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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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특이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소설이 하나 나왔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암 선고를 받은 70세 할아버지 '빅 엔젤'은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파티를 한번에 치르려고 결심한다.

가족들도 그냥 가족들도 아니고.. 엄청난 대가족!

인원수도 많지만 스토리도 많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얽혀 각자의 입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전해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 이야기가 뭉쳐있는데

웃기기도 하고 (속 시원한 욕도 많아서 빵빵 터진다)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철학적인 말들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렇다.

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쓴 범상치 않은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아부터 찾아봤다.

소설에도 배경이 되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나 멕시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양한 경험과 문화적 차이를 겪었다.

실제로 이 소설은 그의 형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울다가 웃다가.. 필력이 장난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 그리고 가족의 뿌리깊은 연대까지 연말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웃기고 재밌었다.

 

 

 

-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그는 침대에서 고개를 벌떡 쳐들었다. 발에 침대 시트가 이리저리 감긴 채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자 옆구리에서 땀이 송송 솟았다. 해가 중천이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빛이 환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먼저 가 있을 것이다. 안 돼. 이러지 마. 오늘은 안 된다고. 그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시간을 엄수하기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은 그를 카리켜 '독일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참 웃긴 일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멕시코인이라고 해서 시간을 안 지킬 거라고 생각하다니.

-병이 나기 전,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회의할 때는 매번 남들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올드 스파이스 향수 냄새를 온몸에서 자욱하게 풍겨대면서 말이다. 그는 종종 회의 참석자 전원을 위해 스티로폼 컵에 커피를 따라놓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이 아니었다. 다들 지랄 떨지 말라는 의미였다.

-빅 엔젤은 자식들에게 말했다.

"뭐든 해내는 맥시켄 Mexi-can이 되어라. 우리는 능력 없는 맥시캔트 Maxi-Can't가 아니야."

-잠깐. 지금. 몇 시지? 우리 언제 출발하나? 페를라는 아직도 옷 입는 중인가?

그는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가문의 모든 역사와 이 세계, 태양계와 우주가 기묘한 침묵 속에서 그의 주의를 빙글빙글 돌았다. 몸속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며 그의 존재를 갉아먹었다.

-빅 엔젤이 최근 세 번이나 죽을 뻔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하게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더욱 오만하게 구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이 크기로 쪼그라들어 열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보행기에 기대서 걷는 수준이었다. 그의 아들이 휠체어에다 자전거 경적을 달아주자 빅 엔젤은 빵빵 소리를 내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한 집안의 가부장이라기엔 참 열적은 꼴이 분명하지 않은가. 조그만 애들과 길 가던 놈팽이나 웃을 뿐이지.

책의 앞 부분에 많이 묘사되고, 그의 입을 빌려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인 빅 엔젤이다.

지금은 70세의 나이로 휠체어를 타며 자신의 손으로 옷도 못 입고 목욕도 할 수 없어서 답답한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한 때 그는 자식들에게는 강인한 아버지로 (때론 모진 매로 심하다고 싶을 때도 있다)

부인에겐 따뜻하고 로맨틱한 소년으로 산 한 사람이다.

책에는 멕시코와 미국인 모두를 까는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 내용이 많은데 문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번역을 잘 해줘서

함께 공감하며 웃픈 ㅠㅠㅋㅋ 이야기들이 많았다.

빅 엔젤.

이름처럼 이 집안의 장남으로 여러가지 이야기와 행복, 그리고 슬픔이 가득찬 비운의 사나이다.

책의 제목처럼 100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장에 온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데 얼추 일주일 후면 자신의 생일과도 날짜가 가깝고

모두 바쁘기도 하고, 왔다갔다 교통비도 만만치않고 이래저래 다들 모이기 힘드니까 자신의 '마지막' 생일파티도 함께 하게 된다.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할까.

생일이면 생일이지 마지막 생일파티라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암에 걸린 70세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글을 읽고 이해해보고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읽었다.

어느정도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신 걸까.

그리고 책의 중간 부분에 보면 사랑하는 딸 '미니'가 목욕도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는데 문득 빅 엔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목욕도 하기 싫도 딸 앞에서 옷도 벗기 싫고 그래서 저항하는 장면이 먼저 나온다)

예전에는 내가 너를 목욕시켜줬는데... 이제는 당신이 아이가 되어 딸의 손을 살고 있는 모습에 가족애도 느껴지고 인생에 대한 뭉클한 슬픔도 함께 느껴졌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리고 가족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나의 달콤하고 귀여운 페를라."

그는 이렇게 쓴 다음 이 말 뒤에 새로운 첫 마디를 써넣었다.

참으로 귀중한 페를라

새장 속에 갇힌 새가 하늘을 그리워하듯, 나는 네가 그리워. 나는 지금 새장 속에 갇혀 있어. 하지만 자유로워질 거야. 그리고 널 찾아갈 거야. 내가 널 그리워하듯, 너도 날 그리워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될 거야!

그는 이런 맥락으로 몇 줄 더 쓴 다음 눈물과 크나큰 입맞춤과 온갖 열정을 담아서 편지를 끝매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부두에 있는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다.

-브라울리오는 1971년에 태어났다. 빅 엔젤은 아이들의 존재를 몰랐다. 그는 페를라에게 매년 편지를 보내서 자기가 있는 북부로 오라고 간청했다. 그 편지는 훗날 잃어버렸지만, 두 사람 모두 이 구절을 기억했다.

"우리에게 아직 삶이 있고 우리가 위엄을 지닌 채로 투쟁할 수 있을 때 나한테 와줘."

그건 페를라가 이제껏 들었던 말 중 가장 고귀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걸 던지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 북부로 왔다.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내서 나에게 오라고 했어

아들이 둘 딸려도 괜찮다고 했어

나의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냈어

동생 둘을 기르고 있어도 괜찮다고 했어

그래서 페를라가 내게 왔어

마침내

진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빅 엔젤과 그의 아내 페를라의 만남 이야기다.

그 둘이 처음 만난 것은 15살, 17살 무렵일 것이다.

경찰서인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들어가서 교통사고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어린 페를라를 처음 만난 빅 엔젤.

빅 엔젤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은 그 둘을 이어주지 못했다.

아버지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려 가정을 깨트리고 어머니는 빅 엔젤을 삼촌인 첸테벤트에게 보내 선원 생활을 하게 한다.

그 사이 용기를 내서 페를라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페를라는 연락이 없던 빅 엔젤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이렇게 또 우여곡절 끝에 페를라는 아이를 가지게 되고 이혼을 하게 되고

빅 엔젤은 그런 그녀에게 숱한 구해로 결국 둘은 함께하게 된다.

책의 앞 부분에도 더이상 육체적 사랑을 나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으로, 과거의 소년 소녀의 만남의 감정이 남아있는 채로 아내인 페를라를 바라보는 눈이 참 따스했다.

"우리에게 아직 삶이 있고 우리가 위엄을 지닌 채로 투쟁할 수 있을 때 나한테 와줘."

이 말을 듣고 페를라는 빅 엔젤이 있는 북부로 떠나게 되는데 70세인 지금 빅 엔젤에게는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자 영원의 순간일 것 같다.

 

 

-그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지금 빅 엔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 자그마한 수첩. 그것은 빅 엔젤의 우주를 상징했다. 이름을 잇는 선들, 그 선들은 너무 복잡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 옆에 있는 이 여자. 페를라. 미니. 랄로. 사탄의 히스패닉. 파주주. 하지만 주로 그의 큰형을 생각했다. 형을 떠나 보낼 때가 다되어서야 불현듯 드는 깨달음은 자신이 빅 엔젤의 참모습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가족들.

내 평생을 함께 했는데도 내가 가족을 잘 모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이 장면도, 빅 엔젤의 동생, 리틀 엔젤이 문득 가족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참 공감이 많이 됐다.

70세의 형을 떠나보낼 때가 되어서야 진정으로 내가 형을 몰랐구나 깨닫는 장면인데 이것도 마음이 뭉클했다.

빅 엔젤이 아프고 나서 친구가 조언을 하나 한다.

수첩 하나를 쥐어주고는 이 안에 일상에 감사한 것들을 적으라고 한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좋다.

항상 먹는 과일도 좋고, 어느 날 느낀 날씨도 좋고... 소소한 것도 좋으니 감사일기를 단어로라도 쓰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빅 엔젤이 뭐 이런걸 하냐고 욕도 하고 시덥지않아 하지만 언제나 주머니가 달린 셔츠에는 이 수첩을, 아니면 바지 뒷주머니에 이 수첩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적게 된다.

그 안에는 물론 "동생이 해준 키스"도 포함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이 수첩을 가족들에게, 너무 빨리는 말고 나중에 꼭 꼭 전해주라고 동생인 리틀 엔젤에게 신신당부도 하면서.

나이가 들고 아프면 (나이가 들지 않아도 생활이 고달프고 아프고 녹녹치 않으면) 사람은 고약해진다.

그리고 나약해질수록 세월과는 반대로 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빅 엔젤이 측은하게 느껴지면서 일상의 소소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모습들이 멋졌다.

그런데 70세면 아직 창창일수도 있고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젊은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일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고 암에 걸려서 아프고 하면... 삶을 점점 마무리하고 싶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진짜 이 책의 제목처럼 빅 엔젤은 '마지막' 토요일을 보내게 되는 건지.. 그리고 가족들끼리 숨겨둔 미스테리한 일들과 과거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이 책을 술술 읽다보면 인생의 비밀처럼 알게 될 것이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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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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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네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새침한 고양이, 네오.

카카오프렌즈 대표 패셔니스타로, 쇼핑을 아주 좋아한다.

도도한 자시감의 근원이 바로 단발머리 '가발'에서 나온다는 건 비밀!

부자집 도시개 프로도와 알콩달콩 아옹다옹 연애 중이다.

착해 보이지 말아요

나는 늘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이타적이고 늘 웃는 얼굴에 세상 물정 모르고 큰 소리도 내지 않는 사람 말이야.

하지만 여기저기 깨지고 부딪치며 알게 되었지.

착한 사람은 많이 다친다는 걸.

내 호의가 타인의 권리가 되고,

나는 착하니까 애써 괜찮았고...

마음 아프지만, 착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더라고.

그러니까 당신은 착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 속마음은 세상 착하고 순수하더라도 말이야.

당신의 착한 마음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때로는 제법 까칠한 표정을 지어보면 어때?

고양이처럼 약간 눈을 치켜뜨는 게 포이느야.

우리 다 같이 사랑스러운 현실주의자가 되길 바라.

프롤로그

요즘 서점에서 정말 핫한 카카오프렌즈 에세이!

대망의 다섯번째 주인공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네오다!!

신기하게 나는 네오템들이 많다. 라이언도 아니고 어피치도 아니고 네오가 많은데 선물받고 구하고 사고 그러다보니 네오가 하나둘씩 내 옆에 모여있었다.

어딘가 새초롬하고 의사표현 확실한 이모티콘이 내 마음을 잡았기 때문일까.

그런데 네오가 고양이인건 진즉에 알았지만 프로도(카톡개ㅎㅎ)와 사귀는건 처음 알았다!

주변에 이 사실을 얘기해주니까 당연하다는듯이 몰랐느냐며

카톡 이모티콘만 봐도 둘이 하트하트하는게 얼마나 많냐고 보여주는데...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었구나.

암튼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도 이 <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책 속에 있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책은 '하다' 작가와의 콜라보다.

특히 직장과 인간관계 부분이 공감가고 많은 위안을 얻었다.

무엇이든 다 잘하고 싶고 책임을 떠맡으면서도 힘들단 내색하나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이 다 내맘 같지 않고 준 것 만큼은 커녕 반도 돌려받지 못하는 씁쓸함이 밀려올 때

이 책을 편다면 어느새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큭큭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멋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믿는 거야.

나조차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에도

나는 여전히 괜찮다는 걸 아는 것.

 

진정한 자뻑이라는 것

 

 

이런 말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다시 한번 읽어도 참 네오답다는 생각과 웃음이 나온다.

멋진 고양이, 자존감 높은 고양이, 남과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고양이다!

요즘 많이 쓰는 키워드 중 하나가 Love your self 인데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세지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내 자신이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사랑하고 감싸안는 용기까지 더한다면 진짜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와식생활이거든.

누워 있는 건 건강에도 좋다고!

현대인은 너무 오래 서 있고 앉아 있잖아.

...

사람은 적당히 누워 있어줘야 해.

사실 나 이 글도 누워서 쓰고 있다.

역시 눕는 게 최고야, 늘 짜릿해.

취미는 와식생활

 

 

이 글은 요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어 적어봤다.

다들 액티비티하게 여행을 가고 맛집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공연을 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일주일이 한 번 이상은 꼭 집에서 쉬어줘야하고 낮잠을 즐겨자는 와식생활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누워서 있는게 좋고 짜릿하다는 이 말은 모두의 공감을 얻어 얼마전 V로그의 "눕방"을 탄생시켰다.

말그대로 누워서 하는 방송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누워서 편하게 얘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주는 신개념 리얼 라이브방송이랄까.

역시 누워있는 게 최고야.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편안한 기분이 들면서 눕방이 나왔을 것 같았다.

네오를 통해 공감과 트렌드도 얻어간다.

 

 

 

 

난 언제나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러다 보니 잘 해냈을 때는 자신감이 샘솟다가도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자신감이 곤두박질쳤어.

내 정체성을 '일'에서 찾았기 때문에

불안이 오고 좌절이 왔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

오히려 나를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전전긍긍하는,

프로답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었지.

나중에야 알았어.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자체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걸.

공부든 일이든 뭐든

잘 되는 날이 있으면

안 되는 날도 있는 거니까.

거기에 나의 정체성을 매달지 않기로 했어.

그저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잘 해내야지.

그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이면

나는 분명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물론 당신도.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자

와, 이건 올해 아니 2020년 내 일에 화두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기, 일 잘하려 노력하지 않기.

물론 성실하고 노력하고 배우는 자세는 참 좋다.

그런데 여기서 욕심이 과해지면 결국 넘치고 힘 빼는 기술이 아주아주 필요하게 된다.

왜냐?

1. 그렇게 하지 않으며 내가 지치고 나가떨어진다.

2. 내려놓았을 때 일이 더 잘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완벽하려고 하지말고 여유를 가지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프로가 되고 싶다.

잘하려는 모습은 좋지만 애써 나 자신을 꾸미거나

잘하고 있는대도 억지로 나를 깎아내리지도 말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자 배우 중 한명이 '티나 페이'인데

그렇게 웃기고 대본도 잘쓰고 잘나가는 SNL 작가이지만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책에서 읽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누구보다 재능있는 사람이 그런걸 두려워하다니.

누군가 자신의 본 모습을 보고 실망할까봐 가면 뒤에 숨어 불안해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역시 만족과 불안은 능력치가 아니라 상대치인가보다.

그 글을 읽고 나도 이제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나는 내 삶과 일을 충실히 할 것이지만 전전긍긍하지는 않겠다.

 

토마토 양과 바질 군

그거 알아?

토마토랑 바질을 같이 키우면

둘 다 아주 잘 자란대.

토마토에 남아도는 수분을 바질이 흡수해서

둘 다 적당히 촉촉해진다는 거야.

그 둘이 꼭 우리 같다고 생각했어.

감정적인 나와 이성적인 너.

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고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지.

그런데 사계절을 함께하니 알겠더라.

우리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같이 있어서 더 멋진 모습이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네게 꼭 말하고 싶어.

다가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우리 이렇게 함께하며 촉촉하게 보내자고.

에필로그

마지막은 네오가 프로도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다.

혼자 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글을 봤었는데 누군가 외롭고 필요하고 기댈 사람이 필요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과 상대방이 만나 서로 기대고 또 외로워하고 또 사랑하면서 지내는 게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사랑을 기원하며 네오도, 프로도도, 카카오프렌즈도 모두 굿나잇이다.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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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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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의 원래 제목은 '롱롱'이었다."

책의 끝부분 '작가의 말'에 실린 첫 문장이다.

재밌고 슬프고 특이하고 서글픈 그런 SF 소설이 하나 나왔다.

허물이라는 희귀병 바이러스가 퍼진 가상의 도시에서 D동에 격리된 사람들과 병에 걸린 주인공의 모험이야기이자 병상일기이자 제약회사와 싸우는 극 현실적인 소설.

그 중 도시괴담이랄까 전설의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엄청나게 큰 뱀 '롱롱'이 허물을 벗는 날, 세상 사람들 모두가 허물을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롱롱'은 세상의 허물을 벗기는 전설 속의 뱀이다.

그때까진 허물을 쓴 사람들은 숨어서, 그리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방역 센터에서 잠시 임시 치료를 받고 나오고 받고 나오고를 반복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은 파충류 사육사인데 어느 날 엄청나게 큰 뱀이 사설 동물원을 탈출해서 다시 생포하지 못한 그날의 기억을 안고 살고 있다.

물론 허물도 있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일이나 생활도 할 수 없고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동병상련을 겪는 병리 센터 사람들과 만나며, 그리고 엄청나게 큰 뱀 (이것이 롱롱인지 아닌지는 말할 수 없다)을 만나게 되고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며 세상과 병과 시스템과 대적하는 치열한 삶이 그려져 있었다.

허물이라는 가상의 설정에서 '허물' 글자만 빼고 다른 병만 넣으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에 걸려 격리조치하는 되는 사람들과 치료비와 약값이 없어서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제약 산업과 나라의 시스템과의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 슬펐다.

슬픈데 눈물이 펑펑나는 그런 슬픔이 아니라, 마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한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을 것 같다.

우리의 롱롱이는 과연 세상 사람들의 허물을 벗겨줄지.

그 전에 우선 롱롱이를 만날 수 있을지, 프로틴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을지는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허물

-그녀는 티셔츠와 브래지어를 한꺼번에 벗었다. 바지와 팬티도 벗어 화장실 칸막이에 걸쳤다. 배낭에서 비누를 꺼내 재빨리 거품을 내며 입구를 틈틈이 돌아봤다. 공원 관리인에게 들키면 귀찮아진다. 세금을 내는 시민만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 그 꽉 막힌 남자의 신념인 듯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시 당국은 허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방역 센터에서는 약물을 주입해 허물을 벗겨냈다. 그녀는 허물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싶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쳐 허물을 벗은 사람들은 방역 센터에서 나와 직업도, 이웃도 없는 삶과 마주해야 했다. 결국엔 벌거벗은 기분으로 공원에서 잠을 자다 다시 허물 속으로 숨어들기 마련이었다.

 

 

 

프로틴

-"뱀은 언젠가 허물을 벗을 거야. 만일 뱀이 허물을 벗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롱롱이 아니라면, 뱀은 어떻게 되는 거지?"

기도를 배반함 뱀은 처참하게 버려질 것이다.

"이 뱀이 진짜 롱롱인지, 아니면 그저 거대한 뱀에 지나지 않는지,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겁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뱀의 몫이 아니라 사람의 몫입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특히 이렇게 대중들의 마음 속에 생각을 심고 믿게 만드는 건 더욱 무섭다.

전쟁이나 정치에 관한 역사 책을 보면 프로파간다, 또는 선전선동이라는 말로 보이지 않는 장벽과 무기들을 마구 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드는 기술도 나온다.

믿음을 가진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가 돌아가거나 멈추거나 성장하거나 망하거나 할 것이다.

중요한건 지금 당장 결핍된 그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믿고 싶고 믿어야만하는 해결책으로 목숨건다는 것이다.

<소원을 말해줘>에서는 허물을 벗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사는 것이 꿈일 사람들에게 허물을 벗는 일 하나만이 전부다.

 

 

 

롱롱프로틴

-그녀는 척이 사력을 다해 외치는 걸 올려다봤다. 척은 상상이 무너진 뒤 롱롱의 진짜 힘을 보게 될 거라 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시민들은 상상이 무너지자 현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모두가 영원히 허물을 벗을거라는 약속은 거짓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롱롱을 구하려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눈앞의 처참한 패배는 롱롱을 한낱 거대한 파충류로 돌려놨다. 아무도 상상과 현실을 잇는 다리를 건너려 하지 않았다. 이곳이 바로 상상의 끝이자 세계의 끝이었다.

 

 

 

-공 박사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릿속 설계도엔 아직 읽어야 할 내용이 남아 있었다.

"공포란 인간의 욕망과 여러모로 비슷하지. 공포가 공포를 낳는 것처럼 욕망이 욕망을 낳는다네. 내가 공포를 이용했다면 자네는 욕망을 이용한 거야. 허물을 벗고자 하는 욕망. 그게 죄라면, 자네와 내가 저지른 죄의 무게는 비슷한 걸세."

스포는 아니고 책의 목차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은 엄청나게 큰 뱀을 만나고 사람들은 롱롱이라고 믿고 싶고 그 롱롱은 프로틴을 먹고 만든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조금 특이한데 "뱀"이다.

'롱롱'이라는 전설 속 이름, 고유명사ㄹ에서 그저 하나의 흔한 파충류 단어에 지나지 않는 '뱀'으로 돌아온 것이다.

허물을 벗고자 하는 욕망이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롱롱프로틴'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 힘을 주었고 이번에는 모든 걸을 잃는다고 해도

우리 롱롱이(진짜 롱롱이인지는 직접 책을 통해) 큰 뱀을 구하려고 뛰어든다.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르고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소설을 참 좋아한다.

바로 이 <소원을 말해줘>도 그런 책 중 하나인데 결국 소원이라는 것은 D동 사람들에게 단 하나의 희망이다.

가만히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한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약을 먹고 기운을 못차리고 가만히 있던 '롱롱'이도 갑자기 변하게 되는 모습도 그렇다.

변하고 싶을 때,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만난다면 우린 모두 소원을 빌고 변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허물과 롱롱이와 주인공들은 과연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악역을 맡고 있는 공 박사는 신약 개발에 성공했을까.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 여기 있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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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웨인 W. 다이어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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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이 바뀌는 유일한 순간이 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다.

그리하여 마침내 잠들어 있던 내 영혼이 천천히 눈을 뜰 때다."

 

 

 

우리에겐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잘 알려진 구루, 웨인다이어.

이번에 토네이도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다.

2015년 세상을 떠나기 전 남겨둔 지혜, 그리고 그가 만난 현자들이 이 책 한 권 속에 담겨있었다.

제목이 참 멋있는데,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자각하기에 사실 쉽지 않다.

사람은 태어나서 누구나 죽는다. 이건 명백한 진리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 동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은 여전히 낯선 일이고 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 역시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메멘토모리.

만약 내가 묘비명을 쓴다면 그 안에 꼭 써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 중 하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삶이라는 것. 죽음이라는 것.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 속에 이 책을 펼쳤는데 제목을 볼 때마다 한번씩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해본다.

언제나 들어도 낯선 죽음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더 잘 살기 위해 웨인 다이어 박사가 들려주는 문장들을 따라서 읽었다.

 

 

 

 

 

 

 

 

 

-죽음을 전위에 놓아라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생각하고 탐색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을 더 겸손하게 돌보고, 행동을 반성하며, 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이것이 곧 현자의 태도가 아닌가.

-나는 많은 강연과 인터뷰, 저술 활동을 통해 현명한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왔다.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는 현자들의 조언은 매우 단순하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생각하라, 당신의 죽음에 대해."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서'다. 용서의 결과는 타인이 아니라 늘 나를 향한다. 용서하지 않는 한 내 몸과 마음은 분노와 상처에 꼼짝없이 갇혀 있게 된다.

우리는 받은 상처 때문에 그토록 수많은 시간을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 몸부림으로 숱한 밤을 뒤척이고 있을 뿐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같다. 모든 병이 그렇듯 방치하면 증상은 더 악회된다. 마침내 어느 날 문득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 상처 그 자체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는 기막힌 상황에 처한 자신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읽고 쓰고 산책하라

-"그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을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인생은 오직 오늘 하루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자연스럽고 단순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꼭 죽음의 문턱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삶을 살아보세요. 하루에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실천해도 당신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질 겁니다. 귀 기울이지 못한 아름다운 소리들이 당신의 내면에 도착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반드시 죽음의 문턱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모두가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 중 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들려주는 조언이 이 책 속에 한 문장, 한 문장 살아있었다.

책의 한 챕터 분량도 2~3페이지 가량밖에 되지 않아서 오다가다 책을 들고 수시로 읽다보니 금방 읽었다.

오히려 책을 읽고 잠시 멈춰서 생각해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죽음을 더 잘 기억할 수록 더 현명해지고 지혜롭게 살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교훈을 얻었다.

만약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잠깐 멈춰 생각해봤더니 역시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숱하게 등장하는 주제라는 것이 떠올랐다.

내가 플레이리스트에 몇년 째 빠지지 않는 노래 중 노래 중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가 있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어떨까를 시작으로 써낸 진솔한 가사들인데

If I die tomorrow

If I die die die

스물 여섯 컷의 흑백 film

내 머릿속의 스케치

원하든 말든 메모리들이

비 오듯 쏟아지겠지

내가 스물 여섯 살에 이 노래를 들었던 그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노래를 들으면 과거의 기억들, 그때 즈음의 날씨, 기분, 상황까지 함께 파노라마처럼 떠올라서 참 기분이 신기하다.

잊혀지고 싶지 않고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보다.

디즈니픽사의 영화 <COCO>에서도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해줄 사람 한 명 남지 않았을 때 그 영혼도 함께 살아진다는 멕시코 설화를 모니프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우리는 모두 죽지만 평생을 살 것처럼 익히고 꿈꾸고 감사하고 싶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도네이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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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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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는 법.

필사적으로 좋은 점을 보고 싶다. 손톱만 한 구석이라도 주방 벽에핀 형형색색의 곰팡이는 문질러 없애면 된다. 잠깐이라도 그렇게 지내자. 더럽다는 말도 무색한 매트리스는 내버리고, 싸구려를 하나 사 오면 그만이다.

-"그 집에서는 나와야 해. 지금 당장, 설령 저스틴이 패트리샤를 데리고 다시 나타나는 걸 참으며 산다 해도, 그 집세는 어떻게 감당하겠어? 저스틴에게 돈을 잔뜩 빚졌고, 나는 지금 정말 누구한테도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나 스스로 생활비를 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건데. 그래서 솔직히 말하는 거야... 이 집 아니면, 셰어하우스야."

-내가 차분하게 말했다.

"동시에 한 침대에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뭐. 한 집에 같이 있을 일도 없다고."

독특한 영미 장편소설이 나왔다. 바로 <셰어하우스>.

원제는 The Flatshare 인데, 인터넷에 쳐보니 공유경제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주택 공유도 증가하여 스페어룸(Spareroom), 플랫셰어(Flatshare), 룸버디즈(Room buddies)처럼 이상적인 동거인을 찾아주는 인터넷사이트가 미국과 영국에서 인기라고 한다.

(정말인지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도 바로 티피와 리언, 두 남녀가 한 집에 룸메이트로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얼핏보면 그저 로맨스소설이나 연애소설일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동거라는 주제로 벌어지는 당당한 홀로서기다.

여기서 홀로서기는 전 남친 저스틴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자 주인공 티비 뿐 아니라, 간호사 교대 업무와 감옥에 있는 남동생 등 여러가지 일들로 바쁜 남자 주인공 리언에게도 마찬가지다.

동거라는 주제는 종종 로맨틱 코미디와 소설 속 다뤄지는 주제인데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를 아주 따끔하게 꼬집고 생각해볼 만한 거리도 많이 준다.

페미니스트 코드도 곳곳에 숨어있으니 읽으면서 현 시대를 바라보면 어떨까.

 

 

 

 

 

 

-"저스틴과의 관계에서 너는 상처를 입었어, 티피."

모가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그는 널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머리를 흔든다. 저스틴과 나는 많이 싸웠다.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화해했고, 싸우고 난 다음에 우리 사이는 한층 더 로맨틱해질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다툼이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의 다툼은 다른 커플들과는 달랐다. 싸움은 한없이 아름답고 정신없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우리 관계의 일부일 뿐이었다.

"언젠가는 전부 이해되는 날이 올 거야, 티비."

모가 말했다.

"그때가 되면 나한테 얘기해, 알겠지?"

모의 말을 제대로 이해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뭔가 불리한 듯한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었다.

-"네 스스로 이런 생각에 도달해야 했어. 그게 맞는 일이야. 남이 옆에서 얘기해줘서가 아니라. 예전의 너는 그에게서도 떨어지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그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강했던 거야."

-우리는 나의 기억대로 사건들을 짚어갔다. 고성이 오가는 싸움, 미묘한 힘겨루기, 심지어 더 교묘하게 내 독립성이 잠식되어갔던 방식. 나와 저스틴의 관계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했는지 믿을 수가 없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이해해야 할 문제였다.

앞 부분인 97쪽에 아리송하게 친구들의 조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240~241쪽에 이제는 깨달음을 얻고 잘못된 과거를 돌이켜보며 앞날을 바로 잡는 주인공과의 간극이 참 크다.

전 남친 저스틴은 바람을 핀 것도 모자라 티피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아주 나쁜 남자다.

하지만 드라마든 소설이든 현실이든 결국 본인이 그 잘못된 악이 구렁텅이에 빠져나오려면 직접 깨닫는 수밖에.

나쁜 관계도 중독이다, 중독.

아무리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해봤자 관계만 나빠지고 오히려 이상한 불씨가 타올라 더 돈독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이 <셰어하우스>는 나름 사이다 책이다!

더 자세한 것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셰어하우스를 통한 동거가 이 둘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라는 책으로 유명한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최근 책을 읽어봤다.

제목은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라는 책인데,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이라는 재밌는 설명처럼 정말 전 남친 저스틴 같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좋은 지침과 조언들이 들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심리 조종자"라고 일컫는다.

교묘히 사람을 조종하고 자존감 브레이커이자 가스라이팅 (요즘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처럼 바로 이런 상황을 대신할 만한 말은 없는 것 같다)을 당하게 만드는 사람들인데 참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럴 때 일수록 주변 좋은 사람들과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꼭 헤어나왔으면 좋겠다.

티피가 이 사실을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다.

 

 

 

 

-"당신은 집 냄새가 나."

"당신은 집이야."

그는 단순명료했다.

"당신은 침대고, 우리 집이고...."

그가 말을 끊는다. 무언가 큰 의미가 있는 단어들을 찾을 때 그는 늘 그러하듯이.

"당신이 오기 전까지, 그곳은 집이 아니었어, 티피."

셰어하우스의 룰 넘버1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인 한 집에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리언은 새벽 교대 근무를 해야해서 티피가 출근하는 시간이나 활동시간에는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둘은 만날 필요가 없고 만날 시간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된 메모.

집안 곳곳에 서로의 메모 흔적들이 늘어가고 이제 셰어하우스라는 공간이 둘 만이 공간으로 자리잡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남자 리언, 그리고 제멋대로인듯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이 넘치는 티피.

그 주변에 매력 넘치는 지인과 친구들까지 500쪽 분량의 베스 올리리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서 그 둘은 결국 어떻게 되는지... 전 남친 저스틴은 전 남친으로 이렇게 쉽게 물러날 것인지... 그리고 리언의 하나뿐인 남동생은 감옥에서 어떤 일들이 벌이지는지...

셰어하우스에는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 글은 살림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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