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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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해진 것 같더니만 다시 코로나가 난리다.

지역간 이동과 연말모임도 자제하고 있건만 이번주부터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3월 이후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고 부랴부랴 재택근무에 돌입하여 일까지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조차 갈 수 없는... 슬픈 2020년의 11월을 마무리하면서 꽤 위안이 되는 책을 만났다.

바로 <90일 밤의 미술관>,

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센치멘탈함과 고요함을 아름다운 명화로 마음까지 위로받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90일 밤의~" 시리즈로서 이미 <90일 밤의 클래식> 책도 출간되었는데 워낙 인기가 많고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어서 이번 미술관 시리즈도 기대를 많이 했다.

코로나로 이불 밖은 위험한 요즘, 책으로나마 대신 내 방에서 좋은 작품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본다.

<90일 밤의 미술관> 저자는 5명인데 저마다의 관점과 인사이트로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보니 다양한 시각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책을 펴면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도슨트로 일하게 된 계기,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 이 책에 소개한 그림을 고른 기준 등을 저자 개개인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또 좋은 것이 그림의 소개 맨 마지막에는 "감상 팁"을 한 구절 적어주는데 아름다운 그림에 얽힌 비밀이나 역사, 시대상, 작가가 느꼈을 심정 등을 진짜 도슨트가 들려주는 것처럼 알려줘서 더 <90일 밤의 미술관>이 진짜 내 방 속 미술관 같다고 느껴진다!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봤던 유명한 작품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감흥이 새롭다.

참 좋은 그림들을 시간이 지나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보게되다니 더 많은 여유가 더 많은 감상 폭이 생긴다.

Day1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읽어간 Day90까지. 다시 1일로 시작해서 명화를 보고 싶다.

 

 

 

내셔널 갤러리의 첫번째 소장품_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 <나사로의 부활>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예술 방면에서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딘 편이었습니다.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 주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개관했고, 이는 영국 입장에서 자존심이 퍽 상하는 일이었지만 영국 정부는 국립 미술관을 세우는 데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1823년 영국의 대표 화가 존 컨스터블의 후원자이자 이후 내셔널 갤러리의 대변자가 된 조지 버몬트 경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과 이를 보관 및 전시할 수 있는 장소를 국가에 기증하기로 약속했고, 영국 정부에서 은행가 존 앵거스타인의 개인 소장품 36점을 구입하면서 이듬해인 1824년 내셔널 갤러리가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줄리오 데 메디치가 교황이 되기 전인 추기경 시절에 프랑스의 나르본 대성당을 꾸밀 제단화를 주문하면서 제작되었습니다. 나사로가 죽은 지 4일째 되던 날 예수 그리스도가 기적을 일으켜 그를 잠시 다시 살아나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나르본 대성당은 나사로의 유해가 묻힌 곳이기도 하죠.

좋은 그림을 만나기 위해서는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과 시대가 필요하다.

전세계 유명 미술관 중 하나인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첫번째 소장품은 무엇일까?

답은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의 작품, <나사로의 부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사, 문화, 교육에 대한 인풋은 아끼지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은 지출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감으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돈 이상의 가치를 주니까 말이다.

강대국들 사이에 영국은 조금 늦게 사회적, 문화적 문을 열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내셔널 갤러리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그리고 가장 먼저 소장한 작품인 <나사로의 부활>도 메디치가 다른 작품을 골랐다면 어쩌면 바뀔 수 있었다는 얘기까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종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종교적인 그림과 장소에 가 닿으면 어딘가 홀리스틱적인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아한다.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의 <나사로의 부활> 역시 처음 소장한 작품이라는 명성과 함께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미술관에 던져진 천박한 농담_

마르셀 뒤샹, <L.H.O.O.Q>

-<L.H.O.O.Q>는 마르셀 뒤샹이 개척한 예술 장르인 레디메이드ready-made 의 일환으로 명화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작품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한, 인쇄된 엽서에 낙서하듯 장난스럽게 콧수염을 그려 넣은 것이죠. 그러나 이는 기성품을 이용한 미학 작품의 등장입니다. 작가가 직점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지만, 주체적인 아이디어로 제목을 붙이고 서명해서 예술품의 가치를 부여하는 무형적 과정의 산물입니다.

-마르셀 뒤샹은 작품 제목을 'L.H.O.O.Q.'라 적었습니다. 나열된 알파벳을 프랑스어식으로 읽으면 L(엘) H(아시) O(오) O(오) Q(큐)이고, 연이어 발음하면 엘 아 쇼 오 큘 이라는 문장과 흡사하게 들립니다. 직역하면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입니다.

... 그렇지만 낯 뜨거운 외설처럼 느껴지는 모나리자의 콧수염이 훼손된 것은 그림 속 여인의 모델로 추정되는 피렌체의 귀부인 조콩드의 명성은 아니었습니다. 고리타분한 관념적 예술계에 던진 천박하지만 관능적인 농담일 뿐이었죠. 이후 뒤샹은 낙서한 콧수염을 지운 모나리자를 등장시키며 'Rasee'(수영믈 깎은 여자)라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언어 유희에 탐닉하는 전대미문의 낙서범이라 불릴 만합니다.

파격적이고 그동안의 체재와 시스템을 뒤바꾸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한 예술가들이 너무 좋고 멋있다.

마르셀 뒤샹의 너무나 유명한 작품, <샘>도 있지만 <90일 밤의 미술관>에서 한번더 만나게 된 <L.H.O.O.Q. 수염난 모나리자> 작품도 역시 재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워낙 패러디도 많고 오마자도 많으나 이렇게 재밌게(?) 만든 작가가 또 있을까!

전통과 권위를 그저 콧수염 하나만으로 뒤바꾼 뒤샹의 작품을 보면 천재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장 미쉘 바스키아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장난스럽게 그린 왕관, 공룡, 뼈를 모티브로 작품들을 그린 그의 세계관이 멋있었다.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 바스키아가 활동했었던 SEMO (흔해 빠진 낡은 것이라는 뜻으로 SAMe Old shit의 약자다!)와 SEMO is DEAD 가 한동안 기억 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최근 좋아하는 작가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인데 <WALL AND PIECE> 책을 읽고 그에게 더더욱 빠졌다. 2018년에는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 파운드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액자 속 장치를 설치해서 파쇄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젠 다시 <풍선과 소녀> 작품은 볼 수 없겠지만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뱅크시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이렇게 전에 없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아직도 내가 만나본 그리고 만나보지 못한 그림들이 <90일 밤의 미술관>에는 가득 담겨 있다.

코로나로 여행과 만남과 모임을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찾기에 아주 좋은 기회이다.

<90일 밤의 미술관>은 1일부터 90일까지, 때로는 한번에, 때로는 원하는 챕터만 쏙쏙 골라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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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폭력 - 운명이라는 환영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2
아마티아 센 지음, 김지현.이상환 옮김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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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중단시키려는 선의에서 수많은 시도가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게 정체성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고 느끼게 되면 그러한 시도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 이는 폭력을 저지하는 우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상이한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은 무시한 채) 다른 무엇보다 "문명 간의 친선 관계"나 "종교 간의 대화" 또는 "상이한 공동체 간의 우호 관계"에 의거해 전망한다면, 그것은 평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기도 전에 인간 존재를 심각하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의 가지각색의 차이가 단 하나의 지배적 분류 체계라고 주장된 것에 의해 단일화될 때, 즉 종교로, 또는 공동체로, 문화로, 국가로, 문명 등으로(이들 각각을 전쟁과 평화 같은 특정한 접근 맥락에서 독보적으로 강력한 것으로 취급하면서) 단일화될 때,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은 맹렬한 도전을 받게 된다. 독보적인 방식으로 분할되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형성하는 다원적이고 다양한 범주의 세상보다 훨씬 분열적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은 모두 동일하다"라는 오래된 믿음에도 반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는 '저마다 다르다'라는 이해에도 반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화합에 대한 바람은 인간 청제성의 다원적 성격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상당 부분 달려 있다. 넘나들 수 없는 단 하나의 확고한 분리 선으로 첨예하게 갈라지는 것에 저항해 서로를 가로지르면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다원성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떤 단일의 정체성(과 그 의미라고 주장된 것들)이 숙명적인 것이라는 운명론적 환영이 작위 뿐 아니라 부작위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걸쳐 폭력을 길러낸다.

-우리는 다른 개별적 소속 관계를 무수히 맺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흔히 운명이라고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나서 한 국가의 한 지역의 한 가정의, 그리고 내 주변 마주하는 모든 생명체들과 보내는 이 삶이.

아모르파티, 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쩌면 그 운명을 너무 당연하게(그리고 다른 운명을 하찮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흠칫 놀라게 된다.

<정체성과 폭력>이라는 책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박사 '아마르티아 센'의 역작이다.

제목을 보면 '정체성과 폭력'이라는게 조금 과격해 보이지만 읽다보면 그의 조근조근한 설명과 설득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생각에는 폭력이라는 초점보다는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오랜 역사의 예시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다.

누군가는 정체성이란 단일한 것이고 배타적이고 나의 진리를 설파해야하며 개인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이 책에서는 고립주의적이라고도 한다.)

오늘 날에도 벌어지는 무수한 싸움과 전쟁을 보면 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21세기가 맞는가?하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정체성과 폭력>에서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는 정체성이란 단일하지 않고 배타적이지도 않으며 가변하고 폭력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이론과 실제를 많이 다르다.

<정체성과 폭력>에서 말하는 정체성은 대게 내 집단과 다른 집단과의 거리감을 나타내며 남과 나를 분리하는 느낌을 주고, 내 집단의 연대성은 곧바로 다른 사람과의 배타적인 싸움으로 이어진다.

이론적으로는 나와 우리 이웃을 연대감을 가지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하지만 실제로는 내 종교, 내 문화, 내 국가 외에 투쟁과 폭력이 만무하는 슬픈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체성의 이해

-개인은 여러 정체성 중 어느 것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해야 하며, 이는 다시 정확히 맥락에 따라 바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구별되는 쟁점이 있다. 첫째, 정체성들이 확고히 다원적이며, 하나의 정체성의 가치는 다른 정체성의 가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은 특정한 맥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로 다른 충성과 우선순위들에 상대적인 중요성을 어떻게 부여할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유의 자유

-오늘날 세계에서는 세계화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서는 물론, 글로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형성하는 가치와 윤리, 소속감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인간 정체성에 대한 비고립주의적인 이해에서 본다면, 그러한 쟁점들과 관련된다고 해서 우리의 국가적 충성과 지역적 충성 모두를, 거대한 "세계 국가"를 운영하는 데 반영될 수 있는 세계적 소속감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 사실, 세계적 정체성은 우리의 다른 충성들을 배제하는 일 없이도 정당한 지분을 가지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관심사인 인간의 축소화에 대해 저항하면서, 우리는 또한 쓰라린 과거의 기억을 극복할 수 있고 곤경에 처한 현재의 불안을 억누를 수 있는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나는 우리의 능력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한다. 그 속에서 그와 나는 (적대적인 단일주의자들이 그 입구에서 아우성치더라도) 서로에게 공통된 수많은 정체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 마음이 어떠한 수평선으로도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살면서 많은 정체성과 충돌하지만 내 안의 정체성과도 충돌을 일으킨다.

우선 사람들마다 수 많은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그 이후에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안에서도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하나의 정체성을 맹신하는 것은 무섭다. 우리의 역사는 과거 나치와 군국주의를 통해 충분히 겪어왔고 지금도 끊이지 않는 분쟁의 팔레스타인을 보면서 아프고 아프게 겪고 있다.

<정체성과 폭력>에서는 개개인이 가진 정체성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폭력으로 나아가는지 알려주지만 이 책의 끝은 꽤 긍정적이다.

저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우리 안에 있는 평화의 가능성과 이해의 정체성을 배우기를 소망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희망한다.

정체성이란 무 베듯이 딱! 가를 수 있지 않지만 배타적이고 단일한 정체성의 믿음은 국가와 사람과 민족과 문화를 무 베듯이 잘라버리고 폭력적인 죽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계속 힘주어 말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안의 정체성이 폭력성이 아니라 생명력과 치유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운명(여기서 운명이란 부정적인 의미의 운명이다)과 편견들을 다시 꼬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정체성과 폭력>의 저자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듯,

우리는 "환영에 덜 감금된 세계를 꿈꾸며",

우리는 '이보다는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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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멘탈 - 마음 근육을 길러주는 스포츠 멘탈코칭
이영실 외 지음 / 예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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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은 모두 멘탈 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맣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해야 하는 그 순간을 위해 프로멘탈 코칭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이제 그 노하우를 이 책에 담으려 한다.

-선수가 바라는 목표를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남다른 마음가짐이 바로 '프로멘탈'이다. 어떠한 경기든, 또 달라진 환경에서도 평정심을 갖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프로멘탈'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스포츠는 기술력을 포함한 체력과 정신력이 복합된 경쟁이며,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력이 20%, 정신력이 80%"라고 한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의 말처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신력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살면서 느낀 건 어쩌면 실력보다 중요한 게 멘탈이라는 것.

'존버가 승리한다!'라는 말은 어쩌면 존버라는 멘탈로 버텨서 살아남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스포츠계에서는 그 멘탈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겠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만의 사인, 징크스, 의식을 보면 정신을 가다듬으며 승리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나도 바로 그 프로 선수들의 멘탈을 배우고 싶어서 바로 이 <프로멘탈>을 꺼냈다.

<프로멘탈>의 저자들은 제목의 '프로멘탈'이라는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절제절명의 순간에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돕는 것'

그 프로멘탈은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준다.

 

 

 

 

-멘붕! 멘탈이 무너질 때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멘붕을 겪은 사람들 중 약 30%는 그것이 '궁극적인 삶의 의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으나, 약 60%는 '멘붕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은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으며, 나머지 약 10%는 '멘붕을 통해 삶에 대한 믿음이 분명해졌다'고 답했다.

-결국 멘붕은 70%의 사람들에게 변화와 지혜를 주는 계기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므로 멘붕은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혜롭게 만드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흔히 쓰는 말 중 멘붕에 빠졌다, 멘붕이다는 말이 있다.

멘탈이 붕괴되었다는 뜻의 줄임말인데 크고 작은 일들로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 멘붕을 겪는것 같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어려운 일, 힘든 일, 막막한 일이지만 피한다고 피할 수 있지 않고 차라리 겪어야 한다면 젊었을 때, 내가 회복할 수 있을 때 겪는 게 오히려 복이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멘붕의 좋은 점이랄까, 멘붕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 챕터는 더욱 와닿았다.

같은 일을 겪어도 A에게는 멘붕이 아니지만 B에게는 멘붕이다. C라는 날에는 멘붕이지만 D라는 시간에 겪은 일은 멘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멘붕을 겪은 사람들 중에도 일정 부분은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어 새로운 삶,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더 잘 실패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처럼, 더 잘 멘붕을 겪고 그 멘붕을 좋은 에너지로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아직 난 되도록이면 멘붕에 빠지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프로멘탈>을 읽는 것이고!

올바른 멘붕과 평온한 멘탈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본다.

-In the Zone

-'In the Zone'은 최고의 정신상태, 즉 최고의 멘탈을 가진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감과 집중력이 충만한 존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할 일'과 '생각해야 할 것'을 떠올려보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최대한 생생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는 전체 경기 모습을 그려보거나 경기 중 특정 장면을 확대해서 그려보는 것도 좋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멘탈 트레이닝, 멘탈 리허설, 멘탈 프랙티스 등으로도 불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선수는 때때로 경기를 하면서 ' 이 상황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바로 그 장면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은 미리 시각화했던 경기장면과 실제 경기장면에서 같은 감정이나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데 큰 효과를 나타낸다.

심리학 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꼭 나오는 부분은 심상화하기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프로멘탈>에 나오는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마치 그 일을 이미 겪고 성취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보는 것이다.

너무 유명한 연구이지만, 실제로 머리속으로만 자유튜 연습을 한 그룹, 진짜로 공을 던져본 그룹,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이 최하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실제로 연습한 그룹과 상상만으로 연습한 그룹 모두 전과 비교하여 성취도가 올라갔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이제 유명한 기술로 자리잡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이는 듯하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었을 때, 중요한 pt가 있을 때 조차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내가 좋아하는 히사이시 조의 책을 읽어보니 그도 역시 무대에 서기 전 천이나 수건 위에 손가락을 두고 마치 연주하듯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렇게 유용하고 쓸모있는 기술이지만 막상 실천하기에는 뭔가 거창해보이고 귀찮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연습하는 것처럼 상상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니! 그렇다면 실제 연습과 더불어 상상까지 곁들인다면 더 좋은 퍼포먼스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멘탈>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선수들의 멘탈 관리법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순간 순간이 결정적인 승패를 가르는 만큼 실력보다 더 중요한 멘탈을 어떻게 다스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지 한 개인의 힘을 알고 싶었는데 역시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수 많은 연습의 시간과 노력의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나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듯이 팀웍, 팀플, 팀플레이어로서 가져야할 자세와 멘탈을 알려주는 부분도 의미가 깊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멘탈을 가지길 바라며, <프로멘탈>을 적용해본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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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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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을 위해서라면 몇 번은 죽어야 한다."

_찰스 부코스키, 1920~1994

감히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몇 안되는 시크한 자유로움의 글 쓰는 사람 중 하나, 찰스 부코스키.

물론 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포스처럼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함, 여혐 문학 등도 섞여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나 찰스 부코스키만큼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언제 떠나도 미련없을 것 같은 글들은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미국의 유명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찰스 부코스키 문학이 별로 없어서 참 아쉬웠다.

그나마 있는 것도 다 읽어버리고 나면 (물론 열심히 읽었으나 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서를 읽지 못하는 한이 조금 서린다.

하지만 이번에 드디어 찰스 부코스키의 글들을 더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에세이 시리즈 2권이 새로 나왔는데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과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이 그것이다.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인데 1번째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그 아쉬움은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내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단편이 몇개 실려있으니 그 아쉬움을 달랜다.

찰스 부코스키하면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겪은 그의 생활고와 문학을 시작하기까지 겪은 다양한 경험이 떠오른다. 레이먼드 카버도 그랬지만 찰스 부코스키는 49살에 정식으로 작가가 되기 전까지 하층 노동자, 창고와 공장, 우체국 직원 등을 전전하다가 한 출판사와의 계기로 전업작가가 된다.

그런 삶의 그의 글에는 묻어난다. 조금 술냄새도 나는 것 같다. 가끔 심한 말도 나오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사는 몇 안되는 작가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이 글은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이 엮었는데 그가 쓴 꽤 긴 서문만 읽어도 찰스 부코스키의 이해를 더할 수 있으니 바로 본문으로 넘아가는 것도 좋지만 서문을 읽어보고 만나는 것도 좋겠다.

-<작가 훈련>은 글쓰기에 대한 고별 에세이로 부코스키는 이렇게 선언한다. "내게는 신과도 같은 단순함에 몰두했다. 여유가 없고 적게 가질수록 실수나 잘못을 범할 기회가 줄어든다. 천재는 단순한 방식으로 완전한 걸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은 총알, 햇살과 같아 어둠과 지옥을 관통한다."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처럼 찰스 부코스키의 긴 문학 여정은 완벽한 하나의 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생의 마지막을 타자기, 와인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라는 마법의 불꽃으로 승화했다. _데이비드 스티브 칼론

문학계의 이단아, 반항아, 아웃사이더. 그가 가진 수식어는 한결같이 날이 서있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과 문학세계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가진 삐딱하지만 순수한 세계관도 보인다.

찰스 부코스키하면 또 떠오으른 것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하고, 논픽션같기도 하고, 노래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저널같기도, 또는 서문에서 알려준 '메타픽셔널(작가가 독자에게 지금 읽는 글이 허구라는 걸 환시키기는 소설 방식)'이기도 한 그의 마법같은 글이다.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번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도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으니, 어디까지가 진짜 에세이이고 어디서부터가 찰스 부코스키가 바라본 자기 자신의 이미지인지 맞춰가는 재미도 있겠다.

 

 

 

 

긴 거절 편지의 여파

-부코스키 씨 귀하

다시금 이 작품에는 엄청나게 괜찮은 내용도 있지만 매춘부 찬양, 과음한 뒷날의 역한 모습, 인간 혐오, 자살 미화 등 그렇지 않은 부분도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출간용 잡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만 특정 인간 군상을 다룬 이야기로 볼 수 있고 그 내용을 솔직하게 풀어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희 쪽에서 이 작품을 출간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시기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 문제는 전적으로 귀하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_윗 버넷 올림

이 편지는 찰스 부코스키가 보낸 <하숙집 50곳 탐방기> 원고에 거절하는 보낸 편집자의 글이다.

보통 이렇게 길게 보내지 않는데 이 편지는 긴 회신만큼 일말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긴 거절 편지의 여파'는 결코 작지 않다.

어느 한 술모임에서 윗 버넷인줄 알고 생기는 일들은 참 술냄새가 나기도 하고 삶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여자를 쉽게 보는 화남도 있지만 어쨌든 그의 글이니 어쩌겠는가. 여자+술+싸움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쿨한 부코스키에게도 거절의 편지는 보통 사람들처럼 유쾌하지 않음은 마찬가지인가보다. 글을 실리기 까지 49살을 살아온 그의 시선에서 진짜 문학에 대한 절실함과 계속하고픔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독수리도, 당신 엉덩이의 들썩거림도 어쩔 수 없고,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인간의 운명뿐이지..... 죽음. 세상에, 죽음이란 믿을 수 없어...... 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록색 벽과 묵주 그리고 죽음을 마주했어. 잠긴 문에서 몸을 돌려...... 물기를 머금은 잔디를 보았어. 잔디는 항상 반짝이고 반짝이지...... 그 이유가 뭘까?

-우리의 예술은 우리를 고통을 이성으로 바꾸는 행위다. 우리는 뒤틀어진 마음, 점토 부스러기의 포상 같은 존재이며, 바보 같은 어둠 속 바보 같은 테이블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세상은 시라는 가느다란 바퀴살이 달린 능욕당한 바퀴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난 술에 취해 여기 앉아 내일 어디서 어떻게 살지 걱정하고 있다. 생각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사람에게 여긴 있을 곳이 못된다. 사람들은 내가 괜찮은 시인이고 글을 꽤 잘 쓴다고 말하며 난 잘 모르는 여자들에게서 향내가 풍기는 편지를 받았지만, 내 이성의 해를 등지고 선 까마귀가 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니 분명 내일은 전당포에 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미친 부적응자이고, 먼지가 날릴 정도로 조용한 캠퍼스 창문에 서서 시를 가르치는 강사는 이 벽들 혹은 사우스할리우드의 집주인들 혹은 랭보나 릴케를 5센트 동전ㅇ보다 하찮게 취급하는 이 동네의 울상인 얼굴들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또 다른 시를 쓰기 위해 거짓을 적으라고 손에게 시키지 않을 거다.

-죽음은 아주 많이 늙었고 삶은 아주 많이 현실적이다.

여섯 개들이 맥주팩을 마시며 시와 처절한 삶에 대해 끼적인 글

-옛날에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고 굶주렸고 아무도 내 글을 출간해 주지 않아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낭비했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좋았다. 햇살이 목과 뒤통수와 손에 닿으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아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파란색 표지 일색으로 꽂혀 있는 엉터리 같은 책들을 봐도 괜찮았다. ... 내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난 어떤 부료에도 속하고싶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짐승 같은 에너지가 날 놀라게 한다.

-난 젊고 방황했다. 지금은 늙었고 방황한다. 도서관에서 세대를 이어 온 지식은 내게 망할 소용이 없었고 세상의 살아 있는 목소리 역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 한 곳으로 끌려갔다. 그곳에 있는 대답과 그곳을 움직이는 힘(아주 미약해 보이는)은 소설, 단편, 시 같은 창의적인 예술의 글쓰기였다. 시가 가장 짧고 달콤하고 충격적인 방식이라고 결정한 지 오래이기에 이성(그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을까?)보다는 애정에 따라 움직여 왔다. 열 줄로 다 말할 수 있는데 뭐 하로 소설을 쓸까? 만 편을 쓸 수 있는데 소설 열 편을 써서 뭐 한담?

만약 와인을 마시고 이렇게 멋있는 단상들을 남길 수만 있다면.

그가 남긴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책 속 글들은 제목만큼 시크하고 멋있는 글들이 참 많다. 후대에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이렇게 사랑하고 부러워할 줄 그는 알았을까? 아마 삶에 대한 부조리와 불합리를 가지고 항상 세상과 대결하듯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미 알고도 남을 것 같기도 하고.

술에 취해 내일을 걱정할지언정, 진실하지 못한 글을 쓸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 그저 그에게는 글을 쓰거나, 글을 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부코스키의 머릿속 단상들을 읽으며 한 줄 한 줄이 소설같고 짦은 문장은 시 같다. 그런데 또 에세이라니?

이단아같은 그의 실제 모습은 글 속에서도 여러번 사람들을 놀리고 놀래키고 당황시키면서도 제 갈길 가게 만드는 것만 같다.

죽음에 관한 그의 시선은 비판적이고 불만투성이이다. 하지만 그 속에 얽혀있는 삶에 대한 예찬과 무엇보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늙은이'(자기 입으로 자신을 부를 때 늙은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늙은이가 아니라 영원히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이같다) 의 모습은 그에게 더 빠질 수 밖에 없는 글의 매력이다.

읽다보면 욕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지만 이렇게 세상과 글과 삶에 대해 욕지거리 해주는 찰스 부코스키의 글이 얼마나 시원하고 명석하고 더 삶을 사랑하게 해주는지!

진정한 살을 오롯이 산 사람만이 술자리에서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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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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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내는 힘이 창의성을 만든다"

-사실 생각해 내기는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했을 때 그것은 '정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여러 번 생각해 내고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때 정보는 '지혜'로 바뀐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생각해 내는 뇌'

-생각해 내기가 주체다.

-축적된 정보를 지혜로 바꾼다.

-사물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본다.

-쉽게 몰입한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모든 것을 가설로 간주한다.

-창조를 지향한다.

-잊어버리면 생각해 내려고 한다.

-싫어하는 일을 의미 있는 일로 바꾼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다.

-주체적으로 배운다.

-답을 자기 안에서 찾는다.

생각해내는 뇌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그 결과 인생을 충실하게 살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내는 힘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동안 기억술에 빠져서 암기하는 법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책, 영드, 영화 모두 재밌게 본 <셜록 홈즈>의 엄청난 기억력, 기억 궁전술부터

<아인슈타인과 문워킹> 책을 읽고 TED까지 여러번 보게 된 기억력 챔피언의 이야기까지. (원래는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기자 출신 저자는 기억력 대회가 있다고?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라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진짜 기억력 챔피언이 되었다!)

장기 기억도 중요하지만 단기 기억력을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건지 지금도 나에겐 꼭 배워보고 싶은 기술이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의 책으로 어떻게하면 우리가 더 창의적이고 몰입하는 뇌를 써먹을 수 있을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우선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겠지만

이 책의 방점, "생각"이다. 그러려먼?

우리는 기억이 아닌, 생각을 해야한다.

저자가 말하는 기억에는 크게 3가지 과정이 있다.

저장하기(기억하기) - 보존하기 - 출력하기(생각해 내기) 인데,

보통 우리는 저장과 보존에만 신경을 쓰고 실제로 생각해내는 아웃풋, 출력하기 단계를 가볍게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만 잘해도 우리는 더 젊게, 더 재밌게, 더 유용하게 뇌를 써먹고 활용하고 살아갈 수 있다.

뇌과학자답게 저자는 뇌의 다양한 기능과 쓰임새를 일상생활과 접목해서 알려준다. 다른 뇌과학책들보다 친근하게 설명해주는데 나는 이런 부분이 다른 책과 다르게 친절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어떤 습관을 지속하거나 미루는 경향은 뇌에 고착화되어 있는 한 부분이며,

아주 작은 (1분, 5분, 단 한번 더!) 넛지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많이 바뀔 수 있다. 이게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십년이 된다면 내 삶은 그만큼 더 주체적이고 재밌는 뇌가 되지 않을까! 믿을 수 있는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뇌 잘 쓰는 법이라니! 중간중간 밑줄긋고 많이 써먹어봐야겠다.

 

 

 

 

 

가소성 있는 뇌

-뇌의 회로는 경험에 의해 매 순간 새롭게 연결된다. 그 연결 방식 중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도 있다. 뇌의 일부가 외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손상을 입어도 또 다른 부위가 재능을 꽃피우기도 한다. 또 어떤 부위가 제 기능을 잃었을 때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를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잠자고 있던 능력이 깨어나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새로운 자신과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을까? 가소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필요한 열쇠는 바로 삶의 의욕이다. 앞 장에서 이야기했듯이 뇌가 '즐겁다', '삶에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뇌에서 보상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의 회로들이 새롭게 연결된다.

이를 '강화 학습'이라고 하며, 이 구조를 통해 숨어 있던 능력이 드러난다. 즉, 삶의 의욕과 기쁨에 의해 뇌의 회로가 새롭게 연결되어 새로운 능력이 나타난다.기쁨이 숨어 있던 또 다른 자신을 고개 내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 내는 힘을 기르는 방법

-생각해 내기는 일상에 여유를 만드는 일이다.

-해야 할 일을 노트에 적거나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고 뇌 속에 저장한다.

-달리기, 걷기, 수면, 입욕 등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처음 해보는 일이나 현실과 정반대되는 일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면 생각이 쉽게 떠오른다.

-세렌디피티는 생각해 내는 힘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무엇이 무엇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게 뇌의 기본 성질이다.

일상에서 생각해 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기감정을 발견한다.

-창피를 감수한다.

-뇌 속에 목록을 저장한다.

-디지털과 거리를 둔다.

-자신에게 질문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다른 세대와 소통한다.

-세렌디피티를 발견한다.

중고등학교때는 학교다니고 공부하기 바빠서 뇌를 잘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렇게 절실히 하지 않았는데

이제 졸업하고 어른이 되다 보니 공부하는 뇌, 성취하는 뇌, 창의적인 뇌에 대한 갈증이 많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은, 오히려 더 좋은 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부터 10년을 꾸준히하면 뭘하든 뭘해도될텐데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를 읽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뇌의 가소성 부분도 기억&생각!에 남는다.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뇌졸중을 겪은 환자가 일시적으로 한쪽 몸이 마비되어 재횔치료를 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때 처음 재활치료하는 동안은 반대쪽 손을 아예 깁스처럼 묶어놓고 쓰지 못하게 했다. 그 이유는 양쪽 손을 다 쓸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뇌의 가소성은 참 똑똑해서 몸의 한 부분을 못쓰게 되면 뇌가 다른 부분을 통해 보상한다.

그래서 만약 한 손이 마비된 사람이 양손을 쓰겠다고 노력해도 나중에는 한손은 아예 못쓰고 움직이는 한 손만 계속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불편하더라도 잘 움직일 수 있는 한 손은 묶어놓고, 잘 되지 않는 다른 손만 쓰도록 재활치료를 진행했더니 나중에는 양손다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치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뇌는 참 신비하고 그 기능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리미트리스라는 말은 우리의 뇌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이런 가소성을 써먹으려면 그동안 하지 않던 일, 새로운 일도 겁먹지 말고 많이 도전해봐야겠다.

내가 잘하던 분야를 계속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재미삼아 하면 뇌도 좋고 기분도 좋고 성취도 들고 그렇다. 일단 삶이 재밌어지니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에서도 '삶의 의욕'을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삶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잠자고 있던 능력이 서서히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쾌한 노년의 영화를 보면 그런 내용들이 많다. 어디론가 우연히 여행을 가거나 한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은 다소 코믹하게 위험을 해쳐나가고 결국 사건은 해결되고 더이상 그 할머니, 할아버지는 연약하고 보호받아야할 존재가 아닌 주체적이고 날렵한! 재밌는 사람과 인생이 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개구쟁이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 피카소처럼 살고 싶다.

<생각하지 않는 뇌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어떻게하면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도 알려주었다.

마치 명상을 하듯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는 기법도 있었고, 디지털디톡스라는 말처럼 전자기기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중요성도 일컬어주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운 경험도 중요시하고 있으며, 세렌디피티라고 우연히 만나는 모든 경험과 순간을 소중히하라는 교훈도 있었다.

스티브잡스의 말처럼 우리는 점과 점을 연결할 뿐이다. 그 점이 어떻게 연결될지는 어떤 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생각하는 순간을 더 감사하게 살면서, 창의적인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비법들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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