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은 나에게 너무나 멀리에 있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다른 세계에 존재했다. 여신은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존재도, 숨 쉬고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수천년 전의 신화 속에 눈을 마주할 수 없는 대리석 조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파랑새를 찾는 여정처럼 내 안에 여신이 있음을 전해준다. 저자의 진실한 순례기를 따라가 보면 여신의 생명과 포용 속에서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여성으로서 상처받은 부분들이 여신이 주는 치유의 힘으로 되살아남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의 삶이 여신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새로운 힘을 받는다. 나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여신은 이 책의 제목대로 찾아야하고 찾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내면의 힘이 된다.

이 책은 여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의 간절한 여신만나기의 진실성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여행 자체의 즐거움을 따르게 된다. 1부에서는 크레타 여신 순례기를 다루고 2부에서는 한국에서 찾아보는 여신 순례를 그리고 있다.

2부는 저자가 여신 순례에서 돌아와서 한국에서 여신 운동의 단서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특히 제주의 뱀이 여신, 바리공주, 마고할미, 첨성대 등에 대한 해석은 발상의 전환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여신들에 대한 계보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처럼 이미 내 안에 '여신'이라는 무게중심이 실려 기존의 관념들을 명쾌하게 재해석한다. 그래서 여신은 어디에나 있으며 나에게도 여신의 숨결이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페미니즘은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지만 여신운동이 주는 ....남녀 대치의 위태로움에서 그 본연의 의도는 퇴색될 수 있다. 하지만 여신을 구심점으로 하는 근원적 성평등은 우리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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