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리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규칙 일곱: 행동하라, 반응하지 말고.

규칙 여덟: 판단 및 평가하라.

규칙 아홉: 잭 리처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지 마라.

 

최근 2011년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글을 뒤늦게 올리고 있습니다. 그때 느꼈던 느낌과 기억을 다시 살려 지금엔 어떤 감상이 내겐 남아있을까 확인하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네요.

 

이번에 남길 리뷰는 리 차일드의 <원샷>이 되겠네요. <원샷>은 헐리웃에서 톰 크루즈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죠. 제가 누차 얘기하지만 톰은 잭과 비교했을 때 신장 면에서 미스캐스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요.

 

리처는 천천히, 느긋하게 일어섰다. 195센티미터에 110킬로그램, 차분한 눈, 양옆으로 가볍게 쥔 손.” 이라고 책에 분명히 주인공의 체형 정보가 나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톰은 신장이 170초반대로 알려져 있는데 비주얼에서 불합격이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합당한 캐스팅은 스티븐 시걸이랍니다. 비록 연로하셔서 좀 그렇긴 하지만 한 떡대하는 것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문제는 B급 액션물로 비칠 위험부담도 있어 톰의 관심이 아니더라도 그의 티켓파워를 십분 활용하고 싶은 제작사의 계산도 깔려 있으리라 봅니다.

 

어느 해 여름,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퇴근을 하러 도시의 광장으로 나온 군중들에게 한 남자가 무차별 총격을 합니다. 원 샷 원 킬. 정확히 다섯 명을 사살한 후 범인은 깜쪽같이 사라져버립니다. 다행히도 하루 만에 범인은 바로 붙잡힙니다. 하지만 범인은 침묵으로 어떠한 진술도 거부해버리고 잭 리처를 데려달라는 한마디 요구만 합니다.

 

전직 군수사관 잭 리처는 TV에서 이 뉴스를 보고 범인을 만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가는데, , 그 남자는 동료죄수로부터 집단 구타당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잭 리처는 사건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고독한 방랑자 잭 리처의 활약상을 담은 <원샷>의 줄거리입니다. 소설의 서두에 벌어진 무차별 총격신은 이후에 읽은 제프리 디버의 <악마의 눈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킬러에게 아무런 죄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하게 되는 설정이 그런데요. <악마의 눈물>에서의 킬러와는 달리 <원샷>의 킬러는 누명을 씌우기 위한 계략이었단 점만 다릅니다.

 

누가 범인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잭 리처의 조사, 결국 범인은 독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구요, 범행 이유도 읽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소설로 처음 만난 잭 리처는 말수적고 무뚝뚝하며, 우월한 격투술로 적들을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일당백의 사나이입니다. 한마디로 슈퍼히어로에 마초스탈인데 그래서 잭 리처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저 또한 그랬거든요. 막바지에 적들을 직접 처리하러 나서는데 한방에 나가 떨어지게 할 만큼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전투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니까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할 최후의 액션신이 박진감도 없이 김빠진 콜라처럼 시시해져 버리고 마는 거죠. 추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다 사람 자체도 인간미도 느낄 수 없고 꼭 터미네이터를 보는 것 같네요.

 

이렇게 첫 번째 만남에서 내게 호감을 주지 못함으로서 결국 입양절차를 밟아 내보내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조 파이크랑 크게 보면 유사한 과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을 직접 대결시키면 과연 누가 이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겠죠.

 

그런데 좀 전에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알라딘 중고서점이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 떡하니 오픈되었다네요. 잭 리처는 진작에 퇴출시켰으니 이제 남은 녀석은 조 파이크입니다. 그 녀석마저 알라딘에 팔아버리고 가능하다면 켄지&제나로 시리즈 <가라, 아이야, 가라>를 영입할까 합니다. 그 책만 매장에 있다면 응당 그러려구요.

 

음, 무뚝남은 가고 유머남으로 대체하여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지금 이 순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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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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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로 네가 죽인 건가?" "? ... 아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이 소설을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무심코 읽었다가는 두 번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구요? ‘일단 읽어보시라라고 무책임하게 발을 빼려다가 도의 상 다시 한 번 당부 말씀 드립니다. 19금 딱지 붙어있는 책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까닭은 소문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히 표현수위가 높다는 겁니다. 어떻게 높냐구요? 신체의 일부 부위에 대한 훼손 등 적나라한 범행 과정 나열 때문에 읽다가 속이 메슥할 수도 있어요 @.@

 

시작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현장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여기 이 범인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살인하고 신체를 훼손한 후 특정부위 보관에 탐닉하는 최악의 살인마입니다.

 

그런데 범인의 잔혹한 범행을 눈치채고 몰래 추적하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또 한사람이 존재합니다.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살아 생전 사랑했던 형사도 있습니다. 그는 이미 정년퇴직한 형사랍니다. 이렇듯 세 사람의 교차시점이 막바지에 이르러서 점점 분위기는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죠.

 

이 소설의 시간은 역으로 시간을 거슬러서 마지막에는 범인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현대사회의 어두운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의 정의에 대해 잘 모르니 그냥 사이코패스라고 하겠습니다.)의 극단적인 이상심리를 이 소설보다 잘 그려낸 작품은 여태껏 없었던 것 같군요.

 

이 작품은 흔히 서술트릭의 대표작 중 하나로 불립니다. 서술트릭은 책을 읽는 사람의 고정관념을 고묘하게 이용한 속임수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가 떡밥으로 던져주는 단서나 서술, 전개 등을 별 의심없이 진실이라고 믿던 독자에게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고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죠.

 

가령 젊은이인줄 알았던 등장인물이 알고 봤더니 노인이더라하는 식의... 왜 속느냐하면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거지는 그냥 보면 젊은이의 패턴으로 위장하기 때문에 나중엔 아니야 노인이었어 하고 시침을 떼도 멍 때릴 수 밖에 없는 구성이예요. 보기 따라 억지스러운 설정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연스럽게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트릭과 반전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이 엽기적인 표현수위로도 유명하지만 최강이라고 불리는 반전은 이전까지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입력했던 모든 데이터를 일순간에 비웃기라도 하듯 싹 밀어버립니다. 머릿속이 순간 하얘지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어요?

 

범인이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의외의 인물이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과도한 표현수위를 감내할 수만 있다면 진정한 반전이 기다리니 자신 있으신 분은 도전하셔도 됩니다. 아마 악! 소리가 절로 날겁니다. 거의 죽음이죠!!  아비코 다케마루는 평소 젠틀한 사람이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어쩜 이러한발상을 다 하였는지, 작가가 이토록 무서워 보이긴 처음입니다. 후덜덜~~~

 

, 후유증은 책임 못집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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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그리고 어느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

 

봄 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어느 중학교 여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 앞에서 우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우유로 시작된 교사 유코의 이야기는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사고로 딸을 잃은 경위를 거쳐 충격적인 고백으로 이어지는데요,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실은 사고 아닌 살인이었음을 밝히며, 범인이면서 제자인 열세 살 중학생 두 명에게 형사적 처벌대신 자신이 주도하는 계획적인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동안 이 소설은 일본에서 영화로도 나왔었고 소설에 대한 서평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더군요. 그것은 꽤나 인기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는데요. 저 또한 마침내 읽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딸을 잃은 유코의 독백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끝날 때까지 그녀의 시점에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들 가족들의 시점을 차례차례 보여줌으로서 이들의 마음 속 상처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어떻게 유아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지는지 낱낱이 묘사합니다.

 

그냥 철없는 아이들의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걔네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보여준다는 것은 가해자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음을 변호하는 듯합니다. 열세 살짜리 살인자 시모무라 나오키와 와타나베 슈야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과정과 이후의 대처과정까지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서 저 또한 문제의 발단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알 수 있었죠. 결국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그 아이들은 엄마의 애정 어린 사랑과 보호, 관심이 있었다면 이 모든 불행은 애초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오키의 엄마는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무작정 감싸고 돌면서 피해자의 엄마인 유코의 심정을 헤아려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코에게 책임전가를 하기까지 합니다. “내 착한 아들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며 말이죠. 무조건적인 애정과 집착은 아이를 나락의 늪으로 몰아넣는 줄도 모른 채 엄청난 파국으로 비수가 되어 돌아오게 되죠.

 

그럼 슈야의 경우엔 어떨까요? 역시 모성결핍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슈야의 엄마는 아들을 자신의 진로의 장애물 정도로 간주하고 학대 방임을 하는데 나중엔 이혼하고 다른 남자랑 재혼합니다. 나오키와는 반대로 슈야 쪽에서 엄마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살인을 통해 엄마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지만 역시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쯤하면 아이들이 저지른 죗값을 부모 탓으로 돌리며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인이 아니라 미숙한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한때의 과오로 치부하고 갱생의 길을 열어 관용을 베푸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여기에 피해자의 엄마인 유코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에 기댄 처벌이 아니라 그녀만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복수를 시행 합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와 절망을 통렬하게 드러내면서 소년범죄를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점 맹점에 가차없이 응징하는 것이죠. 환경 탓으로,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엔 가해자인 나오키와 슈야의 죄악은 모두 본인 탓이니 무책임한 어리광은 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행동일 뿐만 아니라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수이자.갱생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유코의 이같은 분노어린 일갈은 주제의식을 내포한 말이라고 생각되네요. 용서와 처벌! 우리 아이들이 저지른 과오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까요?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겠네요.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한숨을 남겼던 가히 충격적인 문제적 소설 <고백>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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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북회귀선과 적도 사이에 또 하나의 선이 있다.

 시체와 공포가 푯말처럼 이어진 선...검은선

 

검은 피로 그려낸 악의 기원 3부작 첫 번째 프로젝트!!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장편 스릴러는 오래 전에 <늑대의 제국> 으로 스크린에서 먼저 만났더랬다. 이후에 악의 기원 3부작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다시 돌아온 그를, 악에 대한 이야기, '악이란 무엇인가', '악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를 파헤치는 심리스릴러로 만나게 된다.

 

전 무호흡 잠수챔피언 르베르디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다. 기자 마르크는 르베르디에게 접근하여 특종기사를 포착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엘리자베트'라는 여성으로 위장하여 살인범으로 하여금 살인의 과정을 편지를 주고 받으며 털어놓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 여자인 줄도 모른 채, 살인범 르베르디는 가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마르크는 마르크대로 살인범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미학적인 살인의식에 점차 매혹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특종거리의 취재목적으로만 접근했었지만 마르크의 위험천만한 도박은 수위를 높여 업그레이드된다. 우선 악마의 머릿속에 들어가 악의 근원을 쫓아 들어가는 것. 그래서 그의 생각을 소설로 옮겨 담는 것! 악의 궤적 '검은 선'에 가까워지던 중, 마르크의 정체를 알게 된 살인범 르베르디는 무시무시한 광기를 뿜으며, 숨통을 끊으려 돌진해 오는데....

 

소리없는 적색경보 사이렌이 심장을 두드린다.

 

처음부터 살인범을 등장시켜 놓기 때문에, 범인은 누구인가? 라는 추리적 관점에는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다. 이것은 한 저널리스트가 검은 선으로 상징되는 악의 순수한 원형을 찾아들어가는 동굴탐사 같은 시추에이션이다. 이러한 설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패턴화된 지적 쾌감보다는 마음 한 구석을 훏고 지나가는 섬뜩함을 체험하게 된다.

 

그렇게 르베르디와 마르크의 내면의 본성이 근본적인 일심동체로 동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선과 악은 손바닥 뒤집기만큼 손쉬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르베르디가 마르크를 미친 듯이 뛰 쫓는 대목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압권인 명 장면으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서서히 그리고 촘촘한 밀도로 채워나가는 그랑제의 솜씨는 실로 탁월하다.

 

! 격렬한 스릴보다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스릴을 체험하고 싶다면 바로 이 소설 <검은 선>이다. 갓 스릴러에 입문할 시점에 훌륭한 선도자 역할을 했던 잊혀지지 않는 멋진 걸작!  그의 최근작 미세레레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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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어라

 

2011년 스릴러 최고의 히트작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 동화풍의 제목에다 도발적이면서 감각적인 표지도 한 몫 거들면서 일반도서들과 경쟁하면서도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명함을 내밀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 하나, 그럼 내가 좋아하는 제프리 디버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 또는 라스트 차일드(물론 최고작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하트의 전쟁 등에 비해 얼마나 흥행요소가 뛰어나길래 만사 제끼고 대박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벼르다 별러 해가 바뀌어 이제야 읽게 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을까?

 

앞날이 창창한 청년 토비아스는 11년 전 고교 졸업 후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구속 수감된다. 모든 정황이 그가 살인을 저질렀음을 나타내는 불리한 상황에서 제대로 항변 못하고 꼼짝없이 꽃다운 청춘을 감옥에서 형기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풍비박산 난 집안을 힘겹게 유지해 온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동네 주민들의 냉대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토비아스의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달래주는 것은 여자 친구 나디아와 소녀 아멜리. 아멜리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때마침 토비아스의 어머니가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형사는 11년 전 사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어머니에 이어 괴한들로부터 습격당하는 토비아스, 그리고 갑자기 실종되는 아멜리, 마을에 실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달하게 되는 진실은 자신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위선과 기만의 탈을 쓴 채 그의 삶을 망쳐 놓았다는 것이었고, 이때 찾아오는 무기력과 분노, 배신감은 쉽사리 달랠 수도 없고 복수의 불길은 활활 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사실을 은폐한 채, 조작된 진실과 집단 이기주의로 희생양을 만들었으니 상실감은 상상조차 어렵다. 인간이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산산히 깨어진 그의 삶은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 누가 보상해줄까?

 

그런데 딱 여기까지이다. 기대했던 수준의 획기적이면서 놀라운 반전이나 전개, 캐릭터 등은 더 이상 발견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캐릭터 문제인데 주인공 피아와 보덴슈타인 형사콤비는 골치 아픈 개인사로 좀처럼 수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집 개축문제와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고민 고민에 수사현장에서도 수시로 정신줄을 놓으면서 뚝뚝 끊어지는 느낌인데, 읽는 나도 맥이 탁 풀리고 축 늘어져버린다. 이럴거면 백설공주라고 하지 말고 뱃살공주라고 하지 ㅡ.ㅡ

 

사실 백설공주라는 제목도 살해된 여친 스테파니가 학교 연극에서 맡은 배역에서 따온 별명에 불과해서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기대했던 나를 실망시킨다.

 

또한, 두 형사는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고 했던가, 기존의 연인과 배우자의 관계 외에도 만나는 이성마다 혹해서 마음이 흔들리니 이건 지조도 없고 너무 사람이 가벼워 보일정도이다. 다른 시리즈의 줄거리를 보더라도 둘 다 유력한 용의자와 사랑에 빠져 위기상황에 빠지는 반복 패턴이 설명되고 있으니 너무 정에 취약한 캐릭터들이 아닌가 싶다(이건 성격상 단점이라는 얘기다.)

 

단점은 더 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어 간다고 생각될 즈음에 작가는 범인들의 마지막 도주를 선보이며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는데, 한 명은 추격전 끝에 검거하지만 나머지 한명은 일단 놓쳐버린다. 그럼 최후의 스릴 있는 검거 장면 등장이? 아니다. 추적과정을 생략한 채 그냥 검거하였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데 이럴 것 같으면 판을 벌리지나 말지, 검거과정에서 표독스럽게 반항하는 범인을 보여줬더라면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작가의 편협된 시각이 강박적으로 드러나면서 내면 속에 숨겨진 피해의식이 감지되는 한계도 노출되는데 읽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편협된 시각이 무엇인지는 밝히면 욕 들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 그냥 입 다물련다)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이 소설을 보며 같은 독일산 스릴러인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상대적으로 왜 주목을 덜 받았을까 라는 의문점이 새로 생긴다. 인질극 특유의 심리전을 잘 살려낸 <마지막 카드는...>가 대중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재밌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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