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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앤티크 물건들을 모으고,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면서 그림 같은 삶을 사는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하다.
하지만 처음 이름이 알려진 것은 삽화가로서였다.
나도 여느 독자들처럼 독특하고 부러운 스타일리스트로서의 타샤를 먼저 접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아주 오래전 그이와 만났음을 알게 됐다.
10여 년 전 <비밀의 화원>을 번역했다(234페이지)."
번역자의 솔직한 고백이 고맙기는 하지만,
이 고백이 한국 아동문학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동시작가로서 꼬마작가는 <어떤 삽화가와 만날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는데,
아동문학 전문 번역가라는 사람은 타샤 튜더를
<독특하고 부러운 스타일리스트>로 알고 있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타샤 튜더는 스타일리스트로서는 70 가까운 나이에 겨우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책들이 이런 책들입니다.

이 책들은 방송 타면서 유명해진 타샤 튜더 생활들일 뿐입니다.
"정말로 내가 이걸 다 했나 봐요. 해리.
내가 성공을 이루었네요.
그림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무도 내가 이렇게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191페이지)."
이때가 1996년 81세 때이고, 세상을 떠난 해는 2008년이랍니다.
그림 작가=삽화가로서는 81세 때 처음으로 작품 전시회를 열고는
"내가 성공을 이루었네요" 하고 좋아했다는 타샤 튜더!
이 책의 번역가는 모두 200권이 넘는 그림책과 동화를 번역했지만,
그림 작가=삽화가의 가치를 아직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동시작가 꼬마작가는 <어떤 그림 작가>와 만나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그 많은 동시를 출판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 2009년 2월에 꼬마작가가 쓴 동시, 이걸 그림으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지요?
<오늘 하루도 해는 이렇게>!
아침 해가 꾸역꾸역
아침 밥을 차려 먹고
늘어진 뱃살 움켜쥐고
어기적 어기적 올라갈 제
뒷 동산 비탈길을
어기적 어기적 올라갈 제
늘어진 뱃살, 땡땡한 뱃속!
출렁이는 배를 안고
깊은 한숨 들이쉬며
어기야디야 오르다보니
12시가 벌써 지나
뜀박질로 겨우겨우
꼭대기에 올라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세상 구경 하노라니
쏟아져내리는 졸음에
꾸벅꾸벅 끄덕이다
실눈으로 내려다보니
뉘엿뉘엿 해질 무렵.
아뿔싸!
벌써 이렇게 지났나?
큰 맘 굳게 먹고
출렁출렁 뱃살 잡고
데구르르 콩콩
데구르르 콩콩
서쪽 비탈길로
데구르르 콩콩
데굴데굴 구르다보니
띨룩띨룩 얼굴 한가득
시뻘겋게 달아올라
저녁노을 어스름에
뒷 동산 가득 불그죽죽.
어쨌거나, 오늘 소개하는 책, <타샤의 그림인생>!
나이 60-70 무렵부터는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았다는 그림 작가 타샤 튜더!
우리는 아래 그림책을 잘 알고 있지요?

이중에서도 타샤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책은 <코기빌>이랍니다.
이때가 56세 때!
그림 하나를 더 감상해 볼까요?
Advent Calendar From Tasha Tudor (Calendar)
오늘 소개하는 <타샤의 그림인생>은 모두 240페이지,
이 가운데 그림은 절반 정도!
타샤의 그림은 원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기를 임신한 엄마들부터 갓난아기 엄마를 넘어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를 지나서
아이를 미대로 보내고 싶다는 엄마들까지 다들 빼놓지 마시고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다 읽는 데에는 두 시간부터 무한대까지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림 보는 데에는 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타샤는 확고한 선택을 했다.
오래전부터 그림은 그녀의 삶을 모방하고, 반영하는 것이었다(231페이지)."
이 얘기는 저자인 해리 데이비스가 한 것입니다.
이 글이 타샤의 예술인생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라면,
솔직히 같은 예술가로서 꼬마작가는 방법이 조금은 다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가깝다고 할까요?
꼬마작가의 동시는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또 나는 생활 속에서 아무런 영감을 얻지도 못합니다.
동시를 쓸 때 그냥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만일, 아마도, 어쩌면,
꼬마작가가 타샤 튜더와 꼬마작가의 이런 차이를
샅샅이 분석해서 시원하게 해명할 수 있다면,
커다란 업적이 되겠지요?
어쨌거나, 살아있을 때부터 <전설>이었다는 타샤 튜더!
1944년에 칼데콧상을 받았네요.
하지만 돈에는 계속 찌들렸답니다.
그때에는 미국에서도 그림 작가에 대한 인식은 별로였던 모양이고,
타샤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아래 구절을 보면, 칼데콧이 아니라 칼데콧상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것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타샤는 자기 그림을 그리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자신을 화가가 아닌 삽화가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화가와 삽화가의 경계가 또렷했다.
화가는 예술가로 대접받았고,
삽화가는 고용되어 정해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타샤는 화가들을 마음 깊이 존경했고,
어머니를 그중 최고로 꼽았다(150페이지)."
이런 사람이 81세에 "내가 성공을 이루었네요" 하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이 얼마나 벅찬 감동이 담긴 말인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화가로서 또 삽화가=그림 작가로서 성공했다고 말한 겁니다,
겨우 그 나이에!
꼬마작가는 동시작가로서 벌써 성공했다고 큰소리 팡팡 치고 있는데 말입니다.
반면에 타샤는 유명해진 다음인 1997년 TV에 출연하고 나서
급격하게 허물어져 갔답니다.
수많은 대중의 눈길과 엄청난 양의 "메일"이 그의 생명을 단축시켰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타샤는 혼란스럽다는 듯이
'나는 모든 것을 다 해냈어요'라고 체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222페이지)."
진정한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가?
따분하고 지루한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감상하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
한 예술가의 인생을 그림으로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