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방 -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메리 크리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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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바꿔 놓고 싶었다”

-이 책은 첫 번째 사진에서 두 번째 사진까지의 세월 동안 내가 걸은 힘든 길을 기록한 것이다. 갓 태어난 딸이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도무지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그 병 때문에 병원에서 자살을 시도해서 거의 성공할 뻔했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며 살고 있지만, 하마터면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 지금쯤 사람들의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때 아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우울증은 지금도 완전히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뒤로 내게 다가온 수많은 행운들 가운데 그것은 불운의 흔적으로 끈질기게 남아 있다.

-외할아버지는 3월 1일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에서 나는 예전의 내 모습을 흉내조차 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주 오랫동안 본 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야 하는 자리가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했지만, 내 말이 너무 느린 것 같았다. 몸도 느리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사와 장례식이 모두 끝난 뒤, 외할아버지의 집에서 손님들을 대접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 어느 침실에서 벽에 걸린 십자가 밑에 앉았다. 어머니의 기억에 따르면, 어머니가 나를 찾으로 올라와 봤더니 내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점점 감정이 둔해졌다. 커다란 슬픔도, 커다란 분노도, 커다란 죄책감도 없었다. 그러다 아예 감정이라는 것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내 몸은 그저 찌꺼기일 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꼭 필요한 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 마음과 영혼이 모두 죽어 버렸기 때문에 내 몸은 완전히 무의미해졌다는 확신이었다.

-이 몸이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나의 강렬한 확신은 도무지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내 삶이 부서져서 돌이길 수 없을 지경이라 아주 끝나버렸다는 믿음의 산물이었다.

-잭슨의 책을 비롯한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진단서에 적힌 '멜랑꼴리아 동반'이 내 경험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하는 말이며, 멜랑콜리아는 주요우을장애라는 말에서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무서운 질병임을 깨달았다. 멜랑콜리아가 주요우울장애라는 서랍 속에 슬쩍 들어가 있는 꼴이었다.

-수면장애, 정신적 고통, 절망감, 병적인 죄책감, 자살 충동 등 일관된 증상과 징조가 자꾸만 반복된다는 것. 이들의 목소리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당혹스러웠던 기간을 더 장기적이고 더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아주 솔직한 책이다.

실제로 저자 메리 크리건은 첫 딸 '애나'가 심장 기형으로 거의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나고 심한 우을증에 걸렸다.

더 정확하게는 주요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고 그 뒤로 두 번의 자살 시도 끝에 멜랑콜리아를 동반한 주요 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더 더 정확하게는 딸의 죽음 전에도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이 일을 계기로 그 심연을 들여다보게 되어 정식으로 정신의학과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다.

<내면의 방>을 출퇴근 길에 읽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읽었다. 한 챕터를 읽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져서 그 다음날까지, 만약 아침에 읽었다면 점심까지도 그 여파가 오래갔다.

그만큼 <내면의 방>은 작가가 겪은 삶과 죽음 (죽음에 더 가깝겠지만)에 대한 치열한 일기이다.

우울증에 관한 책은 많이 읽었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내용이나 그림일기 등으로 심리치료상담에 대한 에세이가 나오면서 어느정도 거부감이나 낯섦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나도 디폴트의 감정이 우울함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많다. 예전에는 막연히 밝은 모습 뒤에 어두운 모습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크고 나서 우울증과 심리학 등에 대해 알아보고 나니까 타고난 감성, 유전, 환경, 성향 등 여러가지에 대한 내 모습을 고민하게 되었다.

불행을 비교하지 말라는 말은 있으나 <내면의 방>을 읽고 나면 저자가 겪었을 심연은 차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빠르게 복귀한 회사생활. 퇴근 후 손목을 긋는다. 그게 첫 번째 '메리 크리건'의 자살시도였다.

담담하게 말한다. 자살을 할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가족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슬픔 속에 저자는 로션이 담긴 유리병으로 목을 긋는다. 그게 두번째 자살시도였다.

저자는 이렇게 담담하고 솔직한 문체로 진짜 자기가 겪었던 슬픔과 우울증과 일상과 치료와 상담을 사실적이고 가감없이 써내려갔다.

우울증, 멜랑콜리아 진단을 받고 과연 누가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아마 이미 심연 끝까지, 저 끝까지 내려가보고 다시 올라가고 (그리고 다시 내려가기도 하는) 심정을 충분히 겪어보았기 때문에 이 모든 감정의 공유도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리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메리 크리건은 실제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노력했다.

종교 뿐 아니라 실제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의학적으로도 빠삭한 전문가가 되었고 자신이 받는 치료나 정신의학의 역사 등 다방면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메모하고 기록하고.. 쓰고 또 썼다.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지 못한다. 그녀가 먹는 약은 때론 기억을 잊게 만드니까 말이다.

ECT(전기충격치료)도 실제로 받았고 그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호전된 증상에 대해서도 적었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 새>나 <샤이닝> 등을 통해 부정적이고 무서운 모습으로 표현된 점도 가감없이 기록했다.

저자는 ECT를 정말로 받았고, 만약 당사자와 보호자가 ECT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병원 측에서는 법원에 가서 치료가 필요함을 받아내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ECT 치료를 받고 힘들었던 점도 있고 병이 나아가는 부분도 있었고 슬프지만 다시 증상이 재발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일상생활로 나아갈 때라는 터닝포인트도 있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 사이 남편과 이혼도 하고 이 우울함은 언제나 곁을 맴돌고 있으며 새로운 가정도 꾸리고 소중한 아들도 낳고 지금은 뉴욕에서 영문학 강사로 학생들도 가르친다.

물론 저자는 알고 있다. 병이 재발될 수 있고 다시 우울증이 삶을 집어삼킬 수도 있으며 우울함으로 흘려보낸 나날들은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고 손목과 목에 생긴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으며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물어온다는 사실을.

그래도 저자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죽음에 가까운 이야기들로 병의 중요성과 치료의 필요성과 삶을 다시 살아보기를 간곡히 권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겪는 인생이 다르다. 그리고 만약 같은 일을 겪었더라도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제각각 다르다.

함부로 남의 인생을 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의 불행이나 슬픔을 빗대어 자신의 행복을 느끼는 잔인하고 무식한 짓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저자가 아이를 잃고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낯선 사람들을 피해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에서 <내면의 방>을 읽으며 처음 눈 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리고 이후에도 여러번.

조금 슬프지만 나는 삶은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인은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부정적이지만 나는 이 인생의 격언들이 옳다고 느낀다.

그래도,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보는 게 맞다고도 긍정한다.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메리 크리건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내면의 방>의 마지막에는 새로운 삶의 다짐이 있다.

레너드 코언의 아름다운 노래 가사와 함께 끝과 시작을 응원한다.

-욕실 거울에서 나는 매일 그 흉터를 본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 흉터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항상 내게 일깨워 준다. 그것은 내가 30년이 넘도록 대부분 혼자서만 간직해 온 이야기의 흔적이다.

-아주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이 흉터를 견디던 나는 마침내 그때의 일을 말해도 좋다고 나 자신에게 허락했다. 이제야 알았지만, 나의 침묵은 단순히 정신적인 상처와 수치심 때문이 아니었다. 나 역시 우울장애 때문에 사람들이 겪는 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공범이었다. 내 이야기는 일종의 증언이었다.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은 뒤에야 병을 진단받은 내가, 우울증인 줄 모르고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 속에서 도저히 하루를 더 살아 낼 수 없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이 증언을 바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나의 목적은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격려해서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의 결점과 부족한 점에만 집착하기보다, 불완전한 부분을 인류 공통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정하면 된다. 레너드 코언은 다음의 가사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의 노래 <축가>의 코러스 부분이다.

아직 울릴 수 있는 종을 울리고

완벽한 봉헌물을 잊어라

세상에 흠집 없는 것은 없어

그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 법

나는 그의 훌륭한 조언을 받아들여, 빛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내 남은 생애 속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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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해답
마넬 바우셀.라케시 사린 지음, 우영미 옮김 / 마인더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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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 기대 = 행복"

-최근에 행복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공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다른 책과는 다르다.

- 현실-기대=행복

우리는 이를 행복의 기본 방정식이라고 부르고, 행복을 만들기 위해 감정을 통제하는 여섯 가지 법칙을 제안한다. 이 법칙을 '행복 법칙'이라고 부른다.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행복은 우리의 마음이 어떤 결정을 내려서 얻는 결과다. 행복 법칙을 계획하고 실천함으로써 행복은 이 소비 지향적인 사회에서 달성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기회가 된다.

-행복한 삶을 달성하는 본질은 바로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전제다. ... 현명한 삶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행복에 답이 있을까?

<행복의 해답> 은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니,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부터 시작한다.

몇년전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행복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정확히 3년 전이라 그땐 행복에 대해서 이렇게 심각하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최고의 선인 행복이 지금 대답으로도 내 꿈인 것 같다.

근데 그 행복이 아무런 고통 없는 행복이 아니라 힘들 땐 잘 이겨내고 지혜로워지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솔직히 나는 꽤 어두운 사람인 것 같다. 하루 중 행복한 생각보다는 비행복한 생각의 비중이 더 크다.

그래서 더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갈망하고 있다.

<행복의 해답>은 마냥 행복하게만 살자는 단순한 자기계발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경영학 책도 아니며, 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영성책도 아니다.

행복을 측정하고 행복의 법칙을 알려주는 신기한(?) 책이다.

그 신기함의 포인트는 <행복의 해답>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복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 가야 한다.'

'행복'에 관심이 많다보니 행복에 관한 책을 많이 접했다.

기억에 남는 건 <완벽의 추구>, <걱정을 잘라드립니다>, <해피니스 트랙>, <행복을 풀다>, <행복을 미루지마라>,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한 이기주의자>, <12가지 행복의 법칙>, <행복의 공식> 등이 있었다.

행복한 것만 읽진 않고 그 반대편, 정확하게는 행복심리학과 긍정심리학에 반대되는 <긍정의 배신>와 심리를 다루는 <긍정의 오류>도 읽었다.

그래서 내린 현재까지의 나의 결심은 '행복해지자' 였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파고, 또 파고, 지금도 파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책 <행복의 해답>도 많은 도움을 준 듯 하다.

우선 행복의 법칙을 아래와 같이 크게 6가지로 분류했다.

참고로, 그 행복들은 측정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구절과 함께 넣었다.

 

 

 

첫 번째 행복 법칙: 상대적 비교

두 번째 행복 법칙: 기대치의 변화

세 번째 행복 법칙: 손실 회피

네 번째 행복 법칙: 감성 감소

다섯 번째 행복 법칙: 포만

여섯 번째 행복 법칙: 현재주의

감성 감소

-행복의 비밀이 크레센도 전략, 즉 작은 것에서 점점 커지는 전략을 사용한 것임을 알았다. 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낮은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고,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는 적절한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머라이어는 크레센도의 논리를 이해했다.

-지속적으로 행복을 유지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변함없는 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은 몇 번이고 변해야 한다"는 공자의 충고를 따를 필요가 있다. 머라이어처럼 하라. 소비를 서서히 증가시키는 계획을 유지하고 현실과 기대치 사이에는 항상 격차가 있음을 명심하라.

포만

-우리는 적응과 포만에 대처하는 두 가지 현명한 방법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탐구와 개발'이라는 전략으로, 먼저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다음에 그중 몇 가지를 정한다. 두 번째는 '다양성과 크레센도'를 합치는 것이다. 우리가 참여하기로 정한 활동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하는 예산에 대한 계획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우리가 묻고 싶은 세 번째 질문이 있다. 바로 얼마나 많은 습관을 들일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포만의 일반 속도는 고정하고 적응의 일반 속도는 변화를 준다. 우리의 법칙은 최적의 순서를 위한 세 가지 패턴을 만들어낸다.

* 먼저, 적응의 일반 속도가 낮을 경우, 최적의 계획은 세 가지 활동을 번갈아 하는 것이며 따라서 포만의 효과에 대응한다.

* 두 번째는 적응의 일반 속도가 일정할 경우, 최적의 계획은 세 활동 중 두 활동을 번갈아 하고 세 번째 활동은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 마지막은 적응의 일반 속도가 높을 경우, 최적의 계획은 이 활동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계속하는 것이다.

공학자 둘이 함께 쓴 <행복의 해답>은 여러모로 다른 행복학 책과 다른데 그래서 더 관심있게 읽었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역시 공통점도 있다. 그건 바로 행복은 선택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선택=행복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는 행복을 선택해야 하고 그건 우리 마음 속에 있다. 마음 챙김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마음'을 <행복의 해답>에서도 만났다.

각 여섯 가지 법칙과 행복을 측정하는 공학자의 논리적인 글을 읽다보면 실제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역시 행복은 선택하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선택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의 제목을 남긴다.

'행복 법칙 안에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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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 관점 디렉터의 차이 나는 생각법
정광남 지음 / 라온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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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는 힘"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여다보는 힘에 대한 저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가볍게 장난도 해보고, 때론 깊이 생각해보고, 살짝 비틀어도 보고, 엉뚱한 비유도 해보고, 남의 관점을 응용해보는 과정에서 발경된 자신만의 관점. 그동안 치열하게 작업한 광고 제작 ㅎ녀장 이야기보다는 광고를 업으로 사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떠올리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관심있게 읽는 광고인의 책.

이번에는 정광남 CD님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다. 관점 디렉터라니 더더욱 궁금해진다.

대홍기획 카피라이터를 거쳐 하쿠호도 CD, 크리스마스 프로덕션 대표, 인터콤 제작이사 등 크리에이티브 경험에 광고제 수상까지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진짜 광고인의 책이다.

관점 디렉터라고 하시니,

그래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 관점에 포인트는 무엇인지? 왜 관저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더 중요한건 남과 같은 공감을 가지면서 나만 발견할 수 있는 숨은 관점)을 가지는건지 의문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폈다.

광고를 잘하고 싶어서 광고를 잘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면 어느부분은 꽤 한결같다.

새로운 관점을 갖는다는 건 훈련이고, 새로운 관점은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며, 사소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쓰자는 것!

연습하면 된다니, 그리고 CD님도 자신을 타고난 광고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노력과 묵묵함으로 버텨온거라니.

내가 좋아하는 광고인들은 모두 한결같다. 타고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고 말해주신다. CD라는 엄청난 직함 뒤에 있는 겸손함이 보인다.

카피라이터를 거쳐 CD, 그리고 대표가 되기 까지 수많은 일들과 경험이 있었을텐데 생활인이라는 단순한 한방으로 친근하게 표현하는 모습도 역시 멋있다.

소소한 메모들과 일상의 사진들, 그리고 이를 이어주는 카피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하고 시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한 책의 구절들은

쓱쓱 넘겨 보기에도 좋고 한 페이지를 열고 잠시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에서 알려주는 집중과 관점의 노력으로 바라봐도 좋다.

 

 

 

"아이디어의 스승"

-우리 일상을 둘러보면 도처에 고수가 있고 스승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가 내게는 선배이고 어드바이저입니다. 카피는 커녕 광고 경험도 없던 제겐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은 늘 고통이었죠. ... 그럴 땐 이미 진행한 다른 프로잭트의 기획서를 훑어보곤 합니다. 당장 해결할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기획서를 보다 보면 어떤 문제점에서 풀어가고 어떻게 해결해가는지 또 해결의 아이디어는 얼마나 유니크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성공한 기획서든 실패한 기획서든 도무지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겐 스승인 셈이죠.

-아이디어는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건져 올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범하고 싱겁기까지 합니다. 뭐 그리 어렵게 생각해? 이런 거 아냐?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듯, 발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누가 봐도 경직되어 보입니다.

... 그럴수록 가벼운 커피 한 잔으로 어깨의 힘을 빼줘야 합니다. 머릿속엔 늘 과제를 넣고 다니지만 겉으론 여유 있고 느긋한 척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쩌다 마주친 풍경에서 어쩌다 나눈 대화 속에서 어쩌다 들은 노래 가사에서 '영감'님을 만나게 되니까요.

-스승의 날들은 우연히 마주친 날들입니다.

"그저 묵묵히 광고하는 인간"

-일을 하다 보면 업다운이 있습니다. 잘나갈 때도 있고, 결과가 안 좋아서 힘들 때도 많습니다. 일에서 홈런을 뻥뻥 친 적은 없지만, 안타를 치든 번트를 대든 볼에 맞든 살아서 1루로 나간다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묵묵히', '꾸준히' 내 일을 사랑하며 버텨가는 것도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버티는 것엔 엄청난 노력과 강한 멘탈이 요구됩니다. 당장의 결과에 담담할 줄도 알아야 하고, 눈앞의 기쁨에도 차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고를, 그리고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아이디어와 관점 얘기만 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에는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업에 대한 소중함이 있다. 살다보면 잘 되는 날도 있고 잘 안풀리는 날도 있다.

주니어 연차에게 이 주옥같은 인생 선배의 조언이 오늘따라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묵묵히', '꾸준히'.

솔직히 살다보니까 열심히 한 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도 많고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대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일 폭탄을 맞을 때도 있다.

내 인생의 1/3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데 이것이 행복일까 싶은 근본적인 고민도 심각해게 해본 적 있다.

그 고민과 의문의 끝에는 '그래도'다.

그래도 해보자. 그래도 버텨보자. 버틴다는 말이 꽤 슬프게 느껴질때도 있는데 버틴다는 건 억지로 멱살을 끌고 움직이는게 아니라 내 안의 필요함과 절실함과 노력이 그래 좋다, 한번더 라는 의미로 버텨보자자는 거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에도 저자인 관점디렉터가 자신을 여러번 언급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묵묵히'이다.

묵묵히 맡은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려고 했던 과거들이 모여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

타고난 광고쟁이가 아니라고 말해주시니 주니어 연차에게는 더더욱 꿀같은 조언이다.

모든 날이 기쁘고 행복하고 영화같을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행복하지도 않을 것 같고 나는 그걸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순간 순간을 모아 의미있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일이든 일상이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눈을 뜨고 생각을 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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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 268년 된 남자 학교를 바꾼 최초 여학생들
앤 가디너 퍼킨스 지음, 김진원 옮김 / 항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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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년 된 남자 학교를 바꾼 최초 여학생들"

"들어가는 말"

-수십 년이 지나서 나는 예일 대학에 처음 들어온 여학생들에 대해 알려줄 만한 책을 찾았다. 하지만 이 여학생들은 그 시대 예일 대학 역사에서 빗겨나 있었다. 책에서는 여학생 입학을 허용한 결정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양. 오히려 내가 궁금한 내용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268년 동안 남학생만 다니던 대학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여학생들이 들어왔다. 역사학자 마거릿 내시는 이런 순간을 역사의 '발화점'이라고 일컬었다.

-1969년 미국에서는 여성운동이 막 기지개를 켰다. 흑인권력운동으로 인종을 바라보는 미국인이 관점이 바뀌고 있었다. 이 역사의 순간 속으로 예일 대학이 맞이한 첫 여학생들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이 여성들이 앞서 나아가며 목소리를 낸 덕분에 우리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빚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자주 묻혀버린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남성만의 성역, 268년"

-하버드나 브라운 대학같은 몇몇 대학은 자매 대학을 세워서 여학생을 가까이 두었지만 그들에게 남학생과 동등한 자격을 주지 않았으며, 이들 중 어느 대학도 남학생이 다니는 교정에서 여학생을 받지 않았따. <에듀케이셔널 레코드>가 밝힌 바로는 "많은 이들 마음속에 '남학생만 받는' 교육은 곧 '일류' 교육이란 의미였다."

"슈퍼우먼"

-1969년 예일 대학에 들어온 여학생 575명은 서해안과 동해안 사이에 있는 각지에서 왔다. 큰 도시에서도 교외에서도, 또 저기 외떨어진 시골에서도 왔다. 인종도 민족도 제각각이었으며 숙소와 식사와 수업료로 예일 대학에 내야 하는 3600달러를 가족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마음의 무게도 다 달랐다. ... 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 여학생은 모두 똑똑했다. 남학생보다 똑똑했다. 그건 첫 학기 성적이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굳셌다. 적어도 이건 지원서에서 주장한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가 미국 명문대라고 알고 있는 예일이 1969년 전까지는 오로지 남자만 지원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생각해보면 그리 먼 일도 아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그 전까지 여자는 입학할 수도, 지원할 수도 없는 대학교였다.

그리고 예일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교들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처음으로 남자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꾼,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을 치열한 투쟁 속에서 쟁취한 소중함이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에 담겨 있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반대 속에 시작한 여학생들의 입학은 예일대 남성 졸업자 1,000명에서 고작 남성 850명과 여성 250명 정도로 바꿔나갔으니까.

남성의 정원을 줄이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사투 속에서, 조금 덜 떨어진 남성 입학자 약 10%를 더 받는 한이 있어도 능력있고 스마트한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리겠다는 비합리적인 사투가 있었다.

그리고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를 읽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화가 난 부분은 단순히 젠더의 입학여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입학하고 난 다음, 학생들의 생활이었다.

예상하겠지만 여학생들은 입학 후 수많은 문제에 봉착했다.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서 관심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교수님의 부적절한 스킨쉽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당연히 남학생들에게까지 전해져서 예일대 최초 여학생들은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까지 당했다.

샤워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며 10대 남성이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도 있었다.

예일대 여학우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남자보다 아주 아주 아주 적은 인원수만이라도 좀 더 정원을 늘리는 것, 그리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얻는 것.

이것도 역시 쉽지 않았다.

중간에 학교를 떠난 이도,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즈음에는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 반전시위, 흑인인권운동 등과도 맞물려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불편한 진실과 과거로 가득한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이지만,

우리에게는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같은 책이 꼭 필요하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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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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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나는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을 연구하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 연관 유전자가 있다면 과연 어떤 유전자일지를 탐색하는 연구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 나는 자리에 앉아 우리 가족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사진 더미 속 마지막 사진이 두드러지게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

그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낸 다음에도, 나는 실수가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그 뇌 스캔 사진의 주인공은 나였다.

-나는 인간의 행동과 정체성에서 스스로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적다고 수십 년 동안 믿어왔다. 내가 볼 때 인격과 행동은 본성(유전)이 80퍼센트 정도를 결정하고 양육(성장 환경)이 20퍼센트밖에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견해는 2005년 무렵부터 통렬하고 조금은 당혹스러운 일격을 당하기 시작했고, 나는 계속해서 과거의 믿음을 현재의 혼란과 화해시키고 있다. 나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복잡한 동물임을 전보다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의 행동, 동기, 욕망, 욕구를 절대원칙으로 환원하는 일은 인류에게 몹쓸 짓이다. 인간은 선하지 않으면 악한, 옳지 않으면 그른, 친절하지 않으면 앙칼진, 무해하지 않으면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단순히 생물학의 산물도 아니며, 과학은 우리에게 이야기의 일부만 들려줄 뿐이다.

사이코패스와 뇌과학에 대한 재밌는 책이 나왔다.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이다.

제목으로 봐도 알겠지만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팰런은 사이코패스다.

TED 인기강연 중 하나인 제임스 팰런 교수의 "Exploring the mind of a killer"를 흥미롭게 본 나로서는

사이코패스는 바로 저였습니다- 를 고백하는 용기있고 흥미롭고 조금은 무섭지만 끝까지 보다보면 무섭다기보다 신기한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선대를 조사해보니 모친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적 유전자가 있었다니?

어떤 뇌 구조가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사이코패스는 그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책을 끝까지 읽어보았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변할 수 있는 존재이고 환경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은, 예를 들면 키, 성격, 우울증, 그리고 사이코패스 인자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50% 이상이라는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이 과학자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거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서문에서 고백하기를, 자신은 유전 80%+환경20% 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을 보니 사이코패스와 흡사하다는 일을 포함하여) 과 시간을 거치면서 그 생각에도 변화를 겪고 있었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인가, 환경인가? 본성인가, 양육인가?

저자는 사이코패시 유전학이라는 용어로 우리에게 친절하고 재밌게! (사이코패스가 공감능력은 없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과 대인관계가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설명해준다.

영화나 책, 메스컴에서도 흔히 다루는 주제인만큼 각자만의 생각, 각자만의 의견이 뚜렷할텐데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 시대에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세 가지 요인"

-수감된 사이코패스 중 유아기에 신체적, 감정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청소년 사이코패스 범죄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0퍼센트가 어린 시절 내내 심각한 학대를 받았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에 믿을 만한 기억이 기껏해야 서너 살 이후에야 시작된다고 보면, 이 결과는 더 높은 비율의 성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일찍부터 상당한 학대를 경험한다는 의미를 함축했다.

-세 개의 다리란,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 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 학대였다.

-나에게는 '유년 시절의 학대'라는 다리가 없었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사이코패스에 관해 강연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사이코패스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무섭고 소름끼치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는 정상인과 다르다.

바로 뇌의 그 부분은 유전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이코패스의 뇌가 실제로 사이코패스 인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사이코패스 뇌를 가진 일반인이 참 많으며 실제로 CEO나 회사 중역에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인물이 많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우리를 한층더 소름끼치고 끄덕이게 만든다.

제임스 팰런은 뇌과학자 전문가답게 뇌의 어떤 부분이 다른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사이코패스는 보통 뜨거운 인지에 작용하는 복측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배측계는 정상이거나 오히려 비범해서 양심과 공감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탈 행동에 관한 냉정한 계획과 실행법을 정교히 조율하고 설득력 있게 다듬으며 용의주도하게 가공할 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배측계가 너무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것인가?

그러한 뇌 구조와 유전인자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이코패스들의 대다수는 어린 시절 감정적, 신체적,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히틀러의 유년시절이 어땠는지, 아버지가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는 너무나 유명하다.)

사이코패스 인간에게 괴물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은 어릴 적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소리이다.

아직 사이코패스가 유전인지, 환경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나로서는 이 연구결과도 굉장히 흥미롭다.

하지만 역시 사람의 뇌는 A or B 로 가르듯이 정확히 나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전히 환경도 중요하지만 유전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명의 책 제목이자 영화 <케빈에 대해여> 를 보면 주인공 '케빈(에즈라 밀러 역)'은 타고난 사이코패스이다.

어렸을 때 부터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고, 하나 뿐인 여동생을 다치게 만들고, 결국에는 무자비한 고등학교 살인범이 된다.

영화의 주제는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책과 일맥상통한다.

'괴물(=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영화를 보면 그렇다고 사이코패스의 엄마가 학대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극히 평범한 가정처럼 그려진다.

영화 속 궁금증을 자아내기 위해 만든 사이코패스 환경적 장치가 있다면, 주인공의 엄마는 여행가였는데 아기를 갖게 되면서 겪은 출산의 갈등이나 우울증 정도를 빠르게 보여준 장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사이코패스를 만들었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고민이 되는 찰나에 영화이든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책이든 우리를 어느 한 곳으로 몰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본인의 뇌가 사이코패스 뇌와 유사하다는 저자이자 뇌과학 연구자 제임스 팰런의 고백은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사이코패시의 유전적 요인을 들여다보면 사이코패스는 만들 수도 있고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가르쳐야하는가.

사이코패스라는 주제와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음도 가지면서 저자의 마지막 문장을 들여다본다.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나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시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보탬이 된다. 나는 사이코패시 스펙트럼상에도 골프처럼 스위트스폿이 있다고 믿는다. PCL-R로 25~30점인 사람들은 위험하지만, 20점 언저리의 사람들은 사회에 필수적이다. 대담하고 활기차로 인류의 생동감과 적응력을 지켜주는, 나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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