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관찰 일기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 로스 지음, 박현주 옮김, 최재천 감수 / 검둥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은 자연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서 쓴 것인데,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척해 줄 수 있는 오듀본 협회의 저명 인사랍니다.

 



 


이 책은 오두본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이면서 환경 교육자인 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자연 관찰 일기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자연 세계와 교감하고 이해하는 길을 제시하는 생태 환경 교육서이다. 자연 관찰 일기는 주로 주변 자연 세계를 관찰하고 그에 대한 반응과 감상을 기록하는 것. 관찰이란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대상들이 내게 스스로 드러내는 바로 그 실체를 감지하는 것이므로 자연 관찰 일기 쓰기는 곧 나의 세계를 넓혀 준다.
 
 
저자는 30권이 넘는 자연 관찰 일기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고백 또는 자랑을 했습니다(14페이지).
이 일기에서 중요한 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는 일이고,
여기에다가 그림!
 
날마다 자연을 관찰하고 일기 쓰는 일을 습관으로 해서
몇 년 동안만 계속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능력은 대단해질 것 같지요?
여기에다가 그림!
 
이 책은 모두 276페이지짜리인데, 그림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게다가 그림이라는 것이 아주 화려한 그림이 아니라
'이렇게는 나도 그리겠다' 싶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미리보기 그림을 한 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제 말이 심한 과장은 아닐 겁니다. 
 


만만해 보이는 수준의 그림!
초등학생들한테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이렇게 그려도 책으로 출판될 수 있다!
 
또 이렇게 그려도 되는 거라면 어린 아이들도 <자연 관찰 일기>를 쓸 수 있지요?
제 짐작으로는 대강 만 5세쯤부터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림은 아이가 그리고, 엄마는 녹음기를 준비했다가 적어주면 되는 겁니다.
 
그럼, 이 사람이 주장하는 관찰이란 어떤 관찰인가?
철저한 과학과 과학스런 방법에 기초한 관찰!
요게 바로 동양 철학하고는 동떨어진 서양의 사고방식이지요?
그럼, 한 예를 들어볼까요?
 
"기압은 동물의 행동 양식과 활동, 날씨를 발생시키는
기단의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달의 모양과 일출과 일몰은 지역신문이나 <늙은 농부의 영감>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기록하면 한 달이나 일 년간의 천문학적 순환을 알게 된다(49페이지)."
 
이런 식으로 저자는 일기에 "날짜, 장소, 시간, 날씨, 첫 인상, 풍향, 구름의 형태(48-49페이지)"를 반드시 기록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나침반"도 준비할 것을 충고합니다.
아인슈타인이 5살 때 나침반을 선물로 받고는 굉장히 좋아했다고 했는데,
5살이면 충분할 겁니다.
이런 것으로만 해도 벌써 차원이 다른 일기가 되지요?
 
여기에다가 그림!
다시 한 번 알라딘 미리보기 무대 앞으로! 

 
미리보기를 쭉 넘겨서 맨 끝 38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을 잘 보세요.
"11월 3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새 두 마리가 물에 놀고 있지요?
중요한 건 물과 물의 색깔!
갖가지 색의 연필로 그냥 막 칠한 것 같지요?
모네 무대 앞으로!
 

 
이 책을 보면 말입니다,
<자연 관찰 일기>에 나오는 그런 모네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미리보기로는 나오지 않네요.
간단히 말하면, 빨강, 파랑, 노랑, 연두, 초록, 밤색에다가 검정까지
섞인 듯한 물 색깔은 가을 단풍이 비치고 있는 물을 그린 겁니다.
저자는 그 풍경을 색연필로 장난하듯이 묘사한 겁니다.
 
"일 년 중에서 새들과 동물들이 짝짓는 시기는
날씨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빛의 질과 양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49페이지)."
 
"11월 30일, 화요일
마운트 오번
11시
따뜻해짐 + 맑음
일주일에 햇빛을 11분이나 잃었다.
벌써 일 년 중 334번째 날이다(109페이지)!"
 
이게 과학인가요 예술인가요?
어린 애가 장난하듯이 색연필로 막 칠한 것 같은 예술,
하지만 그 속에 과학을 담아내도록 노력해라!
저자가 주장하는 철학이란 이런 것이라고 할까요?
저자의 철학을 조금만 더 따라가 볼까요?
 
"하늘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말고 따라잡자
어떤 색깔이 보이는가?
그런 색깔들은 짧은 시간 혹은 긴 시간에 걸쳐 어떻게 바뀌는가?
구름의 형태를 관찰하고 스케치하자.
구름의 모양과 날씨의 변화를 서로 연관시켜 볼 수 있는가?
하늘의 상태는 기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자연적이건 인공적이건 간에 높은 하늘을 보며 관찰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111페이지)?"
 
저자는 과학에 접근하는 기본 태도로 관찰,
그것도 꾸준하고 주의 깊은 관찰을 얘기하는 겁니다.
단순히 자연을 잘 알고 즐기며 보호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저자는 이런 능력이 쌓이면,
직관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관력을 향한 창을 내자(260페이지)"
이 능력이 높이기 위한 교사들의 교육 방법론까지 얘기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보고 관찰하도록 고무하는 최선의 방법은
비판적인 논평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 곳곳에서 얘기되는 것으로 봐서는 저자인 레슬리의 주장은
지금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4월 5일 케임브리지 피바디초등학교
호후 1시 30분
얼마 되지 않는, 따뜻하고 햇빛이 밝게 빛난 날 중 하루!
학교 안마당에 2학년생 서른 다섯 명,
도우미 두 명, 교사 한 명과 나,
우리 모두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땅에서 하늘까지 찾아 그렸다(128페이지)."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의 고등학교 명예 생물 교사인 론 시사르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관찰한 것에 대해 일주일간 일기를 쓰도록 한다.
학생들에게는 달력 형식이 가장 수월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82페이지)."
 
"여기 메사추세츠의 윌리엄즈타운에 있는 윌리엄즈대학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날 하루를 그리는 것이었다.
현지 서식지에 더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과
더 개념적인 작업을 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179페이지)."
 
이런 교육 패턴이 미국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요?
261페이지에서는 하버드 대학에서 조사한 <이런 교육 방식의 효과>도
소개가 됐는데, 한국 부모들이 좋아할 수치가 나열됐습니다.
역시 명문대는 이런 짓을 잘하는가 봅니다.
"음악 감상에서 37% 높은 점수를, 문학적 재능에서 13% 높은 점수를,
시각 예술적 재능에서는 5%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꼬마작가가 이런 능력이나 재능을 수치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경멸하는지 잘들 알고 계시지요?
 
중요한 건 말입니다!
꾸준하게 관찰하고 꾸준하게 그리며 꾸준하게 글을 쓰는 습관입니다.
이 책은 여기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케치북은 어떤 것으로 하고,
색연필은 어떤 제품을 사는 게 좋은가 하는 것까지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림이란 과학이고, 관찰이란 과학스런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저자의 기본 철학과 그 상세한 방법론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런 뜻에서 교사들께서는 <지금 당장> 구입하라고 촉구하는 것이고,
출판사 사장님께서는 <지금 당장> 세일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모든 부모들의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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