨버린 아빠. 그리고 다시 아빠에게 돌아와야 했던 상처.

엄마의 흔들리던 눈동자, 나와 눈을 맞추지 않던 아빠의 시선, 내가 몇 번이고 눌렀다 지워버린 전화번호.’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의 기억뿐인 수연이 남자친구 지호의 아이를 임신한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시험을 앞두고 결국 그녀는 미혼모 쉼터로 거처를 옮긴다. 아기에 대한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그녀는 엄마는 어땠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머무른다.

나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졌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엄마를 이해할 것도 같았지만. 그러기엔 억울했다.’

엄마를 닮지 않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수연이는 고민과 걱정 속에서도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의미들을 찾아간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고 학교와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지만 수연이는 침착하게 삶의 방향을 잡아나간다. 새로운 의미들이 새로운 삶을 이끌어나간다. ‘엄마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블루문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이어간다.

지금은 블루문이 모든 불운을 뒤집어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을 달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수연은 아이인가, 나의 미래인가.’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가지만 자신의 삶을 진실 되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괴로운 양자택일의 문제를 벗어난다. 그녀의 삶 앞에 놓인 질문 앞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라는 대답을 찾는다. 그 과정은 물론 순조롭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후회와 지나온 삶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 그리고 방황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수연은 괴로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침착하게 삶을 지켜나간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이 독서 뒤에 찾아오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두 번째 달, 블루문]을 읽으며 수연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사적인 이슈라고 생각했던 낙태와 미혼모 문제에 대해서 침착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수연이의 이야기는 가족과 사회의 냉대와 함께 태아의 성장과 임신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야기의 전개는 수연의 시간과 동시에 달이의 시간도 함께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교훈적 이야기도 아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주인공 수연이가 새로운 삶의 의미들을 찾는 소중한 순간들을 수연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목소리와 서사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과거에 청소년 미혼모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

 

 

 

 

수연의 이야기는 책과 함께 끝났지만 어디선가 수연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물처럼 삶의 행복이 찾아와주길 바란다.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잠시나마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블루문이 모든 불운을 뒤집어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을 달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