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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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작년에 국내출간 되었을 때, 하루키의 팬들이 이 책 있는데 또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라며 고민하는 동안에 난 개의치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하루키 덕후인 이웃님이 선물해 주셨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기뻤고 책을 직접 받아보니 초록과 빨강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채대비가 눈길을 끌었다. 이게 다 하루키 본인의 발상이라지.

 

 

때마침, 이 책이 이창동 감독에 의하여 <버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리메이크 영화화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유아인이 남주인 “종수”로 나온다고 한다. 과연 유아인이 와타나베 역할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여주가 둘이 더 필요한데 누가 맡을까? 여러 가지 상념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얼마 전 <비정상 회담>에서 한 진행자가 자신도 이 책을 읽었다면서 야한 장면이 나와 좋았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낸 적 있다.

 

 

야하다면 약간 야할지도. 젖지 않는 욕망. 내 나이 열아홉에 읽었다면 그런 생각도 했을지 모르겠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찾아오는 것처럼 계절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곁눈질 하는 일 없이 묵묵히 앞만 보면서 꾸역꾸역 읽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해버린 와타나베라는 마음의 구덩이에 깊게 빠져서 한동안 헤어 나오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밤의 피크닉>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합체 했을 때 향기 난다.

 

 

이제는 괜찮지만 그가 새로운 평행관계에 적응했을지. 미도리도 괜찮다. 잘 사겨라.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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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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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괴담의 테이프>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작가다 보니 신작이 나올 때 마다 가급적이면 놓치지 않고 읽으려 하는 편이다. 다들 표지 속의 노란 우비여인이 무섭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건가 싶어서 일부러 밤에 맞춰 눈 맞춤을 해보곤 한다. 자꾸자꾸 들여다봐서 그런지 친근하고 귀엽게 보이기까지 하는데 아마도 웃고 있어서 그런가?

 

 

그런 기분을 염두에 두고 읽다 보면 특유의 호러적 요소는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추리적 요소가 희석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원래 미쓰다 신조는 호러에 민속학, 미스터리가 짬뽕되어 국물이 걸죽할 때에만 그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데 배합이 불균형을 이루면 살짝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여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는 부정하면 안 되겠지.

 

 

이 소설의 서장과 종장, 막간 등은 작가와 편집자 간의 출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머지는 6편의 호러 단편들로 구성되어 전개된다. 첫 번째 단편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은 자살직전의 상황을 녹음한 테이프에 관한 이야기로서 도대체 이 테이프를 어떤 경위로 입수했는지 설명이 없어 궁금하기도 하는데 정체를 알 길 없는 어떤 위화감이 공포스럽다. 가장 돋보이는 단편.

 

 

“빈 집을 지키던 밤”은 빈 집 수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맞닥뜨리게 된 어떤 것에는 전형적인 미쓰다 신조식의 괴담 형식(결국 공포체험에 대한 위로비가 된)이 들어 있고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의 경우, 미쓰다 신조의 호러에는 어떤 순간에 특정한 말이 반복되는 일이 있다. 처음엔 무심코 흘려듣다 계속되면 압박이 전해지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정신 안 차리면 당하게 된다. 뭐 이런 식이다. 다른 패턴에 비해서 여전히 오싹하게 느껴지는 패턴이다.

 

 

그 밖의 다른 단편들에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또는 일본 호러미스터리 등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름의 한자의 뜻을 응용한 트릭이 여전히 등장하는데 이만하면 식상할 때도 되었다.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가 없으니.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미쓰다 신조의 소설을 밤늦게 읽고 잠이 들었을 때는 꿈속에서 누워있는 나를 천정에서 내려다보는 여인의 얼굴이 나타난 적도 있었지. 머리 짧은 여인이 미소 짓기에따라 미소 지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신조님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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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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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의 제목이 <우행록>이었으니 개정판의 제목을 <어리석은 자의 기록>으로 풀어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책 속의 진실에 근접하고자 줄거리를 살펴본다면 도쿄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서 단란하게 살던 일가족 네 명이 모두 참살되는 끔찍한 사건이 들어 있다. 단순히 금전을 노린 강도사건을 치부하기엔 너무나 잔혹했고 그 누구도 범인의 정체는 물론이거니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진짜 까닭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시시각각 세간의 기억에서 지워져가던 중에, 한 르포라이터가 피해자의 여섯 지인을 대상으로 인터뷰 형식의 취재에 나선다. 그 사람들은 평소 어떠했나요? 원한 살만한 일은 없었을까요?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증언은 쌓인다. 취재대상을 어떻게 선별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르포라이터의 관점은 완전 배재된, 그들의 증언에 조금씩 귀를 쫑긋 세우면서 혹시라도 피해자에 대한 사소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서.

 

 

가장 먼저 인터뷰한 동네 아줌마는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서 그런지 상당히 호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크게 문제 삼을만한 거리는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다른 사람이다, 죽은 부부의 지인들, 즉 요리교실 친구, 회사동료, 대학동기, 동아리 친구, 대학 선배의 순서인데 역시 피해자들에 대하여 남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세세히 알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정도의 정보가 나오는 것 같더니 어느새 피해자들의 위선과 기만적 처신들이 술술 터져 나온다.

 

 

살아 있을 순간에는 결코 듣지 못할, 한 사람이 죽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듣게 되는 평판이란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웃고 대해 주었으나 속으로 남들이 품었을 악의, 불만, 시기와 질투는 기왕 죽어버렸으니 이제 막 까발려져도 되는 것일까? 죽은 자의 어리석은 행동이 마땅히 죽었어도 될 이유인지,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어느 소녀인 듯한 화자의 시점은 이번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을 뭉게구름처럼 피워 올리더니 결말에 와서야 드러나는 진실은 놀랍다. 이 세상을 온전히 산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제 아무리 처신을 잘하려 애를 써도 칼날은 어리석음을 행하기 마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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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ㅣ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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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으신 분들의 평에 의하면 신감각 액션스릴러라고도 하고 일본 애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 비교되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물론 <패트레이버>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기종은 파워수트 타입이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기룡경찰>에 등장하는 2족 보행 기갑병장은 탑승한 조종자의 척수와 연결되어 병기가 운용되는 생체인식기능이 탑재된 것이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 

 

이 같은 2족 보행 기갑병장이 보편화 된 근 미래. 도심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들이 범죄자들이 탑승한 2족 보행 기갑병장의 난동에 맞서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여론은 들끓고 경시청은 산하에 기갑 SAT 부대와는 별개로 업그레이드 된 2족 보행 기갑병장 특수부대를 창설하여 사태를 수습하고자 한다. 특수부대를 바라보는 경찰 내 시각은 굉장히 부정적인데다 반감이 심하다. 돈과 빠른 승진만을 좇아 뛰쳐나간 이단아 최급을 받는 터라 사건수사에 비협조와 노골적인 왕따는 일상화 되었으니 내부갈등은 심화된다. 

 

 

 

 

 

특수부의 지휘관 오키쓰 경시장, 스가타 도시유키 경부, 유리 오즈노프 경부, 라이저 라드너 경부, 스즈이시 미도리 경부보가 부서의 핵심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맨 왼쪽이 미도리, 맨 오른쪽이 라드너... 두 사람은 여자이고 유리와 라드너는 금발의 백인이라는 다국적 인물로 편성되어 있어서 각기 개성도 캐릭터들도 색다르다.

 

 

앞서 언급했던 정체불명의 기갑병장의 난동과 희생자 발생, 이들은 모두 아사아계 외국인들로 밝혀지는데 범인들이 운용하는 기갑병장 흡고블린의 위용은 막강해서 SAT 부대로 맞서기에는 역부족인지라 결국 모두가 미워하는 특수팀의 기갑병장 드래군 3기가 출동하여 적들과 일진일퇴의 근접 접투를 치르게 된다. 그 상황묘사가 실로 박진감 넘쳤다. 글로 설명되고 있어도 눈앞에서 각종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병기들 간의 치고받고 싸우는 백병전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어 숨 막히는 액션 스릴러를 체험케 한다. 너무나도 아슬아슬한 순간순간들. 잠시도 눈 뗄 수가 없더라.

 

 

특수팀 요원들의 사연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의 소유자 오키쓰에 과거 기갑병장을 타고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던 스가타, 러시아 경찰 출신 유리, 테러리스트 출신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걸크러시 라드너,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희생당해 라드너를 경계하는 미도리까지 하나하나의 사연들을 뜯어보자면 무척 재미지네.

 

 

이미 <기룡경찰> 시리즈는 일본SF대상 수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랭킹에도 올랐으며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인기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니 시리즈의 후속작이 정말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이면서도 치열한 경찰조직내의 암투를 어떻게 극복하여 최첨단 테러에 맞서 싸우게 될지 특수팀의 활약을 어서 다시 만나고 싶다. 장르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하지 않을까? 종횡무진 매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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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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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범죄도 사업인 시절이 도래했다. 일본 유괴사업이 원년을 맞이할 거라며 호언장담 하는 남자 아와노의 진두지휘 아래 모 기업의 젊은 사장과 아들이 각각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은 범죄적 측면에선 새로운 시도이다. 지금까지의 유괴는 아이를 납치하여 부모에게 전화한 후 몸값을 모처에서 넘겨받고 아이를 풀어준다는 식이었지만 동시 납치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니 그러고 보니 그렉 아일즈의 <24시간>도 이와 유사했다. 아이와 아버지, 엄마를 각각 납치하여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끔 원천봉쇄한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고이 잠들라”의 영어식 표현 “Rest In Peace”의 약자인 “RIP”이 결합된 “RIP MAN”이 “Rest In Peace”을 읊조리는 순간은 확실히 공기가 달라진다. 단순히 한탕 치기만이 목적이 아닌 듯 범죄를 설계하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었을 때 쾌감이 커지는 이 남자가 끊임없이 동조해 줄 것을 부추겨 마침내 실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미련없다면 그 즉시 프로젝트를 와해시켜 버리는 시니컬한 립맨과 전편에서 배드맨 사건을 TV를 통한 공개수사로 전환해 유명세를 떨친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사의 대결은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게임의 진수였다. 그렇다면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보는 법이라고 서로에게 자극과 오기를 남겼으니 독자들은 이 순간이 즐겁지 않을까?

 

 

결국 도모키 형제는 립맨의 혈액순환에 있어서 림프구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건실하게 살고 싶었던 청년의 꿈이 산산조각 났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달콤한 꾐에 빠지는 길뿐이겠다. 그 숨고르기를 흩뜨려 버리는 립맨의 교묘한 술책은 제3권을 예고한다. 이 대결의 끝은 어떤 파장을 낳을까, 한가한데 할 일이 없으면 지루하다는 립맨의 야망을 어서 매조지 해 주기를,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남겨주기를 바란다. 기다려보겠다. 최상의 엔딩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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