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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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우리라고부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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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나도 그렇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투운동에서의 미투는 좀더 다른 차원을 포함한다. 나도 그렇기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된다. 함께 하기에 우리인 것이다. 우리라고 부르고 우리로서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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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이 있었다. 알아야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너무나 참혹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연히 회피의 감정으로만 거리를 둘 수 없는 문제였다.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연대감과 용기가 지금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라는 태도가 아닌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연대의 시작은 불꽃추적단 불과 단의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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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신분으로 텔레그램N번방을 추적해온 단과 불. 참혹한 사건이라고 거리두기 싶었던 마음이 이 사건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가 진실을 알리는 두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졌다. 알고 싶지 않다고 일어난 일에 대해 알고자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또한 비겁한 일이다. 치열하게 추적하고 고발해온 두 사람의 용감한 기록을 읽음으로서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시작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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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기사처럼 일어난 사건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불과 단의 이야기, 일상에서 취재를 목표하는 과정이 현대사회의 고착화된 성평등 차원의 문제의식 또한 담아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된다는 것의 출발이 공감이라면, 여대생들의 결심은 뜨거운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이 사건의 피해자와 연대하는 방식이 취재라면, 독자에게는 우선 이 책을 읽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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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앞으로의 미래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시도들에 대해 말한다. 1부가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 보도된 현재라면 2부는 사건을 취재하게 될 여대생들위 문제의식, 즉 과거로 볼 수 있다. 또한 3부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봄음으로써 단순히 사건의 취재와 전달을 넘어서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의 연대까지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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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다. 이 땅에서 살아남아, 외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하며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내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추적단 불꽃은 성범죄 피해자의 고발을 지지한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몸을 통과해 심장을 건드렸다. 피해자의 상처가 나의 고통으로 바뀌어 발화하는 순간, 뜨거운 용암이 심장에서 솟구친다.
(294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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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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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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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기분,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책의 마침표에서 상상한다. 나의 서사는 맥락없이 떠오르다 사그라지고 또 이야기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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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 글을 읽는 건…… 모르겠어. 그 세계들이 만나는 일 같다고 느껴졌어. 어떤 질문을 받은 것 같았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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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 글을 쓰려는 소녀들이 있다. 근사한 탈출이라는 목표로 그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고 일어난다.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백일장에 출전하기로 한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글을 쓴다. 허구의 글임에도 자신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들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주인공으로 이어받기도 하고 여성 보편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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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뒤집힌 그 이야기 속에서 글을 쓰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 나는 그들을 통해 살아 있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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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리라는 생각에 잘못된 독법 덕분에 다시 읽기도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콜라주형식의 소설이면서도 다 읽고나서는 하나의 이야기를 투영한다. 작가의 시도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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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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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악플특기는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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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대화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환기하게 했다. 이 책의 청소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대화>도 있는데 읽은 아이들은 저에게 혹은 엄마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중요성에도 실천은 어렵기만 하다. 청소년기에 타인의 시선과 판단으로 인한 '말'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신이 세상에서 환대받고 있는지, 아니면 거부되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대화의 힘을 위해서 거친 현실상황의 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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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언어폭력과 혐오표현이 노출된 청소년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5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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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네 ‘말’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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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설정은 어찌보면 실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혐오로 노는 청소년들의 세계는 잔인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의 종식을 위한 폭력이 없듯이 혐오의 종식을 위한 혐오는 없음에도 더욱 강렬하고 치명적인 혐오가 주목받는다. 또한 SNS기반의 의사소통은 이러한 혐오와 언어폭력이 만연하는데 무감하게 한다. 문제로는 인식하지만 어떤 대응을 하기에는 머뭇거려질 정도로 모두가 쉽게 이런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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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 조영주
해환은 친구들에게 이유없이 따돌림을 당하던 경험담을 소재로 한 소설로 동주삼촌의 도움으로 문학상을 받는다.  천재 작가로 불리던 중, 소설 속 악역이자 왕따 가해자인 희선을 만나고 그녀의 왕따피해자로 겪는 일들을 듣는다. ..... 소설의 설정만으로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재미를 넘어서 왕따를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의 사연의 괴리를 확인하게 하고 아울러 글을쓰며 아픔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마음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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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정해연
사건에 대한 추리와 속도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재혁은 우등생으로 외고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혁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달리고, 그때부터 재혁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이 소설은 추리기법과 반전으로 읽는 재미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남겨진 상황이 안타까워 여운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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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외에도 
말을 먹는 귀신(정명섭)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김이환)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
등 언어폭력과 혐오표현이라는 소재로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소설적 설정으로 재구성하여 재미를 준다.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지금의 대화와 언어표현에 대해서 반성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이기에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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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과학자와 신비한 안개상자 - 원자의 세계를 발견한 찰스 윌슨 이야기
옌스 죈트겐 지음,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그림, 이덕임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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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과학자와신비한안개상자
옌스죈스킨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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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기상학에서 나올 수 있겠지만 나에겐 과학보다는 문학적 분위기에 휩싸이게 하는 단어다. 기형도의 안개라는 시도 있지만 안개 자체가 주는 몽환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개상자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안개의 흩어짐에서 과학적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일까. 신비한 이야기를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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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자의 세계를 발견한 과학자 찰스 윈슨의 이야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정밀한 실험이 이어져 지적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그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자연현상을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만 접근한 것 아니라 신비로움에 경탄하며 진심을 다해 연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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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등산을 하다가 "구름의 바다"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된다. 그가 발명한 안개상자는 안개와 구름 연구를 위한 도구였지만, 물질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입증하며 과학적 성과를 세웠다.
안개상자는 ‘과학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독창적인 도구’이다.  원자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울 갖고 물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일깨웠기때문이다.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모든 물질과 자연 속에서도 원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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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대한 그의 열정은 형이상학 관점으로까지 나아갔다"(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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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한 그의 헌신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삶을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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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대상에 완벽히 몰입하여 애정을 다한다. 어쩌면 그의 연구자세는 감탄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천전하게 순수한 시선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하며 대상을 알아가고 점차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앎이 삶이 되는, 그것이 일치하는 모습울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소설 혹은 과학교양서지만 찰스윈슨의 진정성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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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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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우리가 환경에 대해서 생각할 때, 환경을 보호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한스 요나스는 현세대가 가진 책임은 일차적으로 미래 세대의 존재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차적으로는 그들의 삶의 질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과 배려의 차원을 넘어 현세대가 당면한 절대적으로 위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발전하는 문명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환경 문제는 급격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문제는 특정 지역의 음모론이나 책임론을 벗어나는 것으로 기후변화나 생태계 파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의 변화를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 가능하리라는 낙관론은 무방비상태를 이끌 것이며 현재 진행중인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는지를 원망하며 국가차원의 방역에 협조하는 것 이상으로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장기적인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 주관식 시험의 답처럼 떠오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개발’은 너무나 멀게 여겨진다. 나의 삶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출발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환경, 나와 지구, 나와 과학기술 등 ‘나’에 방점을 찍고 ‘나’를 주어로 환경에 대한 문장들을 써보는 것이다.

고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책을 통해 환경문제를 자신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데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환경문제와 자신의 유년시절을 연관시키며 책을 시작한다. 할머니의 재봉틀은 에너지 문제와 이어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인 미니애폴리스를 언급하며 교통문제를 설명한다. 본인이 자란 하트랜드의 이야기를 하면서 식량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이런 시도들은 환경문제가 애초부터 우리의 삶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미래의 나에게 막연한 부담을 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진심을 다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지금 여기’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생명, 식량, 에너지의 챕터에서 구체적으로 과거의 문제들을 다루고 앞으로의 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지구라는 챕터는 좀더 시사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역사적, 세계적 맥락에서 환경문제를 다룬다.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변해버린 대기, 따뜻해진 날씨, 녹아내리는 빙하에 대해서 다룬다. 폭염이나 혹한 등의 이상 기후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당장 우리의 문제이며 이를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고민해야한다. 전처럼 ‘올해는 덥네.’ 수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의 미덕은 ‘지금 여기 우리’라는 문제의식을 공유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통찰과 윤리적 태도다. 저자는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내일 아침부터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시간을 적어보라”는 과제를 낸다. 또한 가방 안의 플라스틱 제품의 개수를 세어보라고 한다. 문제의식의 공유는 해박한 지식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일상의 작은 행위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덜 소비하고 더 나누라”고 제안한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덜 소비하고 더 나누는 것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나의 풍요가 지구를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다시 고민해볼 일이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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