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억력 챔피언 초스피드 암기술 - 무엇이든 쉽게 기억하는 궁극의 암기 기술
마이클 티퍼 지음, 김영정 옮김 / 프로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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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봐도 신기한 책이 있다.

조슈아 포어 저자의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이라는 책인데 개정판으로는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이다.

일반적인 보통 사람의 두뇌를 가진 조슈아 포어가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억력 챔피언과 기억력 챔피언 마스터를 알게 되고

그 후 1년간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처럼 기억력 연습을 하고 난 뒤 진짜로 챔피언이 된 이야기다!

너무 신기해서 읽고 또 읽었고, 그의 TED 강연도 재밌고 신기하게 읽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나도 항상 해봐야지 마음만 먹고 유튜브와 책을 찾아보다가 요즘은 뜸하게 되었다.

한때는 기억력이 타고난 게 아니라 연습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고 시중에 나온 기억력 책을 거의 다 섭렵해봤다.

한국, 미국, 일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책을 읽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기억력 마스터들이 있어서 유튜브도 있고 유료 강의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역시 의지가 없으면 연습도 쉽지 않다.

그렇게 한동안 기억력술에 대해 잊고 살다가 다시 만난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

저자인 '마이클 티퍼' 역시 국제 기억력 그랜드 마스터를 섭렵한 실력자이고 현재 기억력, 학습, 두뇌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능력자이다.

그런 그가 한 권의 책으로 우리에게 기억 잘 하는 법을 알려준다니 솔깃하다.

그리고 잘 따라하고 복습하고 연습한다면 좋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으로 우리도 기억력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은 저자 또한 보통의 두뇌로 기억술을 만나기 전 일화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때로는 자동적으로 행하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일들은 너무 당연하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간단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기억력을 되살려주는 생활습관도 언급해준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위대한 암기술" 파트는 사교적기법, 기억술의 마법, 무작위 숫자 외우기, 트럼프 카드 기억하기, 길 외우기, 리스트 외우기 등 연습해보고 따라해볼 만한 것들도 알려준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기억력 책과는 다르게 자기확언이나 성공확신 등 심리적인 부분도 알려주면서 우리에게 자신감을 마구 심어준다.

그럼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해보는 것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우선 읽고 행하고 실천해보자.

 

 

 

 

성공 확신하기_성공에 이르는 5단계

1단계 - 목표를 세운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달성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는 이해하기 쉽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기한이 있어야 한다.

2단계 - 계획을 짠다

-가장 간단한 접근법은 먼저 목표를 달ㄷ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든 다음,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3단계 -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실행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게 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확언이라고도 한다). 혼잣말의 내용에는 자신과 자신의 능력에 관한 긍정적인 말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흔히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한다.

"나는 기억력이 나빠." 또는 "저건 못 외우겠어." 또는 "저건 너무 어려워서 못 배우겠어."

이런 말은 기억력이 나쁘다는 믿음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므로 기억력을 개선하려면 부정적인 말 대신 다음과 같은 말을 해야 한다.

"난 기억력이 끝내줘." 또는 "나는 항상 만나는 사람들 모두의 이름을 기억해." 또는 "새로운 걸 배우고 기억하는 게 어렵지 않고 재밌어."

-이러한 말을 반복할수록 자신의 기억력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질 것이다.

두번째로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훌륭한 기억력을 발휘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한 편의 영화처럼 상상해보는 것이다. '기억력이 완벽해진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보고, 듣고, 느껴보자. 그리고 원하던 기억력을 갖게 된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해보자.

기술 습득을 잘 하는 방법

성공을 확신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성공 확신하기'로, 거기서 간추려 설명한 내용으로 원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기억을 위해 주요 내용을 다시 소개한다.

목표를 세운다.

계획을 짠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에 옮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 기억력 책에서도 자기확신과 자기확언, 긍정의 마인드셋이 중요함을 배우게될 지 미쳐 몰랐다.

역시 말과 마음과 심상화의 힘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계획과 실천만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니! 아마 기억력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음먹으면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 설령 원하는 만큼의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모든 경험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기억력을 외우는 책에서 인생에 다짐도 세워본다.

 

 

 

숫자 모양 기억법

-숫자 압운 기억법에서 한 것처럼 다음에 나온 이미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이미지를 부풀려 숫자를 시각화하고 20분간 다른 일을 한다. 그런 다음 숫자와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기억해 써보며 몇 개나 떠오르는지 확인해본다. 연상과 기억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연습을 계속한다.

일단 연상이 기억에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 이미지를 서로 연결하여 생생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아무리 긴 숫자라도 외울 수 있다.

여정 설계하기

-첫 번째 단계는 첫 번째 기억 여행을 위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작업을 할 때는 직접 방에 가보는 것도 좋은데, 실제로 가보면 상상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한 여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본 적이 있고 잘 아는 장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방에서 시작 포인트를 정하는 것이다. 그 방을 대표하는 것을 고르는데, 예를 들어 거실에서는 책장, 주방에서는 냉장고라는 식이다. 일단 시작 포인트를 정하면 머릿속으로 방을 걸어가면서 중요한 물건을 9개 이상 차례로 정한다(물건들이 그곳에 오래 놓여 있을수록 좋다).

수많은 기억력 책을 읽으며 이미 익숙하게 배워온 무작위 숫자 기억과 기억 궁전술!

숫자를 모양-이미지로 인식해서 연상 기억을 하는 것과,

내가 잘 알고 익숙한 공간의 물건과 가구 등 배치를 통해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짜내서 외우는 방법이다.

이거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 이 방법은 이건 이미 기억술이라는 방법으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전해져오는 방법이다.

한 이야기를 말하자면 연회가 벌어지는 건물이 무너져내렸는데 음유시인 '시모니데스'가 장소를 기억하고 사람들의 시체를 누군지 알려주는 것에서 바로 이 '기억술'을 썼다는 말이 있다.

고대에서부터 내려온거라니 기억의 힘은 대단하다.

그동안 배운걸 써먹지 못함을 한탄해왔는데 이번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 책으로 기억과 실천 두가지를 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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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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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해진 것 같더니만 다시 코로나가 난리다.

지역간 이동과 연말모임도 자제하고 있건만 이번주부터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3월 이후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고 부랴부랴 재택근무에 돌입하여 일까지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조차 갈 수 없는... 슬픈 2020년의 11월을 마무리하면서 꽤 위안이 되는 책을 만났다.

바로 <90일 밤의 미술관>,

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센치멘탈함과 고요함을 아름다운 명화로 마음까지 위로받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90일 밤의~" 시리즈로서 이미 <90일 밤의 클래식> 책도 출간되었는데 워낙 인기가 많고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어서 이번 미술관 시리즈도 기대를 많이 했다.

코로나로 이불 밖은 위험한 요즘, 책으로나마 대신 내 방에서 좋은 작품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본다.

<90일 밤의 미술관> 저자는 5명인데 저마다의 관점과 인사이트로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보니 다양한 시각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책을 펴면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도슨트로 일하게 된 계기,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 이 책에 소개한 그림을 고른 기준 등을 저자 개개인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또 좋은 것이 그림의 소개 맨 마지막에는 "감상 팁"을 한 구절 적어주는데 아름다운 그림에 얽힌 비밀이나 역사, 시대상, 작가가 느꼈을 심정 등을 진짜 도슨트가 들려주는 것처럼 알려줘서 더 <90일 밤의 미술관>이 진짜 내 방 속 미술관 같다고 느껴진다!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봤던 유명한 작품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감흥이 새롭다.

참 좋은 그림들을 시간이 지나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보게되다니 더 많은 여유가 더 많은 감상 폭이 생긴다.

Day1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읽어간 Day90까지. 다시 1일로 시작해서 명화를 보고 싶다.

 

 

 

내셔널 갤러리의 첫번째 소장품_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 <나사로의 부활>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예술 방면에서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딘 편이었습니다.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 주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개관했고, 이는 영국 입장에서 자존심이 퍽 상하는 일이었지만 영국 정부는 국립 미술관을 세우는 데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1823년 영국의 대표 화가 존 컨스터블의 후원자이자 이후 내셔널 갤러리의 대변자가 된 조지 버몬트 경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과 이를 보관 및 전시할 수 있는 장소를 국가에 기증하기로 약속했고, 영국 정부에서 은행가 존 앵거스타인의 개인 소장품 36점을 구입하면서 이듬해인 1824년 내셔널 갤러리가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줄리오 데 메디치가 교황이 되기 전인 추기경 시절에 프랑스의 나르본 대성당을 꾸밀 제단화를 주문하면서 제작되었습니다. 나사로가 죽은 지 4일째 되던 날 예수 그리스도가 기적을 일으켜 그를 잠시 다시 살아나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나르본 대성당은 나사로의 유해가 묻힌 곳이기도 하죠.

좋은 그림을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과 시대가 필요하다.

전세계 유명 미술관 중 하나인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첫번째 소장품은 무엇일까?

답은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의 작품, <나사로의 부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사, 문화, 교육에 대한 인풋은 아끼지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은 지출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감으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돈 이상의 가치를 주니까 말이다.

강대국들 사이에 영국은 조금 늦게 사회적, 문화적 문을 열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내셔널 갤러리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그리고 가장 먼저 소장한 작품인 <나사로의 부활>도 메디치가 다른 작품을 골랐다면 어쩌면 바뀔 수 있었다는 얘기까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종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종교적인 그림과 장소에 가 닿으면 어딘가 홀리스틱적인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아한다.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의 <나사로의 부활> 역시 처음 소장한 작품이라는 명성과 함께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미술관에 던져진 천박한 농담_

마르셀 뒤샹, <L.H.O.O.Q>

-<L.H.O.O.Q>는 마르셀 뒤샹이 개척한 예술 장르인 레디메이드ready-made 의 일환으로 명화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작품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인쇄된 엽서에 낙서하듯 장난스럽게 콧수염을 그려 넣은 것이죠. 그러나 이는 기성품을 이용한 미학 작품의 등장입니다. 작가가 직점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지만, 주체적인 아이디어로 제목을 붙이고 서명해서 예술품의 가치를 부여하는 무형적 과정의 산물입니다.

-마르셀 뒤샹은 작품 제목을 'L.H.O.O.Q.'라 적었습니다. 나열된 알파벳을 프랑스어식으로 읽으면 L(엘) H(아시) O(오) O(오) Q(큐)이고, 연이어 발음하면 엘 아 쇼 오 큘 이라는 문장과 흡사하게 들립니다. 직역하면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입니다.

... 그렇지만 낯 뜨거운 외설처럼 느껴지는 모나리자의 콧수염이 훼손된 것은 그림 속 여인의 모델로 추정되는 피렌체의 귀부인 조콩드의 명성은 아니었습니다. 고리타분한 관념적 예술계에 던진 천박하지만 관능적인 농담일 뿐이었죠. 이후 뒤샹은 낙서한 콧수염을 지운 모나리자를 등장시키며 'Rasee'(수영믈 깎은 여자)라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언어 유희에 탐닉하는 전대미문의 낙서범이라 불릴 만합니다.

파격적이고 그동안의 체재와 시스템을 뒤바꾸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한 예술가들이 너무 좋고 멋있다.

마르셀 뒤샹의 너무나 유명한 작품, <샘>도 있지만 <90일 밤의 미술관>에서 한번더 만나게 된 <L.H.O.O.Q. 수염난 모나리자> 작품도 역시 재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워낙 패러디도 많고 오마자도 많으나 이렇게 재밌게(?) 만든 작가가 또 있을까!

전통과 권위를 그저 콧수염 하나만으로 뒤바꾼 뒤샹의 작품을 보면 천재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장난스럽게 그린 왕관, 공룡, 뼈를 모티브로 작품들을 그린 그의 세계관이 멋있었다.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 바스키아가 활동했었던 SEMO (흔해 빠진 낡은 것이라는 뜻으로 SAMe Old shit의 약자다!)와 SEMO is DEAD 가 한동안 기억 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최근 좋아하는 작가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인데 <WALL AND PIECE> 책을 읽고 그에게 더더욱 빠졌다. 2018년에는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 파운드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액자 속 장치를 설치해서 파쇄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젠 다시 <풍선과 소녀> 작품은 볼 수 없겠지만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뱅크시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이렇게 전에 없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아직도 내가 만나본 그리고 만나보지 못한 그림들이 <90일 밤의 미술관>에는 가득 담겨 있다.

코로나로 여행과 만남과 모임을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찾기에 아주 좋은 기회이다.

<90일 밤의 미술관>은 1일부터 90일까지, 때로는 한번에, 때로는 원하는 챕터만 쏙쏙 골라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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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폭력 - 운명이라는 환영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2
아마티아 센 지음, 김지현.이상환 옮김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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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중단시키려는 선의에서 수많은 시도가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게 정체성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고 느끼게 되면 그러한 시도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 이는 폭력을 저지하는 우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상이한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은 무시한 채) 다른 무엇보다 "문명 간의 친선 관계"나 "종교 간의 대화" 또는 "상이한 공동체 간의 우호 관계"에 의거해 전망한다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기도 전에 인간 존재를 심각하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의 가지각색의 차이가 단 하나의 지배적 분류 체계라고 주장된 것에 의해 단일화될 때, 즉 종교로, 또는 공동체로, 문화로, 국가로, 문명 등으로(이들 각각을 전쟁과 평화 같은 특정한 접근 맥락에서 독보적으로 강력한 것으로 취급하면서) 단일화될 때,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은 맹렬한 도전을 받게 된다. 독보적인 방식으로 분할되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형성하는 다원적이고 다양한 범주의 세상보다 훨씬 분열적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은 모두 동일하다"라는 오래된 믿음에도 반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는 '저마다 다르다'라는 이해에도 반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화합에 대한 바람은 인간 청제성의 다원적 성격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상당 부분 달려 있다. 넘나들 수 없는 단 하나의 확고한 분리 선으로 첨예하게 갈라지는 것에 저항해 서로를 가로지르면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다원성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떤 단일의 정체성(과 그 의미라고 주장된 것들)이 숙명적인 것이라는 운명론적 환영이 작위 뿐 아니라 부작위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걸쳐 폭력을 길러낸다.

-우리는 다른 개별적 소속 관계를 무수히 맺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흔히 운명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나서 한 국가의 한 지역의 한 가정의, 그리고 내 주변 마주하는 모든 생명체들과 보내는 이 삶이.

아모르파티,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쩌면 그 운명을 너무 당연하게(그리고 다른 운명을 하찮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흠칫 놀라게 된다.

<정체성과 폭력>이라는 책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박사 '아마르티아 센'의 역작이다.

제목을 보면 '정체성과 폭력'이라는게 조금 과격해 보이지만 읽다보면 그의 조근조근한 설명과 설득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생각에는 폭력이라는 초점보다는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오랜 역사의 예시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다.

누군가는 정체성이란 단일한 것이고 배타적이고 나의 진리를 설파해야하며 개인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이 책에서는 고립주의적이라고도 한다.)

오늘 날에도 벌어지는 무수한 싸움과 전쟁을 보면 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21세기가 맞는가?하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정체성과 폭력>에서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는 정체성이란 단일하지 않고 배타적이지도 않으며 가변하고 폭력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이론과 실제를 많이 다르다.

<정체성과 폭력>에서 말하는 정체성은 대게 내 집단과 다른 집단과의 거리감을 나타내며 남과 나를 분리하는 느낌을 주고, 내 집단의 연대성은 곧바로 다른 사람과의 배타적인 싸움으로 이어진다.

이론적으로는 나와 우리 이웃을 연대감을 가지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하지만 실제로는 내 종교, 내 문화, 내 국가 외에 투쟁과 폭력이 만무하는 슬픈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체성의 이해

-개인은 여러 정체성 중 어느 것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해야 하며, 이는 다시 정확히 맥락에 따라 바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구별되는 쟁점이 있다. 첫째, 정체성들이 확고히 다원적이며, 하나의 정체성의 가치는 다른 정체성의 가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은 특정한 맥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로 다른 충성과 우선순위들에 상대적인 중요성을 어떻게 부여할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유의 자유

-오늘날 세계에서는 세계화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서는 물론, 글로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형성하는 가치와 윤리, 소속감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인간 정체성에 대한 비고립주의적인 이해에서 본다면, 그러한 쟁점들과 관련된다고 해서 우리의 국가적 충성과 지역적 충성 모두를, 거대한 "세계 국가"를 운영하는 데 반영될 수 있는 세계적 소속감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 사실, 세계적 정체성은 우리의 다른 충성들을 배제하는 일 없이도 정당한 지분을 가지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관심사인 인간의 축소화에 대해 저항하면서, 우리는 또한 쓰라린 과거의 기억을 극복할 수 있고 곤경에 처한 현재의 불안을 억누를 수 있는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나는 우리의 능력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한다. 그 속에서 그와 나는 (적대적인 단일주의자들이 그 입구에서 아우성치더라도) 서로에게 공통된 수많은 정체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 마음이 어떠한 수평선으로도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살면서 많은 정체성과 충돌하지만 내 안의 정체성과도 충돌을 일으킨다.

우선 사람들마다 수 많은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그 이후에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안에서도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하나의 정체성을 맹신하는 것은 무섭다. 우리의 역사는 과거 나치와 군국주의를 통해 충분히 겪어왔고 지금도 끊이지 않는 분쟁의 팔레스타인을 보면서 아프고 아프게 겪고 있다.

<정체성과 폭력>에서는 개개인이 가진 정체성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폭력으로 나아가는지 알려주지만 이 책의 끝은 꽤 긍정적이다.

저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우리 안에 있는 평화의 가능성과 이해의 정체성을 배우기를 소망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희망한다.

정체성이란 무 베듯이 딱! 가를 수 있지 않지만 배타적이고 단일한 정체성의 믿음은 국가와 사람과 민족과 문화를 무 베듯이 잘라버리고 폭력적인 죽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계속 힘주어 말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안의 정체성이 폭력성이 아니라 생명력과 치유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운명(여기서 운명이란 부정적인 의미의 운명이다)과 편견들을 다시 꼬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정체성과 폭력>의 저자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듯,

우리는 "환영에 덜 감금된 세계를 꿈꾸며",

우리는 '이보다는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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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멘탈 - 마음 근육을 길러주는 스포츠 멘탈코칭
이영실 외 지음 / 예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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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은 모두 멘탈 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맣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해야 하는 그 순간을 위해 프로멘탈 코칭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이제 그 노하우를 이 책에 담으려 한다.

-선수가 바라는 목표를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남다른 마음가짐이 바로 '프로멘탈'이다. 어떠한 경기든, 또 달라진 환경에서도 평정심을 갖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프로멘탈'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스포츠는 기술력을 포함한 체력과 정신력이 복합된 경쟁이며,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력이 20%, 정신력이 80%"라고 한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의 말처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신력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살면서 느낀 건 어쩌면 실력보다 중요한 게 멘탈이라는 것.

'존버가 승리한다!'라는 말은 어쩌면 존버라는 멘탈로 버텨서 살아남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스포츠계에서는 그 멘탈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겠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만의 사인, 징크스, 의식을 보면 정신을 가다듬으며 승리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나도 바로 그 프로 선수들의 멘탈을 배우고 싶어서 바로 이 <프로멘탈>을 꺼냈다.

<프로멘탈>의 저자들은 제목의 '프로멘탈'이라는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절제절명의 순간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돕는 것'

그 프로멘탈은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준다.

 

 

 

 

-멘붕! 멘탈이 무너질 때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멘붕을 겪은 사람들 중 약 30%는 그것이 '궁극적인 삶의 의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으나, 약 60%는 '멘붕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으며, 나머지 약 10%는 '멘붕을 통해 삶에 대한 믿음이 분명해졌다'고 답했다.

-결국 멘붕은 70%의 사람들에게 변화와 지혜를 주는 계기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므로 멘붕은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혜롭게 만드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흔히 쓰는 말 중 멘붕에 빠졌다, 멘붕이다는 말이 있다.

멘탈이 붕괴되었다는 뜻의 줄임말인데 크고 작은 일들로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멘붕을 겪는것 같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어려운 일, 힘든 일, 막막한 일이지만 피한다고 피할 수 있지 않고 차라리 겪어야 한다면 젊었을 때, 내가 회복할 수 있을 때 겪는 게 오히려 복이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멘붕의 좋은 점이랄까, 멘붕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 챕터는 더욱 와닿았다.

같은 일을 겪어도 A에게는 멘붕이 아니지만 B에게는 멘붕이다. C라는 날에는 멘붕이지만 D라는 시간에 겪은 일은 멘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멘붕을 겪은 사람들 중에도 일정 부분은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어 새로운 삶,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더 잘 실패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처럼, 더 잘 멘붕을 겪고 그 멘붕을 좋은 에너지로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아직 난 되도록이면 멘붕에 빠지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프로멘탈>을 읽는 것이고!

올바른 멘붕과 평온한 멘탈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본다.

-In the Zone

-'In the Zone'은 최고의 정신상태, 즉 최고의 멘탈을 가진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감과 집중력이 충만한 존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할 일'과 '생각해야 할 것'을 떠올려보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최대한 생생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는 전체 경기 모습을 그려보거나 경기 중 특정 장면을 확대해서 그려보는 것도 좋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멘탈 트레이닝, 멘탈 리허설, 멘탈 프랙티스 등으로도 불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선수는 때때로 경기를 하면서 ' 이 상황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바로 그 장면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은 미리 시각화했던 경기장면과 실제 경기장면에서 같은 감정이나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데 큰 효과를 나타낸다.

심리학 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꼭 나오는 부분은 심상화하기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프로멘탈>에 나오는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마치 그 일을 이미 겪고 성취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보는 것이다.

너무 유명한 연구이지만, 실제로 머리속으로만 자유튜 연습을 한 그룹, 진짜로 공을 던져본 그룹,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이 최하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실제로 연습한 그룹과 상상만으로 연습한 그룹 모두 전과 비교하여 성취도가 올라갔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이제 유명한 기술로 자리잡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이는 듯하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었을 때, 중요한 pt가 있을 때 조차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내가 좋아하는 히사이시 조의 책을 읽어보니 그도 역시 무대에 서기 전 천이나 수건 위에 손가락을 두고 마치 연주하듯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렇게 유용하고 쓸모있는 기술이지만 막상 실천하기에는 뭔가 거창해보이고 귀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연습하는 것처럼 상상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니! 그렇다면 실제 연습과 더불어 상상까지 곁들인다면 더 좋은 퍼포먼스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멘탈>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선수들의 멘탈 관리법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순간 순간이 결정적인 승패를 가르는 만큼 실력보다 더 중요한 멘탈을 어떻게 다스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지 한 개인의 힘을 알고 싶었는데 역시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수 많은 연습의 시간과 노력의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나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듯이 팀웍, 팀플, 팀플레이어로서 가져야할 자세와 멘탈을 알려주는 부분도 의미가 깊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멘탈을 가지길 바라며, <프로멘탈>을 적용해본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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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삶을 위해서라면 몇 번은 죽어야 한다."

_찰스 부코스키, 1920~1994

감히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몇 안되는 시크한 자유로움의 글 쓰는 사람 중 하나, 찰스 부코스키.

물론 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포스처럼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함, 여혐 문학 등도 섞여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나 찰스 부코스키만큼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언제 떠나도 미련없을 것 같은 글들은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미국의 유명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찰스 부코스키 문학이 별로 없어서 참 아쉬웠다.

그나마 있는 것도 다 읽어버리고 나면 (물론 열심히 읽었으나 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서를 읽지 못하는 한이 조금 서린다.

하지만 이번에 드디어 찰스 부코스키의 글들을 더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에세이 시리즈 2권이 새로 나왔는데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과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이 그것이다.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인데 1번째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그 아쉬움은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내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단편이 몇개 실려있으니 그 아쉬움을 달랜다.

찰스 부코스키하면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겪은 그의 생활고와 문학을 시작하기까지 겪은 다양한 경험이 떠오른다. 레이먼드 카버도 그랬지만 찰스 부코스키는 49살에 정식으로 작가가 되기 전까지 하층 노동자, 창고와 공장, 우체국 직원 등을 전전하다가 한 출판사와의 계기로 전업작가가 된다.

그런 삶의 그의 글에는 묻어난다. 조금 술냄새도 나는 것 같다. 가끔 심한 말도 나오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사는 몇 안되는 작가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이 글은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이 엮었는데 그가 쓴 꽤 긴 서문만 읽어도 찰스 부코스키의 이해를 더할 수 있으니 바로 본문으로 넘아가는 것도 좋지만 서문을 읽어보고 만나는 것도 좋겠다.

-<작가 훈련>은 글쓰기에 대한 고별 에세이로 부코스키는 이렇게 선언한다. "내게는 신과도 같은 단순함에 몰두했다. 여유가 없고 적게 가질수록 실수나 잘못을 범할 기회가 줄어든다. 천재는 단순한 방식으로 완전한 걸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은 총알, 햇살과 같아 어둠과 지옥을 관통한다."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처럼 찰스 부코스키의 긴 문학 여정은 완벽한 하나의 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생의 마지막을 타자기, 와인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라는 마법의 불꽃으로 승화했다. _데이비드 스티브 칼론

문학계의 이단아, 반항아, 아웃사이더. 그가 가진 수식어는 한결같이 날이 서있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과 문학세계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가진 삐딱하지만 순수한 세계관도 보인다.

찰스 부코스키하면 또 떠오으른 것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하고, 논픽션같기도 하고, 노래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저널같기도, 또는 서문에서 알려준 '메타픽셔널(작가가 독자에게 지금 읽는 글이 허구라는 걸 환시키기는 소설 방식)'이기도 한 그의 마법같은 글이다.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번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도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으니, 어디까지가 진짜 에세이이고 어디서부터가 찰스 부코스키가 바라본 자기 자신의 이미지인지 맞춰가는 재미도 있겠다.

 

 

 

 

긴 거절 편지의 여파

-부코스키 씨 귀하

다시금 이 작품에는 엄청나게 괜찮은 내용도 있지만 매춘부 찬양, 과음한 뒷날의 역한 모습, 인간 혐오, 자살 미화 등 그렇지 않은 부분도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출간용 잡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만 특정 인간 군상을 다룬 이야기로 볼 수 있고 그 내용을 솔직하게 풀어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희 쪽에서 이 작품을 출간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시기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 문제는 전적으로 귀하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_윗 버넷 올림

이 편지는 찰스 부코스키가 보낸 <하숙집 50곳 탐방기> 원고에 거절하는 보낸 편집자의 글이다.

보통 이렇게 길게 보내지 않는데 이 편지는 긴 회신만큼 일말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긴 거절 편지의 여파'는 결코 작지 않다.

어느 한 술모임에서 윗 버넷인줄 알고 생기는 일들은 참 술냄새가 나기도 하고 삶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여자를 쉽게 보는 화남도 있지만 어쨌든 그의 글이니 어쩌겠는가. 여자+술+싸움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쿨한 부코스키에게도 거절의 편지는 보통 사람들처럼 유쾌하지 않음은 마찬가지인가보다. 글을 실리기 까지 49살을 살아온 그의 시선에서 진짜 문학에 대한 절실함과 계속하고픔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독수리도, 당신 엉덩이의 들썩거림도 어쩔 수 없고,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인간의 운명뿐이지..... 죽음. 세상에, 죽음이란 믿을 수 없어...... 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록색 벽과 묵주 그리고 죽음을 마주했어. 잠긴 문에서 몸을 돌려...... 물기를 머금은 잔디를 보았어. 잔디는 항상 반짝이고 반짝이지...... 그 이유가 뭘까?

-우리의 예술은 우리를 고통을 이성으로 바꾸는 행위다. 우리는 뒤틀어진 마음, 점토 부스러기의 포상 같은 존재이며, 바보 같은 어둠 속 바보 같은 테이블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세상은 시라는 가느다란 바퀴살이 달린 능욕당한 바퀴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난 술에 취해 여기 앉아 내일 어디서 어떻게 살지 걱정하고 있다. 생각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사람에게 여긴 있을 곳이 못된다. 사람들은 내가 괜찮은 시인이고 글을 꽤 잘 쓴다고 말하며 난 잘 모르는 여자들에게서 향내가 풍기는 편지를 받았지만, 내 이성의 해를 등지고 선 까마귀가 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니 분명 내일은 전당포에 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미친 부적응자이고, 먼지가 날릴 정도로 조용한 캠퍼스 창문에 서서 시를 가르치는 강사는 이 벽들 혹은 사우스할리우드의 집주인들 혹은 랭보나 릴케를 5센트 동전ㅇ보다 하찮게 취급하는 이 동네의 울상인 얼굴들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또 다른 시를 쓰기 위해 거짓을 적으라고 손에게 시키지 않을 거다.

-죽음은 아주 많이 늙었고 삶은 아주 많이 현실적이다.

여섯 개들이 맥주팩을 마시며 시와 처절한 삶에 대해 끼적인 글

-옛날에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고 굶주렸고 아무도 내 글을 출간해 주지 않아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낭비했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좋았다. 햇살이 목과 뒤통수와 손에 닿으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아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파란색 표지 일색으로 꽂혀 있는 엉터리 같은 책들을 봐도 괜찮았다. ... 내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난 어떤 부료에도 속하고싶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짐승 같은 에너지가 날 놀라게 한다.

-난 젊고 방황했다. 지금은 늙었고 방황한다. 도서관에서 세대를 이어 온 지식은 내게 망할 소용이 없었고 세상의 살아 있는 목소리 역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 한 곳으로 끌려갔다. 그곳에 있는 대답과 그곳을 움직이는 힘(아주 미약해 보이는)은 소설, 단편, 시 같은 창의적인 예술의 글쓰기였다. 시가 가장 짧고 달콤하고 충격적인 방식이라고 결정한 지 오래이기에 이성(그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을까?)보다는 애정에 따라 움직여 왔다. 열 줄로 다 말할 수 있는데 뭐 하로 소설을 쓸까? 만 편을 쓸 수 있는데 소설 열 편을 써서 뭐 한담?

만약 와인을 마시고 이렇게 멋있는 단상들을 남길 수만 있다면.

그가 남긴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책 속 글들은 제목만큼 시크하고 멋있는 글들이 참 많다. 후대에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이렇게 사랑하고 부러워할 줄 그는 알았을까? 아마 삶에 대한 부조리와 불합리를 가지고 항상 세상과 대결하듯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미 알고도 남을 것 같기도 하고.

술에 취해 내일을 걱정할지언정, 진실하지 못한 글을 쓸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그저 그에게는 글을 쓰거나, 글을 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부코스키의 머릿속 단상들을 읽으며 한 줄 한 줄이 소설같고 짦은 문장은 시 같다. 그런데 또 에세이라니?

이단아같은 그의 실제 모습은 글 속에서도 여러번 사람들을 놀리고 놀래키고 당황시키면서도 제 갈길 가게 만드는 것만 같다.

죽음에 관한 그의 시선은 비판적이고 불만투성이이다. 하지만 그 속에 얽혀있는 삶에 대한 예찬과 무엇보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늙은이'(자기 입으로 자신을 부를 때 늙은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늙은이가 아니라 영원히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이같다) 의 모습은 그에게 더 빠질 수 밖에 없는 글의 매력이다.

읽다보면 욕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지만 이렇게 세상과 글과 삶에 대해 욕지거리 해주는 찰스 부코스키의 글이 얼마나 시원하고 명석하고 더 삶을 사랑하게 해주는지!

진정한 살을 오롯이 산 사람만이 술자리에서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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