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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평점 :
절대 말하지
않을 것 - 캐서린 맥켄지
맥알리스터 가족은 20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캠프 마코’에서. 20년 전 그곳에서 아만다 홈즈가 둔기로 맞은 채로 발견된 뒤, 그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바로 오늘, 부모님이 남긴 유산에
대한 유언을 듣기 위해 맥알리스터들은 모인 것이다.
매년
즐거웠던 캠프에서의 여름은, 아만다 사건 이후 사라졌다. 맥알리스터
가족은 기억 속에 아만다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옆에는 아만다가 존재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비밀스러운 장막을 하나씩 걷는다. 자의든
타의든.
467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질질 끄는 스토리가 이어지기도 하는데,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반대로 읽다가 끊어야 할 때 짜증이 났다.
소설은 아만다와
맥알리스터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교차된다. 같은 일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으로 어떻게 꼬여왔는지와 풀려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각자가 화자이기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어도 감정이입이 잘 되면서 그들의 행동들이 납득이 되다 보니 미웠던 인물들도 어느 순간부터 애처로워 보인다.
지금은 30대가 된 그들은 20년 전엔 어린 10대였다. 그 당시 그들이 옳았다고 판단한 것들을
지금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그때 행했던 행동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정이 있다. 너무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그들은, 생각
역시 다르다.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새롭게 정리된다. 그리고 그 오해들을 천천히 풀어가는 과정 또한 ‘가족’안에서 행해진다. 맥알리스터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가족들을
위한다고 행동했던 어리석은 일들이 함께 흘러가기도 했다.
맥알리스터
가족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인간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주기도 한다. 타인의 속마음을 열어서
본 것도 아니면서, 겉모습만 보고 마음대로 판단하고 그렇게 믿는다. 섣부른 판단은 돌고 돌아 다시 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들은 겪었다.
인물들과 사건, 이야기의 흐름이 모두 좋았다. 대체 누군지 상상하며
빠져드는 책을 읽은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내가 추측했던 인물들은 다 아니었다) 두껍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면 안타까움에 쉽게 놓지 못했다.
읽는 내내 캠프
마코의 전경을 상상하는 것도 정말 좋았다. 끔찍한 사건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맥알리스터의 후회가 더 진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오래간만에 정말
재밌는 심리 스릴러를 읽었다.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가 아닌 따뜻함 속에서도 차가운 이야기. 인물을 타고 타고 들어가야 알게 되는 그날의 진실.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한 글자 한 글자였다. 봄비 내리는 오늘과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읽는 내내 맥알리스터의 장남 ‘라이언’의 모습은 크리스
에반슨이 떠올랐다. ‘나이브즈 아웃’에서의 그 모습. 크리스
에반슨은 몸값이 비싸서 안될지 모른다. 그래서 라이언은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