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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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맘 때,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연말에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은 헛헛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뭉클뭉킁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며, 크리스마스 풍경을 걸으며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12월의 어느 날>은 크리스마스 영화같다.

​

우선 작가인 조지 실버부터 알아봤다.

그녀는 '남부끄럽지 않은 로맨티스트'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면서, 22살 생일에 자신의 발을 밟은 남자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한 편의 영화같은 사랑을 한 작가다!

그런 작가가 한 편의 영화같은 로맨틱 장편 소설을 하나 썼다!

지금 읽으면 딱 좋을, <12월의 어느 날>.

​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로리, 잭, 세라, 오스카다.

주로 로리와 잭의 입을 빌려, 2008년부터 2017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이 책은 펼쳐진다.

12월의 어느 날 차안에 있던 로리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잭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둘은 눈이 마주친다.

둘다 운명을 느끼고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순간 버스는 떠난다.

그리고 오랫동안 로리는 이 버스보이를 찾아다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다.

​

그러던 어느날...!

절친 세라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는데, 그게 바로.. 역시 운명의 장난일까, 바로 그 버스보이, 잭이다.

참 영화같고 드라마같고 하지만 그게 인생같은 한 대목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절친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그저 축하할 뿐이다.

​

그러던 어느날...!

또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책에서 직접 읽어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

세라에게도 오스카라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결국 세라와 잭은 더욱 가까이, 그리고 로리와 오스카는 관계가 깊어진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사건, 사고들로 4명의 주인공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 책은 12월에 꼭 읽었으면 좋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책이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고약하지만 그래도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

과연 두 주인공 로리와 잭은 이어질 것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둘의 사랑 또는 넷의 각자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

 

 

겨울철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죄다 병균 과적으로 쓰러지거나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10분째 기침과 재채기 세례를 받고 있다. 그뿐 아니다. 내 앞에 서 있는 여자가 또다시 내게 비듬을 턴다면, 그때는 내가 이 미적지근한 커피에다 여자를 담가버릴지도. 아니 남은 커피를 여자에게 부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차피 커피는 여자의 두피 각질로 그득해 더는 마실 수도 없다.

죽도록 피곤하다. 술 취한 인간처럼 흔들대는 이 초만원 2층 버스의 위층에서도 절로 잠이 들 정도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휴가다. 일에서 놓여나 너무 기쁘다.

2008년, 12월 21일 _로리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기다리는 버스가 이 버스는 아닌지, 남자는 들고 있는 하드커버 책에 계속 열중해 있다. 남자가 시선을 끈 이유는 눈앞에 일어나는 밀고 밀리는 북새통 따위 안중에 없는 무심함 때문이다.

... 우리의 시선이 똑바로 만난다.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내 입술이 달싹댄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갑자기 그리고 난데없이,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할 것만 같다.

... 제발 버스에 타요. 그가 별안간 움직인다.

... 안 돼! 안 돼! 이 정류장에서 떠나기만 해봐, 그러기만 해봐! 이러지마, 크리스마스잖아! 소리 지르고 싶다.

...

관객이 있었다면 아카데미상도 아깝지 않을 60초짜리 무성 영화였다.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08년 12월 21일의 어느 눈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2008년, 12월 21일 _로리

​

운명적인 장면이다.

일에 찌들어 피곤한 주인공 로리와, 버스보이 잭의 첫 만남.

둘은 범상치 않은 운명을 느끼지만 역시 인생은 타이밍.

버스는 떠나고 둘은 만나지 못했다. (한동안은 말이다.)

​

2008년을 시작으로 영화같은 일이 펼쳐지는 바로 그 순간의 시작.

둘 다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다르게 행동했다면 이 책은 다르게 쓰여졌을까?

​

​

 

 

 

 

"저 남자를 사랑해?"

그녀가 머리를 내저으며 시선을 돌린다. 내겐 물어볼 자격이 없기 때문에. 특히 이런 질문은.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잭." 그녀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 눈에 어린 연약함이 나를 더 개자식으로 만든다.

"알았어." 내가 말한다. 진심이다. 그녀를 당겨 포옹하고 우리의 우정을 있어야 할 자리에 도로 가져다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내 안의 뭔가가 로리와의 포옹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폭풍 치는 눈을 들여다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기분이 이상하다. 오늘 저녁의 내 행동만이 아니라 지난 모든 일에 대해 사과하는 기분이다. 오래전 그날 버스 정류장에서 본 기억이 없다고 거짓말해서, 눈보라 속에서 키스해서, 항상 빌어먹을 실수만 해서, 미안하다고.

실제로는 10초나 흘렀을까, 하지만 내게는 10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놓는다.

나는 미소 짓는다. "먼저 내려가, 금방 따라갈게."

그녀가 다시 끄덕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로리는 어른이 됐다. 이제 나도 그래야 할 때다.

2012년, 3월 10일

기억을 떠올린다. 세라를 처음 만난 날. 잭을 처음 본 순간.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뒤얽히고 복잡해졌는지. 우리는 삼각형이다. 하지만 변의 길이는 항상 변했다. 어느 것도 어느 한 순간도 동등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2013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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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큰 행복을 주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는 존재도 될 수 있는 것 같다.

버스보이 잭이 개자식이! 되는 순간들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사람이 아프고 인생에서 큰 일이 생기면 고약해진다.

바로 잭처럼...!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떠나가게 하고 본심과 다르게 퉁명스러워지지만 그럴 때 일수록 주변사람에게 잘해야한다는 교훈도 얻게 된다.

​

잭이 로리에게 남자친구인 오스카를 사랑하냐고 묻는 장면.

결국 "미안하다"는 말로 끝나게 되는데 미안해의 마법처럼 그 안에는 많은 사과와 후회와 감정이 담겨 있다.

스포는 아니지만 잭은 로리에게 버스에서 만난 기억이 없는 척, 세라 옆에서 처음 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잭도 그 날을 분명 기억하고 크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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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남자답고 매력있게 나오는 잭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도 없고 심보도 나쁘고 자기만 아는 사람인 부분도 많아서

나도 모르게 로리를 응원하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잭, 그리고 뒤돌아 걸어가는 로리.

잭은 그때 로리가 낯설게 느껴진다. 자기와 떨어진 사이에 로리는 이제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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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는 로리와 절친 세라와의 이야기다.

자세한 내막은 <12월의 어느 날>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지만 이 4명의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진짜 다양하고 각자를 응원하게 되고 안타깝고 그랬다. 아마 이 책이 영화로 나오면 진짜 좋을 것 같다고 느낀 포인트도 바로 이런 것 같다.

로리도 더이상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홀로 서기를 다짐하는 장면이 로리의 입으로 말하고 있지만 4명 모두에게 느끼는 감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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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관계,

그리고 사랑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도 마음에 품고 있는 이 복잡한 감정들 속에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는

<12월의 어느 날>을 읽다보면 모두 풀린다.

따뜻한 연말 더 따뜻한 책으로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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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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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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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여름밤 (줄여서 서밤)님의 책은 전에도 <나에게 다정한 하루>라는 책으로 읽어봤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심리상담가인 작가님의 전문적 지식과 위로가 더 와닿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사랑과 이별, 결혼과 만남 등을 주제로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라는 신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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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 행복해질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불행'을 초점에 맞춰서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라는 질문이다.

어쩌면 이건 부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왜냐햐면 지금 불행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불행해질지 궁금해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

사랑과 만남이 불행해지지 않을까 초조해하고 오히려 불행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라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야할지,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상대방만이 아니라 함께 조율하고 맞춰나가야하는 부분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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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밤 읽는 서늘한여름밤 님의 책이 더 차가운 관계를 더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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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

-나의 결핍이 다 채워지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때로는 두려웠다. 나는 단지 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너를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기도 했다. 6년째 네 옆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은, 결핍이 채워지는 건 관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

-결핍이 채워지자 네가 주는 사랑 뒤에 가려 있던 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핍에 가려 있떤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만나면서, 네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너와 연애하기로 선택했다. 네가 나를 사랑해서,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어서.

​

​

흔히들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외로워서 만나는 것 같다.

외로워서, 혼자는 쓸쓸해서, 남들 다 만나서 하는 연애의 끝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어디서 글을 읽었는데 진정으로 혼자 설 수 있고 외로움도 껴안을 수 있을 때, 그럴 때 사랑을 해야한다고 했다.

명문인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더이상 외로워서가 아니라 더 처절히 혼자있을 수 있을 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되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

-우리는 언젠가 함께 있으면서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오늘 쓴 이 글이 무색하게 이별할지도 모른다. 너와의 결혼이 첫 번째 결혼일지 마지막 결혼일지 모를 일이다. 나는 결혼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왜 그렇게 싸우고 서로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너도 결혼해봐"라는 말은 늘 내 안에 저주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 결국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사이도 이렇게 변해가는 거겠지.' 하고 좌절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두려움이 찾아올 때 나는 너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사랑할까?"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너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 날 사랑해? (응) 내일도 날 사랑할 것 같아? (응) 그럼 된 거야." 그렇다. 그러면 된 것이다. 불행한 미래가 길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

그러나 오늘은, 사랑하는 오늘이 있다.

결혼은 믿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믿는다.

​

​

나 때는 말이야, 아주아주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당시 현빈은 라이징스타였고, 여자 주인공인 김선아는 극 중 30세의 역할인데도 노처녀라고 사람들이 놀리고 결혼을 종용하는, 지금 돌아보면 아주 빻은 시대관을 가진 드라마인데 그 당시 진짜 재밌었고 지금 봐도 애틋한 장면들도 많다.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투닥투닥 싸우고 울고 웃고 연애질을 한다.

​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 있겠구나.

연애란 게 그런거니까.

하지만 두려워 하지는 않겠다.

​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사랑하는 것."

​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이 많이 생각났다.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오늘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

​

헤어질 수도 있고 이 사랑이 식을 수도 있고 갑자기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영원한 것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에 사랑하는 마음마저 조절하고 덜 사랑한다면

나는 그게 더 불행할 것 같다.

다가올 불행까지 끌어안고 오늘을 사랑할 용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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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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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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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떤 책을 읽으면 술술 읽히면서 내 마음 속에 파고들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려운 책도, 쉬운 책도 모두 좋아한다.

만약 어려운 책이 고전 철학서라면, 쉬운 책으로 나태주 시인님의 글을 뽑고 싶다.

​

한 줄, 한 줄 그냥 가만가만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그리고 내가 어떤 감정을 겪었었는지 모두 이해받고 이해하는 기분이 든다.

시와 문학이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교보문고 광화문 글판에 걸린 나태주 시인이 <풀꽃>은 내 나름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시일 것 같다)

​

그런 나태주 시인과 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김예원님의 글로 이번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신간을 만나봤다.

시와 그림은 나태주 시인이 쓰고, 바로 옆에 얽힌 글은 김예원 이라는 젊은 분이 쓴 책인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둘의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게 한 편의 그림같기도 하고 영화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하다.

​

가족, 사랑, 인생, 일, 여가 등 울림을 주는 글들이 많다.

​

​

​

한 강물이 되어서 흘러라

-시가 길이 되고 시가 동무가 되고 시가 삶이 되다니! 이 얼마나 눈물겹도록 감사한 노릇이랴. 위로와 축복과 감사와 감동, 만족을 넘어서 기쁨의 나라로 가는 시여. 사랑이여, 너 거기서 부디 행복하여라. 졸지 말거라. 보다 많은 사람들 가슴과 함께 한 강물이 되어서 흘러라. -나태주

 

 

 

 

-어머니 말씀에 본을 받아

어려서 어머니 곧잘 말씀하셨다

얘야, 작은 일이 큰일이다

작은 일을 잘하지 못하면 큰일도 잘하지 못한단다

작은 일을 잘하도록 하려무나

​

어려서 어머니 또 말씀하셨다

얘야, 네 둘레에 있는 것들을 아끼고 사랑해라

작은 것들 버려진 것들 오래된 것들을

부디 함부로 여기지 말아라

​

어려서 그 말씀의 뜻을 알지 못했다

자라면서도 끝내 그 말씀을 기억하지 않았다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얼르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었다

​

그러나 나는 하루 한 날도

평화로운 날이 없었고 행복한 날이 없었다

날마나 날마다가 다툼의 날이었고

날마다 날마다가 고통과 슬픔의 연속이었다

​

이제 겨우 나이 들어 알게 되었다

어머니 말씀 속에 행복이 있고

더할 수 없이 고요한 평안이 있었는데

너무나 오랫동안 그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

그리하여 나 젊은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작은 일이 큰일이니 작은 일을 함부로 하지 말아라

네 주변에 있는 것들이며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라

어머니 말씀의 본을 받아 타일러 말하곤 한다

​

지금껏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목을 매고 살았다

기를 쓰고 무엇인가를 이루려고만 애썼다

명사형 대명사형으로만 살려고 했다

​

보다 많이 형용사와 동사형으로 살았어야 했다

​

​

​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인생

인생은 실수다

​

그 실수 만회하기 위해

어둠을 헤엄쳐

지금은 돌아가고 있는 중

​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바로 말해요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박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

해가 지려고 해요 꽃이 지려고 해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가 울어요

지금이에요 눈치 보지 말아요

​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그리웠다고 말해요

​

참지 말아요 우물쭈물하지 말아요

내일에는 꽃이 없어요 지금이에요

있더라도 그 꽃이 아니에요

​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

-다시 중학생에게

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단다

​

잘못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 당할 때가 있단다

​

그럴 때마다 아이야

잊지 말아라

​

다음에도 버스는 오고

그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

​

​

​

​

물론 사는 게 녹녹치 않지만 이 시를 읽는 동안에는

좀 더 잘, 좀 더 힘빼고, 좀 더 열심히,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무조건적인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인 위로가 있는 책도 있었구나.

​

삶의 속도에 지쳤을 때 속도를 늦춰가며 읽는 시의 글맛이 좋았고

나태주 시인과 김예원님의 글이 어우러져 시와 글을 함께 읽는 재미도 있었다.

​

나 자신이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내 주변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로

오늘도 노력하고 정진하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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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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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고전이나 철학서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현대지성에서 나온 클래식 시리즈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요즘 시대에 맞는 번역, 그리고 원전 완역본이라는 여러가지 메리트로 인기가 많은데 이번 시리즈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담아서 나왔다.

​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책은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리스트에도 있을 정도로 정말 살아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백퍼센트 이해할 수 없어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책이다.

​

이 작지만 큰 책 한 권에는 소크라테스의 정수가 모두 담겨있다.

​

기원전 399년,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잡신들을 믿는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 앞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는 내용을 담은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탈옥할 수 없는 이유를 이성과 논증을 바탕으로 설명한 <크리톤>,

생애 마지막 순간에 친구, 추종자들과 모여 '영혼 불멸'에 대해 나눈 대화를 담은 <파이돈>,

그리고 연회에서 연애의 신 '애로스'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향연>까지.

​

그리고 책을 펴면 먼저 일러두기가 나온다. 이 부분도 꼭 읽어보면 참 좋겠다.

​

-<크라테스의 변명>은 '변명'이란 단어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로 '변론'으로 옮길 때가 많다. 어떤 역자는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고발된 혐의 내용을 반박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려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발에 함축된 자기 삶 전체를 향한 물음과 도전에 '항변'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로 대변되는 삶의 방식, 그러니까 철학과 철학적 삶 자체에 관한 '변명'인 셈이다"라고 주장한다. '변명'이나 '변론' 둘 다 일리가 있으니 역자는 오랫동안 다수의 독자에게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제목을 정했다.

​

 

 

 

 

 

 

소크라테스의 1차 변론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를 모함한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내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그들 때문에 내가 대체 누구인지를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

-그 지혜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고요? 아마도 인간적인 지혜인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인간적인 지혜에서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반면, 내가 앞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인간적인 지혜를 뛰어넘는 어떤 지혜를 소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지혜에 관해 나는 달리 설명할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내게는 그런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게 그런 지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나를 비방하고 모함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

-'신께서는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인가? 이 무슨 수수께끼같은 말씀이란 말인가? 나는 내게 큰 지혜가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지혜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신께서 가장 지혜롭다고 말씀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그와 대화하며 그를 시험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사람이 그를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특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자신을 지혜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나의 그런 행동은 그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대단하고 고상한 무엇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기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착각하는 반면에,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착각하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지혜롭기는 하구나.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 작은 것 한 가지에서는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것 같아 보이는군.'

​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 생각에는 오직 신만이 진정으로 지혜롭습니다. 그리고 신께서 우리에게 신탁을 주시는 이유도 인간의 지혜라는 것에는 가치가 거의 또는 전혀 없음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계서 소크라테스라는 나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나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나를 하나의 본보기로 사용해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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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익히 배워온 서양 철학의 역사,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무지를 안다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말장난같기도 한 이 말을 따라서 "그래, 나는 다 모른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때보다는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던지는 질문들을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고 살아온 시간과 경험만큼 모르는 것도, 그리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 잘 모르는것 까지 포함해서 아는 척하는 것들도 늘어만 갔다.

​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지혜로운 자"라는 말은 무지의 앎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고 모른다는 채, 무지인채 내 삶을 마칠 것인가.

만약 그렇게 물어온다면 그것 또한 그렇다라고 할 수 없다.

모르는 채로 살겠다고 체념하는 운명론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또는 모르는 것을 왜 모르고 얼마나 모르고 어떻게 모르는건지 더 뾰족하게 밀고 나가는 것에 나는 인생과 자신의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히 소크라테스의 이름과 철학을 빗대어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모른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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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르는 것을 더 모르고 싶고, 알고 있는 것을 더 알고 싶다면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세계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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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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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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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특이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소설이 하나 나왔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암 선고를 받은 70세 할아버지 '빅 엔젤'은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파티를 한번에 치르려고 결심한다.

가족들도 그냥 가족들도 아니고.. 엄청난 대가족!

인원수도 많지만 스토리도 많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얽혀 각자의 입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전해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 이야기가 뭉쳐있는데

웃기기도 하고 (속 시원한 욕도 많아서 빵빵 터진다)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철학적인 말들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렇다.

​

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쓴 범상치 않은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아부터 찾아봤다.

소설에도 배경이 되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나 멕시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양한 경험과 문화적 차이를 겪었다.

실제로 이 소설은 그의 형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울다가 웃다가.. 필력이 장난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 그리고 가족의 뿌리깊은 연대까지 연말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웃기고 재밌었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그는 침대에서 고개를 벌떡 쳐들었다. 발에 침대 시트가 이리저리 감긴 채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자 옆구리에서 땀이 송송 솟았다. 해가 중천이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빛이 환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먼저 가 있을 것이다. 안 돼. 이러지 마. 오늘은 안 된다고. 그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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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시간을 엄수하기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은 그를 카리켜 '독일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참 웃긴 일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멕시코인이라고 해서 시간을 안 지킬 거라고 생각하다니.

-병이 나기 전,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회의할 때는 매번 남들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올드 스파이스 향수 냄새를 온몸에서 자욱하게 풍겨대면서 말이다. 그는 종종 회의 참석자 전원을 위해 스티로폼 컵에 커피를 따라놓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이 아니었다. 다들 지랄 떨지 말라는 의미였다.

-빅 엔젤은 자식들에게 말했다.

"뭐든 해내는 맥시켄 Mexi-can이 되어라. 우리는 능력 없는 맥시캔트 Maxi-Can't가 아니야."

​

-잠깐. 지금. 몇 시지? 우리 언제 출발하나? 페를라는 아직도 옷 입는 중인가?

그는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가문의 모든 역사와 이 세계, 태양계와 우주가 기묘한 침묵 속에서 그의 주의를 빙글빙글 돌았다. 몸속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며 그의 존재를 갉아먹었다.

​

​

-빅 엔젤이 최근 세 번이나 죽을 뻔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하게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더욱 오만하게 구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이 크기로 쪼그라들어 열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보행기에 기대서 걷는 수준이었다. 그의 아들이 휠체어에다 자전거 경적을 달아주자 빅 엔젤은 빵빵 소리를 내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한 집안의 가부장이라기엔 참 열적은 꼴이 분명하지 않은가. 조그만 애들과 길 가던 놈팽이나 웃을 뿐이지.

​

​

책의 앞 부분에 많이 묘사되고, 그의 입을 빌려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인 빅 엔젤이다.

지금은 70세의 나이로 휠체어를 타며 자신의 손으로 옷도 못 입고 목욕도 할 수 없어서 답답한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한 때 그는 자식들에게는 강인한 아버지로 (때론 모진 매로 심하다고 싶을 때도 있다)

부인에겐 따뜻하고 로맨틱한 소년으로 산 한 사람이다.

​

책에는 멕시코와 미국인 모두를 까는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 내용이 많은데 문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번역을 잘 해줘서

함께 공감하며 웃픈 ㅠㅠㅋㅋ 이야기들이 많았다.

​

빅 엔젤.

이름처럼 이 집안의 장남으로 여러가지 이야기와 행복, 그리고 슬픔이 가득찬 비운의 사나이다.

책의 제목처럼 100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장에 온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데 얼추 일주일 후면 자신의 생일과도 날짜가 가깝고

모두 바쁘기도 하고, 왔다갔다 교통비도 만만치않고 이래저래 다들 모이기 힘드니까 자신의 '마지막' 생일파티도 함께 하게 된다.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할까.

생일이면 생일이지 마지막 생일파티라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암에 걸린 70세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글을 읽고 이해해보고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읽었다.

어느정도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신 걸까.

그리고 책의 중간 부분에 보면 사랑하는 딸 '미니'가 목욕도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는데 문득 빅 엔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목욕도 하기 싫도 딸 앞에서 옷도 벗기 싫고 그래서 저항하는 장면이 먼저 나온다)

예전에는 내가 너를 목욕시켜줬는데... 이제는 당신이 아이가 되어 딸의 손을 살고 있는 모습에 가족애도 느껴지고 인생에 대한 뭉클한 슬픔도 함께 느껴졌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나의 달콤하고 귀여운 페를라."

그는 이렇게 쓴 다음 이 말 뒤에 새로운 첫 마디를 써넣었다.

​

참으로 귀중한 페를라

새장 속에 갇힌 새가 하늘을 그리워하듯, 나는 네가 그리워. 나는 지금 새장 속에 갇혀 있어. 하지만 자유로워질 거야. 그리고 널 찾아갈 거야. 내가 널 그리워하듯, 너도 날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될 거야!

​

그는 이런 맥락으로 몇 줄 더 쓴 다음 눈물과 크나큰 입맞춤과 온갖 열정을 담아서 편지를 끝매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부두에 있는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다.

​

-브라울리오는 1971년에 태어났다. 빅 엔젤은 아이들의 존재를 몰랐다. 그는 페를라에게 매년 편지를 보내서 자기가 있는 북부로 오라고 간청했다. 그 편지는 훗날 잃어버렸지만, 두 사람 모두 이 구절을 기억했다.

"우리에게 아직 삶이 있고 우리가 위엄을 지닌 채로 투쟁할 수 있을 때 나한테 와줘."

그건 페를라가 이제껏 들었던 말 중 가장 고귀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걸 던지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 북부로 왔다.

​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내서 나에게 오라고 했어

아들이 둘 딸려도 괜찮다고 했어

나의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냈어

동생 둘을 기르고 있어도 괜찮다고 했어

그래서 페를라가 내게 왔어

마침내

​

​

진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빅 엔젤과 그의 아내 페를라의 만남 이야기다.

그 둘이 처음 만난 것은 15살, 17살 무렵일 것이다.

경찰서인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들어가서 교통사고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어린 페를라를 처음 만난 빅 엔젤.

빅 엔젤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은 그 둘을 이어주지 못했다.

아버지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려 가정을 깨트리고 어머니는 빅 엔젤을 삼촌인 첸테벤트에게 보내 선원 생활을 하게 한다.

그 사이 용기를 내서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페를라는 연락이 없던 빅 엔젤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

이렇게 또 우여곡절 끝에 페를라는 아이를 가지게 되고 이혼을 하게 되고

빅 엔젤은 그런 그녀에게 숱한 구해로 결국 둘은 함께하게 된다.

책의 앞 부분에도 더이상 육체적 사랑을 나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으로, 과거의 소년 소녀의 만남의 감정이 남아있는 채로 아내인 페를라를 바라보는 눈이 참 따스했다.

​

"우리에게 아직 삶이 있고 우리가 위엄을 지닌 채로 투쟁할 수 있을 때 나한테 와줘."

​

이 말을 듣고 페를라는 빅 엔젤이 있는 북부로 떠나게 되는데 70세인 지금 빅 엔젤에게는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자 영원의 순간일 것 같다.

 

 

-그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지금 빅 엔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 자그마한 수첩. 그것은 빅 엔젤의 우주를 상징했다. 이름을 잇는 선들, 그 선들은 너무 복잡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 옆에 있는 이 여자. 페를라. 미니. 랄로. 사탄의 히스패닉. 파주주. 하지만 주로 그의 큰형을 생각했다. 형을 떠나 보낼 때가 다되어서야 불현듯 드는 깨달음은 자신이 빅 엔젤의 참모습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

​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가족들.

내 평생을 함께 했는데도 내가 가족을 잘 모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이 장면도, 빅 엔젤의 동생, 리틀 엔젤이 문득 가족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참 공감이 많이 됐다.

70세의 형을 떠나보낼 때가 되어서야 진정으로 내가 형을 몰랐구나 깨닫는 장면인데 이것도 마음이 뭉클했다.

​

빅 엔젤이 아프고 나서 친구가 조언을 하나 한다.

수첩 하나를 쥐어주고는 이 안에 일상에 감사한 것들을 적으라고 한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좋다.

항상 먹는 과일도 좋고, 어느 날 느낀 날씨도 좋고... 소소한 것도 좋으니 감사일기를 단어로라도 쓰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빅 엔젤이 뭐 이런걸 하냐고 욕도 하고 시덥지않아 하지만 언제나 주머니가 달린 셔츠에는 이 수첩을, 아니면 바지 뒷주머니에 이 수첩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적게 된다.

그 안에는 물론 "동생이 해준 키스"도 포함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이 수첩을 가족들에게, 너무 빨리는 말고 나중에 꼭 꼭 전해주라고 동생인 리틀 엔젤에게 신신당부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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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아프면 (나이가 들지 않아도 생활이 고달프고 아프고 녹녹치 않으면) 사람은 고약해진다.

그리고 나약해질수록 세월과는 반대로 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빅 엔젤이 측은하게 느껴지면서 일상의 소소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모습들이 멋졌다.

그런데 70세면 아직 창창일수도 있고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젊은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일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고 암에 걸려서 아프고 하면... 삶을 점점 마무리하고 싶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진짜 이 책의 제목처럼 빅 엔젤은 '마지막' 토요일을 보내게 되는 건지.. 그리고 가족들끼리 숨겨둔 미스테리한 일들과 과거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이 책을 술술 읽다보면 인생의 비밀처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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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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