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어라

 

2011년 스릴러 최고의 히트작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 동화풍의 제목에다 도발적이면서 감각적인 표지도 한 몫 거들면서 일반도서들과 경쟁하면서도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명함을 내밀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 하나, 그럼 내가 좋아하는 제프리 디버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 또는 라스트 차일드(물론 최고작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하트의 전쟁 등에 비해 얼마나 흥행요소가 뛰어나길래 만사 제끼고 대박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벼르다 별러 해가 바뀌어 이제야 읽게 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을까?

 

앞날이 창창한 청년 토비아스는 11년 전 고교 졸업 후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구속 수감된다. 모든 정황이 그가 살인을 저질렀음을 나타내는 불리한 상황에서 제대로 항변 못하고 꼼짝없이 꽃다운 청춘을 감옥에서 형기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풍비박산 난 집안을 힘겹게 유지해 온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동네 주민들의 냉대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토비아스의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달래주는 것은 여자 친구 나디아와 소녀 아멜리. 아멜리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때마침 토비아스의 어머니가 괴한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형사는 11년 전 사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어머니에 이어 괴한들로부터 습격당하는 토비아스, 그리고 갑자기 실종되는 아멜리, 마을에 실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달하게 되는 진실은 자신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위선과 기만의 탈을 쓴 채 그의 삶을 망쳐 놓았다는 것이었고, 이때 찾아오는 무기력과 분노, 배신감은 쉽사리 달랠 수도 없고 복수의 불길은 활활 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사실을 은폐한 채, 조작된 진실과 집단 이기주의로 희생양을 만들었으니 상실감은 상상조차 어렵다. 인간이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산산히 깨어진 그의 삶은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 누가 보상해줄까?

 

그런데 딱 여기까지이다. 기대했던 수준의 획기적이면서 놀라운 반전이나 전개, 캐릭터 등은 더 이상 발견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캐릭터 문제인데 주인공 피아와 보덴슈타인 형사콤비는 골치 아픈 개인사로 좀처럼 수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집 개축문제와 배우자의 외도 등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고민 고민에 수사현장에서도 수시로 정신줄을 놓으면서 뚝뚝 끊어지는 느낌인데, 읽는 나도 맥이 탁 풀리고 축 늘어져버린다. 이럴거면 백설공주라고 하지 말고 뱃살공주라고 하지 ㅡ.ㅡ

 

사실 백설공주라는 제목도 살해된 여친 스테파니가 학교 연극에서 맡은 배역에서 따온 별명에 불과해서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기대했던 나를 실망시킨다.

 

또한, 두 형사는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고 했던가, 기존의 연인과 배우자의 관계 외에도 만나는 이성마다 혹해서 마음이 흔들리니 이건 지조도 없고 너무 사람이 가벼워 보일정도이다. 다른 시리즈의 줄거리를 보더라도 둘 다 유력한 용의자와 사랑에 빠져 위기상황에 빠지는 반복 패턴이 설명되고 있으니 너무 정에 취약한 캐릭터들이 아닌가 싶다(이건 성격상 단점이라는 얘기다.)

 

단점은 더 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어 간다고 생각될 즈음에 작가는 범인들의 마지막 도주를 선보이며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는데, 한 명은 추격전 끝에 검거하지만 나머지 한명은 일단 놓쳐버린다. 그럼 최후의 스릴 있는 검거 장면 등장이? 아니다. 추적과정을 생략한 채 그냥 검거하였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데 이럴 것 같으면 판을 벌리지나 말지, 검거과정에서 표독스럽게 반항하는 범인을 보여줬더라면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작가의 편협된 시각이 강박적으로 드러나면서 내면 속에 숨겨진 피해의식이 감지되는 한계도 노출되는데 읽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편협된 시각이 무엇인지는 밝히면 욕 들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 그냥 입 다물련다)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이 소설을 보며 같은 독일산 스릴러인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는 상대적으로 왜 주목을 덜 받았을까 라는 의문점이 새로 생긴다. 인질극 특유의 심리전을 잘 살려낸 <마지막 카드는...>가 대중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재밌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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