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1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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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식 수용의 기준은 그 지식이 얼마나 경제적인 효용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들은 지식을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다보니 각자의 기준에 따라 평가 절하되는 가치는 무관심으로 외면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한번쯤 성찰을 시간을 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EBS <지식채널 e>이다. 2005년부터 방송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고 있는데 "e"를 키워드로 과학(Science), 자연(Nature), 사회(Society), 경제(Economy), 인물(People) 등 각 분야별로 5분 이내의 짧은 시간동안 영상과 메시지를 통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를 제공한다.

 

사실 나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서점에서 동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더욱 인지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TV를 흔히 바보상자라고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단지 오락적인 기능으로서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무겁고 골치 아픈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고 공중파 방송에서는 시청률을 의식한 프로그램 편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동 프로그램 같은 형식은 EBS 같은 방송에서나 편성 가능한 프로그램일 것이다.

 

책을 먼저 접하여 호기심은 발동하였으나 아직 정식 방송은 시청하지 못하였다. 리모컨 선택권을 쥔 아내는 여전히 드라마에 목숨을 걸어서 시청권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각 인터넷을 통하여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도 접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영상을 감상하지 못했지만 일부 감상한 영상을 통해서 그간 경제적 가치에 가려 이면에 가려진 어둡고 불편한 진실을 무관심으로 방치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커피 한잔의 이야기, 햄버거 커넥션, 축구공 경제학, 혐연권과 끽연권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면서 지나치기 쉬운 소재를 다루는데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낡은 과거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주제를 논하는 데 있어서 언급된 각종 통계수치도 과거의 것으로 현재는 당시와는또 다른 수치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근본적인 핵심은 변화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눈앞의 가치에 몰두하여 잊기 쉬운 아픈 이면을 조명하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그 주장을 반대하는 기타 의견들도 빠뜨리지 않고 다룸으로서 시각의 균형을 최대한 맞추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결국 결론은 우리가 웃고 즐기는 가운데 누군가는 불이익과 희생을 감수한 가운데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知識이 아니라 智識이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위해서 잊지 말아야할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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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디셉션 ㅣ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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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이히의 스파이 스릴러 <룰스 오브 디셉션>은 일단 붉은 하드카버에 나비 한마리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잡는다. 이 나비는 추측건대 '파필리오 파노프테스' 일 터, '모든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두에 날개가 샛노란 바탕과 대조를 이루는 검은 색 격자무늬를 띄고 있는 나비가 설명되니까.....

 

전문 산악인이자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의 외과의사인 조나단 랜섬은 아내 엠마와 함께 알프스를 오르다 아내가 까마득한 크레바스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겪고 구조요청을 하러 하산했다가 돌아오니 아내는 이미 시체로 발견된다.

 

혼자 돌아온 호텔에서 아내 앞으로 배달된 수하물 보관증을 받고 기차역에서 수하물을 찾아오던 랜섬은 경찰들로부터 갑작스런 공격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긴다. 경찰을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데다가 킬러의 추격까지 받게 된 랜섬.

 

그는 절친한 이웃인 시몬느의 도움을 얻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면서 아내가 비밀 스파이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된다. 

 

스위스를 배경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빚어진 핵무기 보유와 타격, 종교적 논리와 권력선점의 우위를 이유로 전쟁을 의도적으로 발발시키려는 세력들의 음모가 1800만 독자의 숨을 멎게 만든 스파이 스릴러의 본류라는 극찬 속에 스피디하고 박력있게 잘 그려지고 있다.

 

그것은 조나단 랜섬과 스위스 SAP(정보분석보안국)의 마르커스 폰 다니켄의 시각에서 벌어지던 이야기의 줄기가 마침내 음모와 기만의 근원지에서 모두 만나게 되면서 무고한 인명에 대한 살상을 저지하기 위한 고군분투로 종결되면서 스파이 스릴러 애호가들의 구미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의 티라면 앞서 읽었던 스파이스릴러들에서 보듯 이스라엘과 주위의 중동국가들을 이분법적인 선악관계로 구분하는 것을 지적할 수 있는데 소재의 한계와 더불어 불편한 시각은 피해갈 수 없었다. 

 

자! 결론은 더 거대한 음모가 이어진다는 후속편 <룰스 오브 벤전스>에서 전편의 일부 부족했던 점이 어느정도 상쇄되리라 기대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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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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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어머니를 죽인 자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크라임 스릴러의 진정한 마스터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제4탄 <라스트 코요테>. 살해되었던 어머니의 과거와 배후를 추적하는 해리 보슈의 가슴먹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사인 파운즈 반장을 폭행한 괘씸죄로 엮여 해리 보슈는 조직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후, 정신과 상담 명령을 받고 카르멘 히노조스 박사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계속적인 불안과 분노로 주위로부터 배척당하기까지 하던 보슈는 마침내 그동안 숙제로 남겨두었던 미결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그것은 30년 전 할리우드의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어머니, 매춘부 마저리 로우의 살해범을 알아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된 것.

 

 

 

비밀리에 어머니의 살해와 관련된 옛 문서들을 조사하던 중 당시 수사관 중 한 명이 수사 서류 일부분을 훔쳐냈다는 걸 알게 된 해리 보슈는 수사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되고, 어머니와 연관된 주변인물들에게 숨겨진 의혹이 있음을 알게 된다.

 

<라스트 코요태>는 내가 해리 보슈를 처음으로 만났던 작품으로,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에 대한 파악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요, 보슈의 성장과정을 통해 그의 아픈 개인사를 잘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올해 최고의 스릴러를 선정하는 모 카페 투표에서 그의 전작인 <콘크리트 블론드>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구조에 반해 투표하기는 했지만 이 작품은 처음 읽었을 당시와는 달리 무엇인가 가슴을 싸하게 만드는 애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살인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던 보슈가 그를 모욕하는 동료경찰에 분노하는 대목이다.

 

단 한 차례의 폭발적인 동작으로 보슈는 테이블을 왈칵 떠밀어 눈 깜짝할 사이에 브로크먼을 사정없이 박아버렸다. 미끄러져 나간 테이블이 그의 가슴을 후려치자 앉아 있던 의자가 벽 쪽으로 기울어졌다. 보슈는 테이블을 두 손으로 밀어 브로크먼이 벽에 꼭 끼어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중략)... 젊은이의 주먹을 살짝 피한 보슈는 그를 회의실 구석에 있는 야자나무 화분 위로 던져버렸다. - 본문 중에서 -

                                                                                                                                                 

아니 인상적인 정도가 아니라 현장의 폭발적인 박력에 압도되어 일순 숨 조차 멈춰버렸고 눈을 부릅뜬 채 읽어내려갔다. 무시무시한 우리 보슈! 그가 얼마나 열받았는지 알려주는 생생한 묘사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보슈를 끊임없이 번뇌하게 만든 어머니 살해범은 뜻밖의 인물이었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어머니 마저린 로우가 어린 보슈를 얼마나 사랑했는가 하는 설명에선 아! 그 애틋한 모성애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게 소리없는 눈물이 적신다.

 

이것이 우리시대의 마지막 코요테 해리 보슈!! 폭발적 플롯,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통찰력과 애수의 하드보일드 스릴러라는 표지문구대로다.  우리가 해리 보슈 시리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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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노웨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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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노웨어’라는 말은 ‘사이버스페이스’를 대체하는 용어로서 달리 ‘기계 세계’라고도 불리는 컴퓨터 세계를 의미했다. ‘블루(blue)’는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전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노웨어(nowhere)’는 그것이 실체가 없는 장소라는 것을 의미했다. (본문 중에서)

 

 

<블루 노웨어>는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크라임 스릴러의 마스터 제프리 디버의 스탠드 얼론이다. 제프리 디버는 흔히 링컨 라임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탠드 얼론들도 나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중에 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호신술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소위 유명인으로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다가와서 친구의 남편이라며 그녀를 주차장으로 데려가는데.... 함정이었던 것,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되는 그녀.

 

그녀는 코드네임 페이트라는 해커로부터 살해당한 것이다. 자신만의 가상세계에서 희생자들의 컴퓨터에 침투해 정보를 얻고, 직접 찾아서 제거함으로서 마치 게임을 하듯 즐기는 페이트의 연쇄 살인행각에 경찰은 해킹죄로 수감되어 있던 와이어트 질레트를 가석방하기로 한다.

 

질레트의 해커 능력을 이용하여 페이트를 잡기위한 수사를 진행하지만 페이트의 신출귀몰한 해커 능력에 살인피해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얼마 전에 읽었던 <엣지>가 생각났다. <엣지>에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링커 라임이 안 나오는 점 외에 또 한 가지, 양치기 코르트와 캘꾼 러빙의 대결은 시종일관 박빙의 승부를 벌이지만 코르트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 라임 시리즈가 뛰어난 것은 라임의 시점과 범인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서 패를 쥔 독자들로 하여금 종착역에 도달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결말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일 거다.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보다보면 주인공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가다 보니 범인검거가 되더라는 일방통행의 케이스가 되기 때문에 범인의 대응방안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승부의 추가 균형을 이루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런 점에서 예전 작이지만 <블루 노웨어>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시점 교차가 훌륭하게 대비되고 있어 폭탄의 시계가 똑딱거리듯 하는 스릴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뛰어난 반전은 기본.

 

비록 컴퓨터와 관련된 용어가 생소한 부분이 많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즐기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히 뛰어나며, 책장을 덮고 나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누군가가 해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인터넷 접속 순간이 일순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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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3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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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보슈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어둠 속에 앉아 색소폰 연주를 듣고 있던 중이었다. 자정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살인사건이라고 했다.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인 해리 보슈에게 사건이 넘겨졌는데 이상했다. 피해자는 마치 사형을 집행당한 것처럼 뒤 통수에 총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요즘시대에 처형이라니, 일단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해리 보슈는 새 파트너에게 전화를 건 뒤 먼저 현장에 출동한다.

 

에코파크 사건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그의 나이 56세. 당시 사건은 좋은 방향으로 무마되어 정리되었고 그 와중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 여인과의 결별이었다. 우선 파트너였던 키즈민 라이더는 부상에서 회복된 후 행정업무로 직종을 바꾸며 보슈와 결별했으며 FBI 요원 레이첼 월링에게 사건 수사의 도움을 청하면서 둘 사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뻔 했으나 갈등만 빚으며 안 좋게 헤어졌었다. 특히 레이첼 월링과는 로맨스가 시작되려나 싶더니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가능성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는데 뜻밖에도 이번 살인사건 현장에 레이첼 월링이 다시 나타나자 해리 보슈의 마음은 많이 흔들린다.

 

혹시나? 하지만 그녀는 말수도 줄여가며 고개 돌려 그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데 앙금이 상당하다. 그동안 한시라도 그녈 잊은 적이 없는데 냉랭한 그녀를 대하는 것이 해리 보슈는 어색하기도 하고 심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공조수사라니... FBI는 왜 한 남자가 살해된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스탠리 켄트라는 이름의 피해자가 의학물리학자로서 방사능물질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던 것 때문이다. 스탠리 켄트와 그의 아내는 괴한으로부터 협박을 받았으며 세슘이라는 위험한 물질을 무단 반출해 사라졌던 스탠리 켄트는 시체로 발견되었지만 세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알길 없다.

 

 단서나 징후는 이제 대규모 테러를 의심하고 있다. 이제 레이첼 월링과 FBI는 세슘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데 해리 보슈의 촉은 살인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해리 보슈는 직감에 수사를 내맡겨서 공식절차나 규칙 등을 무시해가며 밀고 나가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빚으며 수시로 충돌하고 때론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지기에 역시 해리 보슈란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경찰과 FBI는 수사공조에서 영역과 권한에 따른 자존심문제로 원만한 관계가 아닌데 해리 보슈는 보란 듯이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사명감에 투철할 뿐이다. 이런 점 때문에 레이첼 월링은 해리 보슈와 더욱 삐걱거렸으며 과거는 추억으로 사라지나 했다. 제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깨달으라며 다그치는 레이첼 월링의 엄중한 경고에 해리 보슈도 이번만큼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시인한다.

 

그 순간만큼은 아쉬웠다. 독불 장군 같은 해리 보슈의 신념이 언제나 옳다고 믿었었는데 결국에는 백기를 들고 마나 싶어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꿈틀했으니까. 그런데 해리 보슈는 역시나 옳았다. 인간이 가진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데 성공했다. 911테러 이후 신경과민에 빠진 미국 전체가 대동단결하여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 그만은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다. 노련한 형사라면 사건 현장에 남겨진 흔적들에서 보이는 것들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그 무엇도 발견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 첨단기기와 문명이 동원된 디지털 세계와는 동 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해리 보슈라 때때로 무안한 경우도 많이 겪게 되지만 인간이 개입된 아날로그적 세계에서만큼은 결코 사소한 틈이라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목대로 간과한 단서를 밝혀내는 그 예리함이란,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번번이 감탄한다. 동기 없는 범죄란 있을 수 없다는 믿음, 예외로 남을 뻔 했던 이번 살인사건의 동기에 처음엔 곤혹스러워했던 해리 보슈가 결국 손바닥에 그 동기를 올려놓고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들이 생동감 있는데다 단단하고 저돌적인 느낌이어서 통쾌했다. 

 

그러면서 향후 해리 보슈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가 궁금해진다. 잠깐 목소리만으로 출연한 전 파트너 키즈민 라이더는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고 다시는 못 보는 것일까 노심초사하게 만들며 벌써부터 그립다. 야무지게 똑 부러진 라이더에 반해 새 파트너 이그나시오 페라스는 이 정글 같은 현장에서 제대로 버텨낼지 걱정될 정도로 아직 어설프고 고지식해서 해리 보슈와 파트너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많이 시끄러울 것 같다. 그 점을 의식한 것인지 마이클 코넬리는 이 햇병아리 신참에게 인생경험과 수사경험을 제대로 가르칠 스승의 역할을 해리 보슈에게 맡길 의향임을 작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어서 향후 시리즈에서 눈여겨볼만한 잔재미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작품으로 세 번째 등장해 해리 보슈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레이첼 월링은 지금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몇 차례 반복했던 해리 보슈의 연애사에 있어서도 별거 중인 엘레노어 위시 이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토닥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알 듯 모를 듯 분홍빛 기류를 살포시 띄우기에 도저히 안 맞는 사이 같아 보이다가 어느 순간은 예측할 수 없는 사이로 달리 보인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종착역이 어디쯤일지 미스터리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이클 코넬리의 의중에 달려있다고 보아야겠는데 작가 인터뷰를 보면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하니 상상만으로 가늠해보아야겠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해리 보슈를 노리는 공격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가령 전 경찰국장 어빙이라든지.... 때문에 만사불여 튼튼이라고 했는데 해리 보슈는 과연 위기상황이 닥쳐서도 지금처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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