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2018 제1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1
조우리 지음 / 비룡소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영화가 있을 만큼 스무 살이 자신에게 미래든, 과거든 청춘의 정점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무 살을 앞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스무 살. 되기 전에는 간절했고 이후에는 그리워한다. 십대들은 스무 살의 자유와 낭만을 꿈꿨고 어른들은 스무 살을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스무 살은 미화되어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스무 살을 들여다보면 빛나는 모습 아래로 길게 늘어지던 그림자가 있다. 바쁘지만 외로웠고 미소지으며 실망했다. 스무 살의 나는 사실 그랬다. 그럼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성인이 되어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땐 그랬지, 라는 과거 생각을 하며 등장인물들을 아이 보듯 바라보는 것은 존재에 대한 기만이다. 나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의 양적 개념일 뿐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삶과 그 생각의 깊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재경, 김하연, 이수영, 천현준, 연보라, 최민기. 소설의 소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그들에게 책장을 열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그들의 이름이 내 마음에 내려앉는 무게는 예상과는 달랐다.

여섯 명의 비밀은 나의 십 대를 추억할 만한 그저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부끄러운 비밀이 일파만파 감당할 수 없이 사건의 연쇄를 만들어나가는 재경이의 이야기. 재치 넘치는 요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집과 학교에서 지쳐가는 하연의 이야기. 삶의 고단함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간절한 하연의 목소리가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엄마와의 하루가 담담한 감동을 주는 수영이의 이야기. 모녀의 연대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비밀로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야하는 현준이의 이야기. 가장 강렬하고 소설적 재미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현준의 단단한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실연의 아픔과 가족의 해체 앞에서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보라의 이야기. 가장 십 대 같은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과 나름의 해결방식에 지지를 보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악플러가 된 비밀을 아빠와 공유하는 민기의 이야기. 유쾌함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부자의 이야기가 즐거움을 준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장은 한줄 한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아이를 위해 써온 것이기도 하다는 담담한 고백을 한다. 아이를 위해, 라면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것으로 아이를 이끌기 보다는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고 아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지금의 청소년을 보는 시선은 믿음직스럽고 또한 그러한 시도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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