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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너무 많다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렉스 스타우트 지음, 이원열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평점 :
그동안 엘릭시르 미스터리 소설 구입을 두고 고심을 좀 했더랬습니다. A사와 B사의 서포터즈에 연달아 선정되고보니 계획적인 독서 리스트가 필요했던 것이죠. 한동안 신간들을 정기 공급받을텐데 그전에 질러놓은 책들과 끊임없는 이벤 수집으로 다소 포화상태에 도달하다보니 잠시 엘릭시르 미스터리와의 만남을 뒤로 미루어둘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어쩌다보니 밀린 책들을 상당부분 해결해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신간들의 공세 수준차가 확연히 나는 것이 작년에는 어찌 이런 책들을 다 읽었을까 라며 자책할 수준들이 제법 있었는데 반해 올해는 구입을 하고 또 해도 돌아서면 눈에 확 뜨이는 책들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되는군요. 그중에 바로 엘릭시르 미스터리가 한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붉은 머리의 가문>이나 <가짜 경감 듀>가 레이다망에 먼저 걸려들었겠지만 결국 선택한 책은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네로 울프 탐정은 그동안 소문으로 많은 명성을 전해들어왔습니다. 0.14톤의 거구에다 맥주를 즐기는 미식가이자 난초 애호가라구요. 또한 조수인 아치 굿윈과 함께 조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점을요. 또한 명탐정 코난이 선정한 세계의 명탐정에서 17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제 멘토님의 서평때문이기도 하겠네요. 제가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어주신 그 분은 대표적인 파워블로거 중 한 분이신데 추리소설을 기본으로 고전문학, 만화, 에세이 등 장르 불문하고 다양하고 왕성한 독서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유일하게 인정하는 서평의 달인이시기도 하죠. 역시 <화형법정>과 함께 <요리사가 너무 많다>에 대한 평을 올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읽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뭐랄까, 시리즈물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은 캐릭터의 독창성에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의자에도 앉아 있기도 힘든 신체구조라 자연히 두뇌는 자신이 맡고 몸으로 때우는 일은 조수인 아치 굿윈이 역할 분담하게 되어 있으니 또 다른 링컨 라임이라고나 할까요. 이번같이 최고의 요리사 중 한 명이 살해되었름에도 불구하고 현장탐문하기는 커녕 오로지 자신의 방에서만 대질심문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아치는 네로가 이 사람 불러와라, 저 사람 불러와라며 시키는 일에 끊임없이 불평하면서도 충실한 소임을 다하는 게 은근한 재미가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만담식 유머라고 통칭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유머의 핵심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까놓고 말하는 솔직함에 있을 것 같습니다. 마구마구 쏘아대는 독설에 키득거리다보면 속시원한 해갈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추리란게 별 것 없더군요. 그냥 부지런히 털다보니 꼬리가 잡히더란 식인데 그것보다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진미들의 성찬이었습니다. 요리 미스터리가 추리보다 배고픈 자들을 위한 요리가 우선이 된다는 덜 처음으로 깨달았는데 네로 울프가 끊임없이 집착하던 요리 "소시이 미뉘에"의 상세한 요리법이 원서에는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측에서 추리소설에서는 필요없는 대목이라고 임의삭제했다고 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직접 해 먹을 것은 아니지만 혹시 압니까? 어느 독자는 호기심에 요리해볼지도... 물론 "네로 울프"의 요리책이 국내에 출간(?? 절판되었다는 얘기도) 되었다지만.... 그렇게 다 읽은 이 책은 앞서 언급한대로 네로 울프라는 뚱보 아저씨에게 포커스를 맞추여야 한단 말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