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랫동안 이 신작의 국내출간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작년 3월 출간예정에서 6월로, 다시 12월로 딜레이되더니 마침내 해가 바뀌어 이렇게 공개되니 감개무량할 지경입니다.  이쪽 세계에서 공저로서는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자랑하는 이 시리즈는 한 번 재미를 들이면 발을 끊기 힘든 이색적인 개성이 가득한 액션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2년만에 만나는 우리의 괴짜남 펜더개스트는 여전히 엉뚱발랄한 행보로 밀실살인에 얽힌 미스터리를 쉼 없는 팀플레이로 해결하고 있어 엔터테인먼트적 스릴러에 더없이 충실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롱아일랜드 주 사우스샘프턴의 한 저택에서 유명한 미술평론가인 제레미 그로브가 기이한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외부로부터 침입흔적은 없고 밀폐된 실내는 유황(제목인 브림스톤의 의미) 냄새에 말발굽 모양의 그을음과 인체 내부로부터 자연발화가 발생되어 사망한 것입니다. 그밖의 어떤 곳에서도 일체의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을 두고 대중들 사이에서 악마와 계약하고 영혼까지 판 흑마술의 저주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됩니다. 사건현장에 투입된 다고스타 경사는 과거 뉴욕 경찰서 강력부 부서장 출신으로 지금은 지역 경찰서의 경사라는 한직으로 복귀한 참인데 때마침 현장을 수상쩍게 어슬렁거리는 이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내쫗으려 하지만 그 남자는 FBI 특별수사관 펜더개스트였습니다. 

 

그들은 구면으로 같이 일했던 적이 있는데 우연을 가장하고 사건을 수사하러온 온 펜더와 다고스타는 다시 한 팀이 되어 이 괴이한 사건을 맡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방식의 밀실살인이 2건이 추가로 발생되고 점차 세상은 종말론으로 흉흉해지면서 무지몽매한 선민들을 군중심리로 선동시켜 메시아가 되겠다는 얼빠진 목사까지 가세해 치안질서의 위협마저 받게 됩니다. 혼란의 와중에서도 연쇄 밀실살인의 단서를 추적하던 팬더개스트 일행은 수사항뱡을 이탈리아로 확대해 살인피해자들 사이에 모종의 연계와 흑막이 있음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자연발화 현상에 숨겨진 트릭과 연쇄살인의 동기, 결정적으로 범인의 실체까지, 이 모두는 이들을 죽음의 수렁으로 내몰면서 정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네요. 

 

FBI 수사관 펜더개스트는 알다시피한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이라고 할 만큼 역사, 대중예술을 비롯한 인류문화의 집대성이라고 할만한 다양한 지식들을 꿰고 있는 또다른 의미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도 지식을 활용한 수사는 불필요한 지식의 나열이거나 잘난 척, 똑똑한 척이 아니라 통상의 범위를 벗어난 괴이에 대한 단서와 사건해결에 중요한 무기가 되죠.

 

외부적 원인없이 인체 내부에서의 자연발화 현상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싶어하는 맹점을 이용한 범인이 있는데요. 과학적 해석이 가능한 트릭을 악마의 저주로 둔갑시키고자 했던 의도가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남다른 펜더개스트는 불가해한 현상을 불가해한 현실로 단정짓지 않는 열린 발상을 가지고 진실을 밝혀냈으니 완전범죄는 그의 끈기 앞에 무릎꿇었다고 봐야겠죠.

 

'그대는 절망의 도시에 살고 있다.

 내 눈에는 죽어 가는 그대의 모습이 보인다.

 그대는 곧 무덤보다 낮은 곳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불과 유황이 타오르는 그곳에 파묻힐 것이다.

 그러니 선한 이웃이여!

 이제 그만 만족하고 나와 함께 가자.'

 

또한, 자신의 현실을 망각하여 혹세무민하는 벅 목사를 보면서 항상 난세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악용하거나 자신이 세상을 구할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식의 망상에 빠진 혹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사는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삶의 형태면서 "너 자신을 알라."는 식의 교훈이 담겨있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중심부의 이야기와는 별개의 소소한 읽을거리입니다. 그리고 시리즈 속의 시리즈 "디오게네스 3부작"의 출발점답게 도전장을 보내서 친형인 펜더개스트와의 전쟁을 선포한 동생 디오게네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가 최악의 범죄를 저지를 것을 예감한 펜더는 상대가 가족이라는 사실이 무거운 중압감이 되어 이번 사건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도 디오게네스와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드러나 그가 등장하는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절로 상승되기도 합니다. 진정한 전쟁은 이제 서막을 열었을지도 모를... 거대한 광기의 폭풍전야에 긴장감은 미리 고조되는 듯 합니다. 속칭 "형제의 난"이 어떠한 혈겁을 불러일으킬지 단기간내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막을 연 이번 작품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군요.

 

솔직히 펜더개스트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중에서는 <브림스톤>을 보시고 두께의 위엄에 감탄 내지 미리 겁을 내시는 분들도 있으신 걸로 압니다만 <레오파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슬림한 편입니다. <레오파드>를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엄청난 두께의 압박에도 쿨하게 흥미를 끌었던 해리 홀레 형사의 활약에 지루할 틈을 최소화한 채 재미 만점이셨을줄 압니다. <브림 스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면 그건 거짓말일테고요. 중반까지는 몰입하면 읽었지만 이후는 가끔씩 놓치는 부분들도 있었던 건 사실인데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정말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힘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펜더개스트야 말할 것도 없고 다고스타 경사와 악당들 모두 섬세한 감성으로 익살과 함께 공간을 초월한 스피디한 전개, 중세 비밀결사조직 같은 댄 브라운 식 스릴(이건 진짜임)로 이끌나가는 이야기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고를 선사합니다. 감히 올해 읽은 스릴러 중 대중적 즐거움은 절대적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와 책상 앞에 앉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겁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래도 펜더개스트!!!

 

"어머 이건 사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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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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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민속신앙에 있어 지장은 수행승의 모습을 하고 여행객이나 어린아이를 지킨다고 하며 육아지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마을 어귀의 지장보살님은 언제나 방글방글 웃고 계시네." 라는 동요가 있을 정도로 지장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누구라도 거리낌없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속화된 이미지라고 합니다. 그렇게 지장은 아이들을 매우 좋아한다고 하여  일본 곳곳에 많이 세워져 있는데 지장 동요의 노랫말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은 일본적이면서도 아름다움 마저 느끼게하는 매력적인 소재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미스터리와 민속학적 호러의 결합은 미쓰다 신조의 장기이자 단순히 괴이현상을 보여주어 공포의 극대화를 강조하는 밑그림의 역할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즐기고, 진짜 의미와 감춰진 진실을 들추어 합리적인 해석을 가능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요. 철저한 자료수집과 추리적 검증을 통해 괴이현상을 저주가 아닌 자연적 현상과 인위적인 개입이 원인인 것으로 설득하지만 끝내 논리적 도출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그것은 사건의 핵심을 비껴간 괴이, 그 자체로 인정하고 만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불가하게 만듭니다.

 

여기에는 상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인간내면의 부조리한 의식구조가 끼어들면 추론의 한계가 확장되면서 '뜻밖'이라는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도조 겐야는 단번에 이 사람이 범인이다고 지목하는 대신 의심스러운 인물이든, 그 범주에 벗어난 인물이든 상관없이 모두 용의 선상에 일단 올려놓고 최소한의 의심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다시 반론을 펼쳐 한 명씩 용의 선상에서 차례차례 지워나가고 남는 최후의 1인이 결국 범인일 수밖에 없다는 가설을 제시하는 것이죠. 그래서 범인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처음 나올 경우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되리라는 필연이 예상되기에 마지막 페이지에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상당했던 것 같네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인간의 이지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그렇다고 안이하게 불가해한 현상을 불가해한 현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한심하다." 

 

부름산에서 일어난 괴이. 즉, 이리저리 날아드는 도깨비불, 갓난아기의 섬찟한 울음소리, 자신을 부르는 산마의 소리, 여섯 개의 무덤굴, 그 무덤 중에서 나온 손과 기분나쁜 웃음소리까지... 이 모든 현상들에 대한 겐야의 조사는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결말로 각각 정리되면서 안도의 한숨이 소름끼치는 여운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왜 호러가 이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죠. 

 

여섯지장의 동요대로 차례차례 전개되는 연쇄살인의 배경이나 동기는 일반적으로 예상하게 되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원한이 아니라 사소한 발단으로도 이 같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을 불길한 존재로 경계하게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만이 낼 수 있는 최후의 웃음소리는 실제로 귓가에 쟁쟁 울리는 착각이 들만큼 모골이 송연하고 가슴 한 켠에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두려움의 결정체입니다. 새삼 인간의 자존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겠지요. 

 

가끔씩 추리소설은 이제 한계라는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은 적이 있는데요. 이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러의 무대가 순간순간 펼쳐지는 와중에 틈틈히 선보이는 본격미스터리의 진수가 트릭과 반전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면 세상에는 아직도 참으로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는 게 있다는 걸 다시 믿게합니다. 산마가 나타나듯 툭툭 튀어나오는 기괴함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도조 겐야식 특제소스라 그 맛은 얼얼하면서 외면하지는 못 할것 같아서요. 그래, 호평받아 마땅한 추리소설이란 이런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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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2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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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수에 담긴 의미는 가장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원한의 대상을 살해하고는 목을 쳐 몸과 머리를 분리해 혼과 몸이 같이 있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영원히 준다는 상징적인 형벌로 기억됩니다. 그렇지만 참수를 한 후 효시를 한다는 것은 일벌백계의 교훈을 한다는 의미외에도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별도의 해석이 가능한 행위가 있을 겁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최후의 사건인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도 일반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개인만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주술적인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 이 소설은 먼저 호겐 가문과 이가라시 가문의 복잡 미묘한 가계도를 파악해야만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의 내막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보는데요, 몇번씩 봐도 헷갈리는데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이탈한 기이한 혈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 듣다보면 분명 홀대받은 가족구성원의 원한 사무친 절규와 한탄을 뒤끝처럼 만나게 되리란 예상을 하게 됩니다. 병원 고개의 집에서 목 매달아 죽은 이는 그래서 더욱 가여웠을 겁니다. 인간도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란 유전자가 있을 터이고 그것은 가족이라는 공식적인 경로로 탄생되지만 배덕이라는 의외성에 순간 혹하다보면 계획에도 없는 숨겨진 관계를 만들고야 맙니다. 

 

지금은 여권신장이 눈부신 시대니까 공공연하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때에는 남자들의 축첩은 어쩌면 당연시되던 세상이니 정부인과 후처, 적자와 서자 간의 갈등, 불화에 얽인 사건들은 일본추리소설에서는 단골로 사용되는 소재일겁니다. 그렇다면 큰 틀에서 본다면 이 소설에서의 살인사건의 범인내지 동기 등은 그리 크게 어려운 숙제가 아닙니다.

 

분명히 목 매달아 죽은 이도 목이 잘린 이도 모두 기구한 운명이고 연쇄살인의 희생양들도 알고보면 혈겁을 피해갈 수도 있었던 운명들입니다. 트릭이라고 할만한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관에서 추락해 죽은 사람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점이며 완벽한 알리바이로 교묘히 위장된 살해방법, 딱 한가지가 있겠네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트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단순하면서도 참신성이 돋보이는 시도였습니다. 

 

범인이란 것도 범행동기라는 것도 결국 마지막에 상세히 설명되기에 굳이 눈치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통하고 분하다는 탄식이 생기지 않는 것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랑 크게 차이없다고 착각될 정도로 이해타당한 대목들입니다. 그렇다면 한  권 정도의 분량으로도 끝낼 수 있었던 사건을 20년후에야 해결하게 된 데에는 어떠한 의도가 있을까요? 우선은 낡은 인습의 횡행이 현대에 이르러서 시대의 단절을 맞이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적 소요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명탐정의 은퇴식을 준비하기 위한 노림수에 있다고 저만의 판단을 내려보았습니다. 그

 

것은 어차피 중요한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말년에는 쓸쓸한 회한이 남으면서 예전같지 않은 이야기의 한계와 노화도 대면하게 되기에 계속 추리소설을 이대로 읽어나갈수나 있을까라는 염려가 읽는 이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니깐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마지막은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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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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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 오늘 밤 이 시각에

  너희는 이 잘린 머리와 재회했다.

  앞으로 너희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으리라.

  너희는 저주받고 있다.

  너희는 저주받고 있다."

 

참수에 담긴 의미는 가장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원한의 대상을 살해하고는 목을 쳐 몸과 머리를 분리해 혼과 몸이 같이 있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영원히 준다는 상징적인 형벌로 기억됩니다. 그렇지만 참수를 한 후 효시를 한다는 것은 일벌백계의 교훈을 한다는 의미외에도 일본 추리소설에서는 별도의 해석이 가능한 행위가 있을 겁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최후의 사건인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도 일반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개인만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주술적인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 이 소설은 먼저 호겐 가문과 이가라시 가문의 복잡 미묘한 가계도를 파악해야만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의 내막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보는데요, 몇번씩 봐도 헷갈리는데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이탈한 기이한 혈연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 듣다보면 분명 홀대받은 가족구성원의 원한 사무친 절규와 한탄을 뒤끝처럼 만나게 되리란 예상을 하게 됩니다. 병원 고개의 집에서 목 매달아 죽은 이는 그래서 더욱 가여웠을 겁니다. 인간도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란 유전자가 있을 터이고 그것은 가족이라는 공식적인 경로로 탄생되지만 배덕이라는 의외성에 순간 혹하다보면 계획에도 없는 숨겨진 관계를 만들고야 맙니다. 

 

지금은 여권신장이 눈부신 시대니까 공공연하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때에는 남자들의 축첩은 어쩌면 당연시되던 세상이니 정부인과 후처, 적자와 서자 간의 갈등, 불화에 얽인 사건들은 일본추리소설에서는 단골로 사용되는 소재일겁니다. 그렇다면 큰 틀에서 본다면 이 소설에서의 살인사건의 범인내지 동기 등은 그리 크게 어려운 숙제가 아닙니다.

 

분명히 목 매달아 죽은 이도 목이 잘린 이도 모두 기구한 운명이고 연쇄살인의 희생양들도 알고보면 혈겁을 피해갈 수도 있었던 운명들입니다. 트릭이라고 할만한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관에서 추락해 죽은 사람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점이며 완벽한 알리바이로 교묘히 위장된 살해방법, 딱 한가지가 있겠네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트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단순하면서도 참신성이 돋보이는 시도였습니다. 

 

범인이란 것도 범행동기라는 것도 결국 마지막에 상세히 설명되기에 굳이 눈치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통하고 분하다는 탄식이 생기지 않는 것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랑 크게 차이없다고 착각될 정도로 이해타당한 대목들입니다. 그렇다면 한  권 정도의 분량으로도 끝낼 수 있었던 사건을 20년후에야 해결하게 된 데에는 어떠한 의도가 있을까요? 우선은 낡은 인습의 횡행이 현대에 이르러서 시대의 단절을 맞이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적 소요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명탐정의 은퇴식을 준비하기 위한 노림수에 있다고 저만의 판단을 내려보았습니다. 그

 

것은 어차피 중요한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말년에는 쓸쓸한 회한이 남으면서 예전같지 않은 이야기의 한계와 노화도 대면하게 되기에 계속 추리소설을 이대로 읽어나갈수나 있을까라는 염려가 읽는 이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니깐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마지막은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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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너무 많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렉스 스타우트 지음, 이원열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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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엘릭시르 미스터리 소설 구입을 두고 고심을 좀 했더랬습니다. A사와 B사의 서포터즈에 연달아 선정되고보니 계획적인 독서 리스트가 필요했던 것이죠. 한동안 신간들을 정기 공급받을텐데 그전에 질러놓은 책들과 끊임없는 이벤 수집으로 다소 포화상태에 도달하다보니 잠시 엘릭시르 미스터리와의 만남을 뒤로 미루어둘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어쩌다보니 밀린 책들을 상당부분 해결해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신간들의 공세 수준차가 확연히 나는 것이 작년에는 어찌 이런 책들을 다 읽었을까 라며 자책할 수준들이 제법 있었는데 반해 올해는 구입을 하고 또 해도 돌아서면 눈에 확 뜨이는 책들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되는군요. 그중에 바로 엘릭시르 미스터리가 한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붉은 머리의 가문>이나 <가짜 경감 듀>가 레이다망에 먼저 걸려들었겠지만 결국 선택한 책은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네로 울프 탐정은 그동안 소문으로 많은 명성을 전해들어왔습니다. 0.14톤의 거구에다 맥주를 즐기는 미식가이자 난초 애호가라구요. 또한 조수인 아치 굿윈과 함께 조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점을요. 또한 명탐정 코난이 선정한 세계의 명탐정에서 17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제 멘토님의 서평때문이기도 하겠네요. 제가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어주신 그 분은 대표적인  파워블로거 중 한 분이신데 추리소설을 기본으로 고전문학, 만화, 에세이 등 장르 불문하고 다양하고 왕성한 독서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유일하게 인정하는 서평의 달인이시기도 하죠. 역시 <화형법정>과 함께 <요리사가 너무 많다>에 대한 평을 올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읽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뭐랄까, 시리즈물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은 캐릭터의 독창성에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의자에도 앉아 있기도 힘든 신체구조라 자연히 두뇌는 자신이 맡고 몸으로 때우는 일은 조수인 아치 굿윈이 역할 분담하게 되어 있으니 또 다른 링컨 라임이라고나 할까요. 이번같이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이 살해되었름에도 불구하고 현장탐문하기는 커녕 오로지 자신의 방에서만 대질심문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아치는 네로가 이 사람 불러와라, 저 사람 불러와라며 시키는 일에 끊임없이 불평하면서도 충실한 소임을 다하는 게 은근한 재미가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만담식 유머라고 통칭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유머의 핵심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까놓고 말하는 솔직함에 있을 것 같습니다. 마구마구 쏘아대는 독설에 키득거리다보면 속시원한 해갈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추리란게 별 것 없더군요. 그냥 부지런히 털다보니 꼬리가 잡히더란 식인데 그것보다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진미들의 성찬이었습니다. 요리 미스터리가 추리보다 배고픈 자들을 위한 요리가 우선이 된다는 덜 처음으로 깨달았는데 네로 울프가 끊임없이 집착하던 요리 "소시이 미뉘에"의 상세한 요리법이 원서에는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측에서 추리소설에서는 필요없는 대목이라고 임의삭제했다고 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직접 해 먹을 것은 아니지만 혹시 압니까?  어느 독자는 호기심에 요리해볼지도... 물론 "네로 울프"의 요리책이 국내에 출간(?? 절판되었다는 얘기도) 되었다지만.... 그렇게 다 읽은 이 책은 앞서 언급한대로 네로 울프라는 뚱보 아저씨에게 포커스를 맞추여야 한단 말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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