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 조선왕조실록 속 좌충우돌 동물 이야기 고전에서 찾은 맛있는 역사 1
박희정 글, 이우창 그림, 신병주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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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본 | 164쪽

 

 

요 책은 제목을 탁 보니까 '요거다' 싶었고, 미리보기를 사삭 보니까 영락없더군요.

책을 직접 보니까 좋네요!

한마디로 좋아요!

 

역사와 동화는 요렇게 만나야 한다,

바로 요런 거다 하는 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물론 뉴베리 수상작인 <신사 숙녀 여러분>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한국에서는 앞으로도 이만한 작품이 나오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아래 뉴베리 수상작은 역사를 희곡으로 엮어낸 걸작입니다.

초등학생 필독서이고, 영어 능력이 되면 영어 원서로!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뭐가 뛰어난가?

역사 하면 사실과 연대를 암기하는 과목으로 알고들 있지요?

그거 억지로 암기하려다보니 다들 나가 떨어진 겁니다.

한국 교육이 엉망이라서 그런 겁니다.

역사란 원래가 재미있어야만 하는 것이고, 재미가 있으려면 작가가 재미있게 써줘야 하는 겁니다.

또 교사란 재미있게 설명할 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구요.

국록 괜히 먹고 있나요?

애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능력이 있다고 하니까 국록을 주는 건데,

잘 알고 있다시피 한국 교사들은 대개가 이런 능력이 없지요?

그럼,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작가를 찾아서 배우면 되는 겁니다, 대학에서 못 배운 것!

 

<사실과 연대>!

이건 말하자면 뼉다구에 해당되는 겁니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이 뼉다구만 먹으라고 강요를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발라먹을 살은 하나도 안 주고는 뼉다구만 핥아먹으라고 하니,

이 놈의 역사란 과목은 재미도 없고 암기도 안 되는 그런 과목으로 전락한 겁니다.

 

뼉다구에다가 발라먹을 수 있는 살을 붙이는 능력, 이게 뭐 별건가요?

속된 말로 야부리지요?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는 야부리가 바로 뼉다구도 맛있게 만드는 살이 되는 겁니다.

박희정이라는 작가, 요걸 할 줄 아네요!

 

글 : 박희정



  • 최근작 :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 소개 : 그동안 몰랐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새로 발견하는 일에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역사 마니아로, 고서 뒤지기, 골동품 구경하기, 새로 나온 역사책 사 보기가 취미이자 특기예요. 어린 시절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동화책과 역사책에 푹 빠져 지내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교양·다큐멘터리 방송 구성작가로 일했어요. MBC <뽀뽀뽀>, EBS <한국사 박물관> 등 어린이와 역사에 관련된 작품에 참여했지요. 2007년부터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어린이책연구모임’에서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역사의 재미와 교훈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답니다.

이 동화에는 코끼리, 물소, 잔나비, 양, 낙타, 이렇게 다섯 가지의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다 조선 시대에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이 땅에서는 살지 못하게 된 동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이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기록을 살려서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한 겁니다.

짝짝짝, 박수!

자 그럼, 내용으로 들어가 볼까요?

 

1번 타자, "코길이" 선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코길이라고 불렀다는데,

이 코길이가 조선 태종 때 일본의 선물로 들어왔답니다.

일본은 대가로 <고려대장경>을 바란 것이라고 합니다.

공짜는 없다는 걸 얘기하는 거지요?

 

이 코길이 선수가 1411년에 한성에 나타난 다음,

"한성에 코길이란 짐승이 나타났대유.

몸뚱이는 남산만 허구, 거죽은 백 살 넘은 노인네처럼 쪼글쪼글 주름살투성이구,

눈은 반달처럼 갸름허구, 다리는 다섯 개나 달렸는디, 코는 다리에 붙어 있다지 뭐예유.

게다가 다리통은 어찌나 굵은지 꼭 아름드리 낭구가 걷는 것 같대유(17페이지)."

 

충청도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았답니다.

눈으로 직접 본 코길이가 아니니 소문만 돈 겁니다.

충청도를 지나서 전라도까지 가는 데에는 꼬박 1년 6개월이 걸렸다는데,

"아, 한성에 시방 쾨길이란 즘생이 나타났는디,

아, 몸집은 겁나게 커서 태산만 허고, 거죽은 천 살 먹은 산신령처럼 짜글짜글 주름살투성이고,

눈구녕은 보름달처럼 둥그렇고, 다리는 다섯 개나 달렸는디,

아, 글씨, 코는 발바닥에 붙어 있다는구만이라.

그라고 다리통은 월매나 굵직한지 꼭 천 년 묵은 낭구가 걷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시(17페이지)."

 

소문이 소문을 낳아서 코길이는 전라도 지방에 가서는 "쾨길이"라는 괴물로 변한 겁니다.

물론 요건 작가의 상상력입니다.

하지만 서양의 역사학자들은 이런 소문이 역사 속에서 어떤 노릇을 했는지도 연구를 했습니다.

러시아사에서는 이런 책을 가끔씩 만날 수 있습니다.

러시아 - 혁명의 나라!

혁명 전과 그 소용돌이 속에서 소문은 어떤 노릇을 하는가, 이게 전문학자들의 연구주제입니다.

 

소문이라는 것이 그렇다면, 동화 작가는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겁니다.

코길이가 쾨길이로 변하면서 괴물로 둔갑해가는 과정!

다만 제가 책에서 읽은 것과 비교를 한다면,

코길이 소문이 전라도에 도달하는 데에는 1년 6개월까지 걸리지 않습니다.

삽시간에 전라도 바다 끝까지 갔을 겁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소문은 시속 몇 km로 달리는가, 서양의 역사학자들은 이런 것까지 측정합니다.

아마도 서너 달 안쪽이면 전라도까지 갔을 겁니다.

요런 게 바로 전문성의 문제가 됩니다.

 

2번 타자는 물소!

 

물소가 고려 때부터 아주 중요한 동물이었답니다.

튼튼하고 탄력 좋은 활을 만드는데 필수 요소 - 물소의 뿔!

대나무에다가 물소 뿔을 덧대서 만들면 조선의 각궁(뿔로 만든 활)이 된답니다.

문제는 이 뿔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그 돈이 만만치가 않았겠지요?

게다가 수출 제한령까지 내려서 밀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리게 되니까

조선 정부에서는 물소를 들여다가 대량 사육을 하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기후가 맞지 않아서 실패하고 맙니다.

작가는 그 얘기를 <천하장사 출신 꺽쇠>를 통해서 들려줍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꺽쇠가 풀어내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아주 일품입니다.

"아, 이늠이 꼴에 물 건너 외국서 왔다구 우리말을 당최 못 알어듣네유(52페이지)."

 

3번 선수 잔나비는 왕인 성종이 잔나비를 좋아해서 문제가 됐답니다.

당시 양반들 사이에서는 애완동물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도덕률이 있었다는데,

이게 18세기로 넘어가면 서서히 바뀌는 것이 기록으로 나온다네요.

 

4번 타자 양은 왕실 제삿상에 올리기 위해서 한강에 있는 섬에다가 키웠다는데,

이게 기후가 맞지 않아서 실패한 얘기가 나옵니다.

중요한 건 한강에 있는 섬이고, 그 섬 이름이 <너벌섬>이랍니다.

오늘날의 여의도!

너벌섬이 어떻게 여의도가 됐는가, 읽어보면 압니다(110-111페이지).

 

5번 선수 낙타는 삼국 시대에는 흔하지 않았을까 싶은 동물입니다.

고구려가 바로 이 낙타 옆 동네에 자리잡았던 나라가 아닌가요?

요런 건 좀 기록을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작가는 아무 얘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낙타는 "무거운 짐을 싣고 멀리 갈 수 있으니 군사를 일으킬 때 양식을 실어 나를 만하오(134페이지)" 하는 기록이 성종 때인 1486년에 나온다네요.

 

기록을 찾아낸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다 하는 점은 이제 대강 느낄 수 있겠지요?

요게 바로 프랑스 아날학파의 영향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아동문학 작품입니다.

흔히들 <미시사>라고 하는데, 작은 것을 파고들다보면 뭔가가 보인다, 뭐 이런 겁니다.

 

지적해야 할 오류들!

 

1. 위에서 얘기한 <발 없는 말의 속도>, 다시 말하면, 소문은 시속 몇 km로 달리는가?

이건 역사학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러시아 땅이 좀 넓습니까?

그 넓은 러시아 땅에서도 소문은 삽시간에 끝에서 끝까지 달려갑니다.

소문의 속도 문제, 이건 전문성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전문성이 없다면, 작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2. "아, 이래 봬도 비단 싣고 사막 건너 저 멀리 구라파까지 댕게온 짱짱한 눔이란 말입네(122 페이지)."

 

이건, 아주 큰 오류입니다.

<하멜 표류기>를 보면,

조선 사람들은 이 지구에 달랑 12개 나라만 있다고 믿는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하멜은 그 나라들이 어떤 나라들인지 열거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구라파는 분명히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구라파, 이 말은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들어오거나 또는 조선에서 생긴 말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17세기 동화에다가 쓴 것은 분명한 오류입니다.

아무리 동화라고 해도 정확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따져야 합니다.

물론 제가 틀렸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제가 한국사 전문이 아니라서).

 

3. "거덜(하급 관리)의 하는 양이 아니꼬웠지만(10페이지)."

 

이건 문법 오류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이것과 똑같은 일본식 문법으로 쓴 겁니다.

<거덜이 하는 짓이 아니꼬웠지만>, 이렇게 바꾸면 될 겁니다.

이 문법 문제는 어린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겁니다.

 

4. "유구국"에 대해서

 

36, 59, 83 페이지에 "유구국"이라는 나라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이런 건 설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사 전공이 아니라서 저도 몰랐지만,

이중환의 <택리지>를 읽다보니 알게 된 나라가 바로 <유구국>입니다.

<유구국 = 오키나와>랍니다.

이중환이 <택리지>를 쓸 무렵에만 해도 유구국은 독립국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쯤 해서 일본이 유구국을 속국으로 만든 것인가 하는 추측을 하도록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아무튼 오키나와랍니다.

요런 건 일반 독자들은 알 수가 없는 만큼, 작가가 설명을 했어야 하는 겁니다.

 

 

역사책!

요렇게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지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한테는 엄마가 읽어주면 아주 재미있다고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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